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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꼴찌와 서 반장 - 앞뒤로 읽으면서 입장을 바꿔 보는 책 ㅣ 그래 책이야 8
송언 지음, 유설화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17년 2월
평점 :
송언 선생님의 책을 오랜만에 읽었다. 털보 선생님과 제자들이 나오는 설정은 여전한데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두 이야기가 앞뒤에서 동시에 시작해서 가운데에서 만나는 구성. 이런 책은 이전에도 더러 있었지.... '너는 나의 달콤한 □□'(이민혜/문학동네어린이) 정도가 기억난다. 이런 책의 특징은 같은 사건을 겪는 두 사람의 입장과 관점 차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두 사람은 장꼴찌(장도웅)와 서반장(서정민)이다. 장도웅은 공부는 꼴찌에 허구헌날 말썽만 부리는 학급의 골칫거리고, 서정민은 똑똑하고 나무랄데가 없는 모범생이다. 이들이 4학년이 되어 만난 털보 선생님은 이전에 만났던 선생님들과는 너무 다르다. 둘은 각각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장도웅은 1학년 때부터 선생님께 야단맞고 벌서고 꾸중들었다. 2학년 때는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으며, 3학년 때는 야단맞고 벌서고 꾸중 듣는 걸 스스로 당연한 일로 여기기에 이르렀다.
'서반장' 편에서는 반대의 내용이 라임을 맞추어 서술되어 있다. 서정민은 1학년 때부터 선생님께 칭찬받았고 사랑을 독차지했으며 심부름도 많이 했다. 2학년때는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으며.... 이런 식으로^^;;
이 아이들은 4학년 들어 의외의 상황에 대면했는데, 털보 선생님은 장꼴찌를 딱히 혼내지 않았으며 서반장을 딱히 칭찬하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이 둘은 당황스럽다.
자칫하면 역차별의 함정이 거론될 판이다. 오래 전에 읽은 '장건우한테 미안합니다'(이경화/바람의아이들)에서는 실제로 담임선생님이 이 함정에 빠졌다. 하지만 털보선생님은 백전노장이어선지, 아님 그냥 단순하셔서인지 이 함정을 성큼성큼 건너가신다.^^
앞뒤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딱 중간에서 만나는 그 페이지에는, 두 장의 편지가 나온다. 삐뚤빼뚤 장꼴찌의 편지. 그리고 또박또박 서반장의 편지.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선생님의 사랑과 가르침에 감사하며 1년을 마치는 아이들의 편지에 털보선생님은 참 행복했겠다.
교사의 사랑을 나누어주는 것, 그리고 그 표현방식은 참 중요하다. 나는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친절하다'는 평을 듣는 편인데, 뭐가 친절하단건지 잘 모르겠다. 뱃심이 모자라서 아이들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하는데 그것 때문인지.... 하여간에 나도 칭찬세례로 아이들을 들었다놨다 하는거 그런거 잘 못한다. 맘에 없는소리 절대 못하고 애정표현은 주로 구박으로 한다. 근데 그 애정표현을 알아먹는 신기한 녀석들도 있더라....^^;;;
다른 책에서도 보면 털보 선생님은 프로인듯 프로가 아니고 고수가 아닌듯 고수이다. 어떤 상황에서는 헐, 우리반에서 이랬다간 학부모 쫓아오지 싶을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선생님의 인내심과 속깊음에 감탄을 하게도 된다. 책마다 공통적인 건 말썽쟁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시는 선생님의 사랑이다. 털보선생님이 서반장에게 하신 말씀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을 수 있는 거잖아. 꼴찌라고 미움받는 게 당연하고 반장이라고 무조건 칭찬받아야 한다면 그보다 더 불공평한 일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이냐."와 같이 사랑 덜 받는 아이를 품는 성향은 작가가 일관적으로 보여주는 털보선생님의 캐릭터다.
선생도 인간인지라 싫은 아이 좋은 아이가 있다. 굳이 나를 변명하자면 난 공부잘하고 반장이라고 예뻐한 적은 없다. 마찬가지로 공부 못하고 장난꾸러기라고 싫어한 적도 없다. 내가 싫어하는 아이들은 일상의 평화를 깨는 아이들이다. 소시민인 내가 가장 추구하는 것이 일상의 평화인지라....ㅠ 권력을 쥐고 멋대로 하지 않고는 못견디는 아이들, 남의 괴로움과 불편함을 아랑곳하지 않는 아이들을 몹시 싫어한다. 애건 어른이건 그런 '인간'이 싫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도 사랑을.... 갈구할 것이다. 털보선생님은 이 아이들과 어떻게 만나실까? 진짜 강적을 만나신 이야기도 책으로 나오면 몹시 반갑겠다. 고학년용으로. 다음 작품을 구상하신다면 좀 부탁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