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팅 아일랜드 일공일삼 50
김려령 지음, 이주미 그림 / 비룡소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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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이 여름휴가 떠나는 이야기가 때마침 휴가철에 나와서 독자들에게 더욱 설렘을 주었겠다. 나는 휴가 직후에 읽었지만 이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느낌으로 때로는 힘들어하며 때로는 편안해하며 때로는 긴장하며 읽었다. 김려령 작가의 작품을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이후 오랜만에 읽는다.

이야기 그대로를 즐기면 되는 작품도 있지만 이야기 안에 작가가 담아놓은 뜻을 찾아가며 읽어야 하는 작품도 있다. 이 작품은 후자라 하겠다. 작품 자체의 긴박함도 있지만 대체 작가가 담으려 한 생각은 무엇인가가 더 날 긴장시켰던 것 같다.

영어로는 플로팅 아일랜드, 한자어로는 부유도. 처음 들어보는 이곳에 가족은 휴가를 가기로 결정한다. 그것도 전례없이 6박7일이나. 이 모든 계획은 이곳이 고향이라는 아빠 회사 신입사원의 이야기에 아빠가 홀딱 넘어가 한순간에 결정되어버린 일이다. 가게 하나 없다는 이 섬에 조용히 낚시나 하며 쉬다 오려고 가족은 여행을 결정한다. 엄마의 꼼꼼함으로 엄청난 부식을 짐으로 챙겨서.

짐도 엄청난데 가는 길 또한 험난하다. 지하철, 기차, 배, 배, 배... 마지막 탄 바지선이 휭하니 가버리고 나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촉이 독자인 나를 휘감았다. 과연....?

내린 곳은 살풍경했다. 산같은 쓰레기더미에 허름한 집들.... 어딜 봐도 휴가를 즐길 곳은 아니었으며 통신도 두절.... 내가 뭐랬어. 불안감이 슬슬 현실이 되고 있는데, 마을에서 만난 어르신의 안내대로 비탈길을 넘어보니 거기는 완전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아담하지만 잘 정돈되고 깔끔하고 편리한. 거기서 가족은 호텔을 잡아 숙박을 시작한다. 하루하루 섬을 돌아보고 알아가며 벌어지는 일들이 이 책의 내용이다.

국가의 행정이 미치지 못하는 이 작은 섬에 중세적인 계급이 존재하고, 사원을 중심으로 권력을 잡은 촌장은 자신의 욕망을 '신의 음성'으로 둔갑시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여행객을 이용하려 한다. 그러나 진정한 '신의 뜻'을 아는 이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가족을 탈출시켜 준다. 그리고 저항하여 섬을 변화시킬 결심을 보여준다.

간신히 집으로 돌아온 가족은 꿈만 같지만 너무나 생생한 경험에 섬의 실체를 확인하지만 어디에도 실체는 없다. 신입사원은 그사이 사표를 내고 자취를 감췄으며, 호텔은 전화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반납 못하고 가져온 호텔의 열쇠가 가족의 체험이 사실이었음을 알려준다.

동화치고는 참 무거운 주제를 다룬 이 책에는 군데군데 매우 엄중하고 잊을 수 없는 구절들이 있다.
"인간을 누가 어떤 잣대로 특별함과 그렇지 않음을 판단합니까?"
"신의 말씀이 왜 그토록 중요한 겁니까?"
"신의 말씀이 곧 하늘의 마음이고, 그것이 곧 민심이기 때문입니다."

평범하지 않게 시작한 가족의 여행은 아주 긴장되고 험난하며 의미심장한 경험을 깊이 간직하게 해주었다. 근데 독자로 동행해야 하는 난 출발부터 마음으로 반대하고 있었다. 확실히 알지도 못하는 데를 왜 가? 가게도 없다고? 안 돼~~~ 무슨 짐을 그리 바리바리 싸? 아이고 고생을 사서 하네. 그만둬!
난 이번 휴가에 쉬러 갔던 1박2일, 2박3일 여행도 피곤했다. 내게 진정한 휴가는 방콕 아니면 까페콕. 무작정 여행이 가족에게 주었던 이 위험한 경험은 내게는 올 리 없는 것. 그게 과연 좋은 일일까?^^

그림책 작가 이주미 님의 그림도 책의 왼성도를 한층 높여준다. 추천하고 싶은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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