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와 나 쌈지떡 문고 6
클레르 르노 지음, 이정주 옮김, 김소라 그림 / 스푼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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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바탕에 은박 글씨의 표지가 느낌이 좋아서 집어온 책이다. 잔잔하다. 막 흥미진진하고 아주 재밌거나 그렇진 않아서 강하게 권하고 그러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내겐 참 좋았다. 조금 밋밋하지만 편안하고 따뜻하다. 결핍은 있지만 여유가 있는 느낌.(엥?) 슬프거나 처절하지 않다. 이게 현실적인 건가 비현실적인 건가?

빅토르는 선천성 기형이 있는 아이다. 왼쪽 손에 손가락이 두 개밖에 없다. (엄지와 나머지 하나) 마치 집게발처럼 말이다. 이 장애로 인해 빅토르는 생활에 불편함은 물론이고 마음의 상처도 꽤 겪었다. 그래도 서술이 그저 담담함은 작가의 문체 탓은 아니겠지...
이런 여유는 집안 분위기에서 오는 것 같다. 자녀가 여섯이나 되고 엄마 아빠는 긍정적이며 빅토르를 받아들이는데 누구도 힘들어하지 않는다. 빅토르는 친구도 별로 없고 활동에 제약도 많지만 묵묵히 학교생활을 해나간다.

"그 아이는 개학하고 3주가 지난 어느 오후, 음악수업일 때 왔어요." 전학생이 오는 장면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필로멘이라는 이 여자아이가 바로 제목의 '달팽이'다. 껍질 속에 숨어 목소리도 잘 들을 수 없는 아이. 이 아이가 짝이 되자 빅토르는 기뻤다. 외로운 두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시끌벅적 뛰어놀 때 플라타너스 벤치에 앉아 몇마디를 조용조용 이야기하는 사이가 된다. 가족들도 모두 빅토르의 새 친구에게 관심을 보이고 집에 초대할 계획도 세운다.

하지만 빅토르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전에 좋아했던 여자아이가 자신의 손을 보고 보였던 끔찍한 반응을 잊지 못한다. 그런데 아직 필로멘에게 손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손을 보게 된 필로멘의 반응은 특별하지 않았다.
"사고를 당했어?"
"아니, 이렇게 태어났어."
"아, 그래? 아프니?
"아니."
그냥 이정도의 반응. 그리고 그 손을 정성껏 만져본다. 빅토르의 마음이 많이 채워졌을 것이다.

필로멘 또한 껍질 속에 웅크린 달팽이가 되어버린 이유가 있었다. 그런 필로멘에게 빅토르와 그 가족들 또한 마음을 채워주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서로가 있어 행복한 두 아이가 가족과 함께 바다로 휴가를 가는 내용이 마지막이다. 그토록 아름다운 바다그림을 그리던 필로멘은 아직까지 바다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필로멘은 바다를 바라보고, 빅토르는 필로멘을 바라본다. 저녁바다는 추웠고 둘은 손을 잡았다. 집게손으로.

드라마로 치면 엄청 멜로적인 장면이지만 동화는 그렇지 않았다. 이제야 껍질을 벗고 약한 다리에 힘을 주어 서려는 두 아이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어서 고마워! 혼자가 아닌 둘이라서 정말 다행이야!

교실 속 아이들도 이렇게 지남철처럼 서로를 찾아 빈 곳을 채운다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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