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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우시 왕 1세 ㅣ 네버랜드 클래식 50
야누쉬 코르착 지음, 크리스티나 립카-슈타르바워 그림, 이지원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9월
평점 :
야누쉬 코르착의 교육자로서의 삶은 나로서는 흉내낼 수조차 없는 것이라 차마 롤모델이라 하기에도 벅찬 것이다.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저서를 읽어 보았다. 하지만 그가 동화를 썼다는 사실은 몰랐다. 이번에 네버랜드클래식 50번째로 나온 이 책의 저자가 야누쉬 코르착이라고 하기에 좀 놀랐다.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내가 읽은 동화 중 가장 힘들게 읽은 책이 아닌가 싶다. 시간상으로도 오래 걸렸고 마음으로도 쉽지 않았다. 재미있다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감동적이라 하는 말도 딱 맞진 않다. 머리도 마음도 혼란스럽다는 표현이 맞겠다. 이런 동화라니. 헌신적 교육자이자 아동인권을 주창한 야누쉬 코르착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이 책을 썼을까?
마치우시 1세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10살이란 어린 나이에 왕이 된다. 신하들이 글도 수도 잘 모르는 어린아이에게 국정을 맡기진 않을 터, 그는 허수아비 같은 자신의 존재를 종종 느껴야 했다. 그러다 이웃나라들과의 전쟁이 터지고, 마치우시는 허수아비 왕의 자리에 앉아 있느니 왕궁을 몰래 빠져나와 소년병으로 싸우는 편을 선택한다. 그의 선택은 옳았고, 그는 승전국의 왕으로 자리를 굳힌다. 그리고 아이들을 대변하는 여러가지 정책들을 실시한다. (초콜릿을 배부한다든가 동물원을 만든다든가 하는) 그리고 식인종의 나라에 방문하고 외교적 열매를 얻는다든지 하는 그만의 성과도 나름 거둔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이의 생각이 어른의 생각보다 좁거나 부족하지 않습니다. 그저 어른과 다를 뿐입니다." 라는 코르착의 사상을 극적으로 대변하는 듯하다. 여기까지라면 말 그대로 동화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적나라한 현실을 반영한다. 마치우시가 나름 국정에 자신감을 갖고 의지를 관철해 나가려 할 즈음, 그의 나라에선 그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문제들이 독버섯처럼 퍼져나가 있었다. 언로는 차단되어 그는 늘 한쪽만을 보고 있었으며 그가 그토록 위하고자 애썼던 아이들은 고마움을 모르고 갈수록 요구만 거세어졌다. 가장 참담했던 부분은 난장판이 된 어린이국회와, 함부로 아이들에게 맡겼다가 마비되어버린 사회 제반 운영이었다. 이 혼란의 와중에 이웃나라들은 다시 전쟁을 일으켰고, 마치우시는 모두에게 버림받는 비참한 사형수의 신분이 된다. 여기서 그나마 동화적인 것은 죽음을 앞두고도 잃지 않는 그의 의연함이다. 결국 마지막 순간에 사형은 면하고 무인도로 유배를 가게 되며 이 책은 끝을 맺는다. "무인도에서 마치우시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알게 되는 대로 여러분에게 말씀드릴게요."
다행히도(?) 이어지는 <무인도의 마치우시 왕> 이라는 책이 있다고 한다. 국내에는 아직 출간되지 않았나본데, 무척 궁금하다. 이 후속편까지 읽어야 코르착의 사상이 제대로 구현된 것을 보게 될까?
모든 의미있는 것에는 진통이 따른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민주주의가 그러했고 아동인권 또한 그렇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의 비극을 그 과정이라 해석하면 너무 단순한 생각일까? 아 그래, 단순한 나를 너무 힘들게 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