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않는 병 휴먼어린이 중학년 문고 2
정연철 지음, 김고은 그림 / 휴먼어린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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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엄마는 이혼했고 아들 은오를 혼자 키우게 됐다. '아빠 없는 애란 소리 안듣게 하려고' 아이에게 엄청난 지침을 안겼다. '아들 십계명'으로 대표되는. 거기엔 인사 잘하기 같은 당연한 것도 있지만(당연한게 당연하지 않은 순간도 있는것) 눈물 금지, 음식투정 금지, 아빠에 대한 말 금지 같은 본인의 설움을 반영한 것들이 더 많다. 그리고 방귀나 재채기 같은 에티켓에 관련된 것들도 있다. 한마디로 엄마는 '성가시지 않고' '반듯한' 아이로 은오를 키우려 하는 것이다.

엄마의 힘듦과 슬픔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엄마의 기세에 주눅든 은오는 십계명을 지키려 애를 써보지만..... 그럴수록 병이 깊어진다. 이 책의 제목인 '웃지 않는 병'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혼자된 엄마가 단기간의 집중노력을 통해 얻게 된 직업은 '웃음치료사' 화장을 하고 문을 나설 때, 전화를 받을 때, 엄마는 연기모드로 들어간다.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네며.... 그러나 집에 들어서면 그 가면을 벗는다. 가면 밑에는 우울하고 지친 엄마의 모습이 있다. 당연히 엄마는 아들을 웃게 하진 못한다.

뭔가 새로운 전기가 필요한 시점에, 작가는 어떤 사건과 인물들을 넣었을까? 엄마의 출장, 외삼촌 가족. 엄마에게 그런 가족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외사촌 범수는 밥상머리에서 거침없이 방귀를 뀌어대고, 엄마의 구박도 웃음으로 넘기고, 누구도 화내지 않는다. 엄마한테 반말을 하고 심지어 말대꾸까지 해도, 그래서 엄마가 한대 쥐어박아도 가족의 분위기는 얼어붙지 않는다. 은오에게는 신기한 풍경.

범수와 더불어 은오는 마을에서 말썽을 부리고, 야단맞고 돌아온 외삼촌댁에는 예정에 없던 엄마가 돌아와 은오를 꼬나보고 있다. 화내는 엄마, 피토하듯 괴로움을 쏟아놓고 달려나가는 은오, 그 밤에 휘몰아치듯 일어난 일들. 그 와중에도 엄마는 "은오야, 힘들었지? 엄마가 미안해." 라는 말을 하지는 못한다.(그런 신파는 피차 좋을게 없긴 하다^^) 하지만 외할머니가 해주신 말씀이 든든하면서도 절절하다. 대답은 없었지만 엄마는 그 말을 가슴에 담았을 것이다.
"그런 소리 마라. 네가 떳떳하지 못할 게 뭐 있어."
"네가 행복해야 은오도 행복한 거여. 이것아."
등등의 여러 말씀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은오는 '엄마십계명'을 마음속으로 적어본다. 나한테도 웃어주기, 일주일에 두번은 밥해서 나랑 같이 먹기, 운다고 뭐라 하지 않기 등등으로....^^

이 책을 전체한테 읽어주기엔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마음을 힘들게 할까봐 조금 조심스럽다. 하지만 아이들이, 또는 엄마들이 이 책을 찾아읽는 건 권하고 싶다. 어느 지점일지는 모르지만 위로나 치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찔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도 아이들 키우며 '반듯함'에 대한 강박이 있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한 것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은오가 아니고 나또한 강한 엄마가 못되어서 그 중 절반 이상이 허공으로~~ 그러나 어쩌면 그게 다행 아닌가 싶다. 내 말을 다 듣고 내가 가리킨 길로만 갔으면? 지금보다 나을거라 나는 장담을 못한다.ㅋ 너무 말을 잘 듣는건 어쩌면 위험한거다. 혹시 엄마들이 이 책을 읽으신다면 이런 위로를 받으셨음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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