몇 년 전 '생명존중 관련 어린이책(동물을 중심으로)' 목록을 40권 정도 만든 적이 있는데 이후로 추가할 책이 많이 생겼다. 최근에 나온 이 책도 그렇다. 더구나 이 책에서 다루는 동물은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 수준을 넘어서 혐오동물을 대표하는 '쥐'이니 더 심도있는 이야기가 가능하겠다.난 어릴 때 '쥐를 잡자'라는 포스터도 본 것 같고, 세들어살던 집 주인할머니가 놓은 쥐덫에 갇혀있던 쥐를 본 기억도 난다. 더 이전 세대는 쥐꼬리를 학교에 가져가기도 했다던가? 그게 당연시되던 과거에 비해 이런 동화까지 나오는 지금은 많이 달라진 것인가? 이렇게 되면 집에 출몰하는 바퀴벌레, 오염수 위를 가득 덮은 모기유충들도 다 소중한 생명이라는 논리에 도달해야 되는 것 아닐까?^^;;;이런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일단 책을 읽어보면 재미있다. 변신 화소 중에서도 몸이 바뀌는 '체인지'류의 이야기는 꽤 흔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이 책의 달이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 생쥐 끽끽이를 괴롭혀서 큰 상처를 입힌다. 그 벌로 몸이 뒤바뀐다. 맨홀 밑 하수구에서 상처입은 몸으로 살아가야 하는 서러운 신세가 된 것. 다행히 일식때 서로 손을 맞잡으면 원래대로 돌아갈수 있다는 가능성은 있다.쥐가 된 달이가 원래 쥐였던 달이를 쫓아다니며 보고 겪고 생각한 일들이 대부분의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그 중 눈이 확 꽂히는 대화가 있다. 달이로 바뀐 쥐가 친구들에게 하는 말이다."쥐는 나쁘지 않아. 쥐도 사람이랑 똑같아. 맛있는 걸 먹으면 행복하고 다치면 아파. 쥐는 안 나빠. 만약 쥐가 인간보다 더 컸다면, 쥐들은 인간들을 괴롭히지 않았을 거야."이 말에 인간들을 향한 일침이 들어 있었다. 배고프지 않아도 사냥하고 자신의 흥미나 오락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고 생태계를 교란시킨 생명체는 유일하게 인간이니까.쥐가 된 달이는 그들의 고단한 삶에 동참하며 하찮은 삶은 없다는 걸 배워간다. 폭우로 무리가 피신하는 위기에서 달이는 맨홀 뚜껑을 제자리로 되돌려 무리를 구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맨홀 뚜껑이 닫히지 않은 복선이 좀 개연성이 떨어지는 아쉬움은 있다...ㅠ)마무리가 참 좋았다. 사람이 된 끽끽이가 쥐가 된 달이를 잡으려 한 것은 복수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끽끽이도 쥐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단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 몸을 치료하고.... 둘은 일식날 손을 맞잡았다."미안해.""찍찍, 괜찮아."이 말은 서로 자신의 존재로서 용감하고 멋지게 살아가겠다는 말로 들렸다.아까 처음의 의문으로 돌아가니 이건 어쩌면 우문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도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일을 하면 될 것이다. 단 생명을 장난이나 유희의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이들 수준에서는 이게 훨씬 다가오는 이야기다. "어떤 생명도 작거나 크지 않아. 세상 어디에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존재는 없어."(작가의 말) 그러니 생명을 가볍게 여기며 희롱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살려 줘!" 라는 절박한 외침의 제목을 기억하면 될 것이다.150쪽 정도 분량에 글씨도 큰 편이다. 3학년 가르칠 때 생명존중 관련 수업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 이 책이 있었다면 서너번에 나누어 읽어준 후 얘기나누면 좋았겠다. 3학년 수준에 딱이고 +,- 1학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