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야기 세 편이 담긴 저학년 단편집이다.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가 꽤 많이 출간되어 있긴 하지만 아직 엄마 이야기에 비할바는 못되는 것 같다. 아이들이 아빠와 관계를 맺을 기회가 그만큼 없다는 뜻 아닐까 싶다.세 편의 이야기에 나오는 아빠들은 모두 전형적인 아빠의 이미지는 아니다. 좋게든 나쁘게든. 작가가 창조한 아빠의 캐릭터들이 새로우면서도 재미있어서 좋았다. 따뜻하고. 난 따뜻한 게 좋다. 그리고 실제 세상엔 따뜻한 사람들이 더 많다고 믿는다(.....믿고 싶다.)표제작인 첫번째 이야기 '대단한 콧구멍'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봉구는 아빠가 갖고 싶었어." 봉구는 유복자다. 그런데 봉구의 바람이 이루어졌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의 아빠는 새아빠다. 새아빠와의 갈등? 그런게 꼭 있어야 하나? 아, 있다면 있다. 보는 사람들마다 아빠랑 안닮았다고 하자 봉구는 속상한 나머지 새아빠를 받아들인 걸 후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만회할 기회는 있었다. 둘이 진정한 부자지간이란 걸 당당히 알릴 수 있었던 기회. '대단한 콧구멍'이 그 역할을 했다.두번째 이야기 <못난이 삼총사>에서는 그림책 <돼지책>에서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게으른 아빠와 형제만 남겨두고 엄마가 쪽지를 남긴채 사라진 것이다. 마음껏 게으름을 피우고 식사는 배달음식으로 해결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래 갈 수가 없는 일.... 아빠는 할 수 없이 늘 시켜먹던 '하이루'에 배달원으로 취직했다. 우여곡절을 겪던 끝에 삼부자는 '못난이 삼총사'에서 '멋진 삼총사로 거듭나게 된다는 이야기. (이때쯤 엄마가 돌아오는 건 당연한 설정^^)세번째 이야기 <으뜸 아빠 대회>는 마음에 안드는 점이 몇가지 있었다. 일단 대회로 아빠를 선발한다는 발상 자체가 싫었고, 가난한 만화가 건이 아빠가 부자 회사원 도연이 아빠를 이긴다는 이분법도 싫었다. 부자가 좋은 아빠고 가난한 백수가 나쁜 아빠라는 편견은 물론 싫지만 그 반대의 편견도 싫다. 작가분들은 이런 면에서 독자의 수준을 조금 더 높게 보셨으면 한다.쓰다보니 아쉬운 점이 부각되었는데 그리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작가의 의도를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일수도 있겠다. 마지막 편이 살짝 신선함이 떨어지지만 나머지 두 작품의 참신함과 재미가 전체를 잘 지탱해주고 있다고 느꼈다.이땅의 아빠들은 힘들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2학년 어린이의 시가 회자된 적이 있었는데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엄마가 있어서 좋다. 나를 이뻐해 주어서.냉장고가 있어서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강아지가 있어서 좋다. 나랑 놀아주니까.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슬픈 자화상.... 아빠들이 아들 딸과 함께 이 책을 읽는 '저녁이 있는 삶'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책에서 웃음과 위로를 얻기를. 약간 시비를 걸긴 했지만 이 책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