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천구백이 파랑새 사과문고 61
송언 지음, 최정인 그림 / 파랑새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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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쓴 서평이다. 어느덧 털보샘은 퇴직하셨고, 내가 이 책의 털보샘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이 책은 중학년 권장도서로 많이 올라있고 송언 선생님 책 중에서도 많이 읽히는 책에 속한다. 10년만에 읽어보니 교실도 나도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난 털보 선생님을 좋아하고 샘이 참 존경스럽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털보선생님의 지도방식은 옛날식이고, 지금 식으로 따지자면 인권침해적 요소가 아주 많다는 사실이 눈에 보인다. 10년 전에도 난 이 책에서 약간 아슬아슬하게 느꼈었나보다. 아 그렇다고.... 털보샘을, 그리고 아이들이 털보샘께 받은 사랑을 부정할 수 있을까? 10년 전 서평을 보다가 문득 생각에 잠긴다.....ㅠㅠ) 

아래는 10년 전 쓴 글을 퍼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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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작가인 송언 님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이시다. 가끔 아침독서 소식지 등에서 이 분의 교실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느낌이 참 좋았다. 나이 지긋하신 남자 선생님이 느긋하게 꼬맹이들을 사랑하시는 교실은 여유가 넘친다.

주인공인 김건하가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것이라 하니 그럼 이 책속의 선생님은 바로 작가 선생님? 책 속에서 본 선생님의 모습은 느긋하고 정이 넘치시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집요하시기도 했다. 선생님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된 셈이라고 할까? 

스토리는 무척 단순하다. 김건하(별명 김 브라보)는 가게를 하시느라 바쁜 부모님 밑에서 다소 방치된 채로 크는 아이다. 하지만 구두쇠인 엄마 때문에 사고 싶은 걸 맘대로 사지는 못한다. 그런 김 브라보는 요즘 유행하는 ‘비드맨’을 무척 갖고 싶어하는데 어느날 엄마 화장대에 있는 돈을 집어온 박마법의 선심(?)에 넘어가 비드맨을 사게 된다. 하지만 선생님께 사실이 들통나고, 선생님은 비드맨 값 칠천원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리신다. 계속되는 선생님과 김브라보의 줄다리기... 마침내 선생님은 김브라보의 별명을 김칠천으로 바꾸시고, 하루에 백씩 이자를 붙인다고 하시며, 김 만이 되면 경찰에 신고하든지, 전학을 보낸다고 하신다. 별명은 계속 숫자를 더해가고, 김 구천구백이가 되는 날, 마침내 해결이 된다.

학교에 있다 보면 별 일이 다 있다. 이런 일 정도는 그리 큰 사건 축에 끼지도 못한다. 어찌 보면 사소한 이런 일이 이렇게 길고 재미있는 동화의 소재가 되다니, 이렇게 디테일한 상황묘사는 현직 교사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이야기다. 킥킥대며 재미있게 읽었다.

여기 나오는 선생님은 누구나 본받아야 할 이상적인 선생님이라 할 수는 없겠다. 7000원 사건으로 그렇게 지루한 줄다리기를 하시는 걸 보고 있자니 훈수라도 한 수 두고 싶어질 지경이다.^^ 경찰서에 신고한다는 둥 전학 보낸다는 둥의 협박도 썩 본받고 싶은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밖에 없는 우리 아들이 이 선생님 반이라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 즐겁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설익은 교사인 내가 “선생님 그건 아니잖아요.” 할 수 없는 이유가 그것이다. 쥐어짜지 않아도 느긋하게 배어나오는, 억지로 꾸며낼 수 없이 드러나는 아이들에 대한 선생님의 사랑이다. 

김건하가 김 칠천에서 김구천구백이가 될 때까지 학교에서, 소통이 부족한 가정에서 겪은 마음의 부담은 엄청났으리라 짐작된다. 말이 7000원이지 그걸 만들어낼 방법이 없는 김건하에게 그 돈은 백만원만큼이나 암담한 액수일수도 있으니까... 선생님도 그것을 아시는지라 어느 날 고개 빳빳이 들고 울부짖으며 대드는 것도 참아주신다. 마지막 날 최후의 방법으로 아버지께 건하를 보내고, 찾아 온 아버지와의 상담이 무사히(?) 끝나자 내 입에서도 한숨이 새어나왔다. 첫째 이유는 선생님께 공손한 건하 아버지의 태도 때문이고(“예, 그런 일이 있었군요. 당연히 갚아야지요.”하시는 건하 아버지. 요즘 이렇게 하시는 아버지가 흔할까?) 두 번째 이유는 “허어, 식구끼리 이렇게 말문이 꽉 막혀서야.” 라는 아빠의 말씀 때문이다. 이제 건하는 곤란한 일이 생겨도 이렇게 마음고생을 길게 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마침내 돈을 갚던 날, 선생님은 건하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신다. “김 브라보,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다. 빌린 돈은 꼭 갚아야 한다는 걸 너희들에게 일러주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지는 선생님도 예상 못했다. 미안하구나.” 건하, 김 브라보는 뚜벅뚜벅 자리로 들어가 앉으며 특유의 이런 멘트로 책을 마무리한다. -오랜만에 기분이 브라보이다.-

다른 누군가가 책을 읽고 선생님의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둥 따진다면 난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 6학년이 된 김 브라보는 축구를 하다가도 선생님을 보면 멀리서부터 달려와 “쌤! 브라보!” 한다니, 이 모든 에피소드는 누구에게나 피와 살이 된 셈이리라. 

송언 선생님 브라보! 이 책을 덮는 내 기분도 브라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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