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길이 대 호준이 - 정은주 이야기책 북극곰 이야기꽃 시리즈 4
정은주 지음 / 북극곰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북극곰 출판사가 왠지 호감이 간다. 아는 바는 별로 없지만 이름이 맘에 드는 것 같다.^^;;; 왠지 포근하고 따뜻한 그 이름. 그리고 재작년에 여기 편집장님이 진행하는 그림책 원격연수를 재밌게 들은 적이 있다. 여기서 나온 그림책들도 느낌이 좋은게 많았다.

여기에서 <북극곰 이야기꽃 시리즈>가 나오길래 도서실에 구입을 했다. 그중 한권을 방학때 읽으려고 챙겨놨는데 아뿔싸, 4권 다 챙길걸. 읽기 참 좋다. 우리반 아이들은 내가 읽어주는 책 듣기를 참 좋아하는 이쁜 아이들이었는데 12월에 뜨개질을 벌여놓고 도와주기 너무 정신없어서 책을 못읽어줬더니 "왜 요즘은 책 안읽어줘요?" 하고 조르는 아이들이 있었다. 개학하면 이 시리즈를 읽어줘야겠네. 2월은 며칠 안되는데 아쉬워라.

작가의 첫 책이다. 등단에 실패하고 직장인으로 살다가 이루리 그림책 워크숍을 통해 발탁된 분이라고 한다. 묻어놓았던 오랜 꿈을 이루고 첫 책이 이렇게 이쁘게 나와서 참 좋으시겠다. 이야기도 참 재밌다. 두 편이 실려있다. 그림책에서 글밥 있는 책으로 넘어가는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참고로 그림은 한 점도 없다.(좀 있어도 좋았을거 같은데?)

표제작인 <복길이 대 호준이>에서 복길이는 호준이의 밥이다. 한살 많고 덩치도 훨씬 큰 호준이는 합기도에서 복길이보다 띠가 낮지만 그래도 공포의 상대다. 게다가 이름 가지고 놀리는 통에 화가 나 죽겠다. "복실이 동생 복길이~!" 이런 식이다.(알고보니 복실이는 동네 고양이 이름이었다)

가뜩이나 이름 때문에 열받던 중, 아빠가 동료분의 강아지를 한달 맡아준다며 데려왔는데 그 이름이 복길이!! 사람 복길이는 은근히 심통을 부리지만 굴하지 않고 언제나 착하고 반듯한 강아지 복길이!^^
불만은 반전을 가져왔다. 좋은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똑똑한 이녀석을 맹훈련시켜 호준이라는 이름에 반응하게 하고 호준이 앞에 데려가 약을 올리는 것. 호준이는 약이 올라 펄펄 뛴다. 작전 성공!!

이런 일 끝에 약속한 한달이 지나 정든 강아지를 데려다주던 날, 강아지 복길이 이름의 사연도 듣고, 자신의 이름의 사연도 듣게 된다. 이제 더이상 놀림에 굴하지 않을 자부심을 갖게 됐다는 얘기!^^

이 책을 읽어주고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재미있겠다. 부모님께 나의 태명은 뭐였는지, 내 이름은 누가 지어주셨는지, 왜 그렇게 지었는지 등을 듣고 와서 이야기 나누는거다.
내 이름으로 말하자면 남자 이름이다. 첫째인 언니한테 부모님은 당시로서는 아주 예쁜 이름을 지어주셨는데, 둘째인 내가 뱃속에 있을 때 아들이라 확신하고 남자이름을 지어놨다. 낳아보니 딸이었다. 엄마는 울었고 더 생각할 기운도 없어서 그 이름을 그냥 붙였다고 한다. 써놓고보니 꽤 슬픈 얘기네? 예쁜 이름이면 좋았겠지만 지금껏 그럭저럭 살아왔다. 이렇듯 이름에 대한 얘기를 꺼내놓으면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다.^^

두번째 작품 <옥상의 전설>에서는 이제 나이들어(?) 골목대장 자리에서 밀려난 4학년 순목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앞의 <복길이와 호준이>보다 좀 더 큰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권력을 탐하는 남자아이들의 본성이랄까?(아니, 딱히 성별을 따질 일은 아니겠다. 여자아이들도 권력관계에서 오는 갈등이 때론 살벌하다)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겠다. 너희는 왜 대장이 되고 싶니? 통제할 때의 기분은 어떠니? 통제 당할 때의 기분은 어떠니? 통제하지도 통제 당하지도 않는 학급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요즘 학급긍정훈육법 연수를 듣고 있는 중이라 반사적으로 이런 생각이 줄줄줄....ㅋㅋ 하지만 이야기의 주제는 이게 아니다)
골목대장 자리를 탈환할 틈을 노리던 순목이는 어떤 무용담(?)을 꾸미게 되는데,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자기 거짓말에 자기가 속는.... 그런 거짓말의 생리를 보여준달까? 하여간 그동안의 동화들에서 흔히 못봤던 얘기였다. 아이들 얘기지만 약간은 단편소설 느낌이 나기도 했다. 순목이의 거짓말은 심판받지 않았고, 대장을 넘어선 무려 '고문'이라는 직책을 얻게 되었다.(고문이라니...ㅋㅋㅋ)

그러고보니 시리즈 소개글에서 "8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즐기는 상상의 만찬입니다"라는 안내가 맞는 것 같다. 자신의 이해 층위에 맞게 받아들이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이 좋다. 우리반 2학년 아이들에겐 뒷편은 약간 어려워 보이지만 앞편 복길이 이야기는 책상을 치며 좋아할 것 같다. 시리즈 나머지 책들도 얼른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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