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왕 아모세 / 유현산 / 창비>이 책을 만화로 그리면 제격이겠다는 생각을 읽으면서 내내 했다. 어릴적 인기있었던 만화들은 대부분 이국적 배경을 가졌던 걸 기억하면서.... 이 책도 대단한 시공간을 가졌다. 3400년이나 거슬러 올라가는 기원전 이집트이니 말이다. 동화의 배경이 고대 이집트?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실제로 존재했던 시대를 문학작품의 배경으로 하려면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이 적절히 어우러져야 하는데, 독자를 몰입시킬 정도의 그럴듯함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작가는 고대 이집트의 신화와 역사와 생활상을 꼼꼼하게 연구하고 작품의 배경으로 잘 펼친 것 같다.(사실은 내가 고대 세계사와 신화에 약해서 잘은 모른다. 특히 이집트에 대해서는) 동화작가로서는 낯선 이름이었는데 소설을 쓰시던 분이라 한다. 펜이 꽤 묵직한 작가일거라는 느낌이다. 동화를 계속 쓰시려나?도둑왕이라고 제목에도 소개된 주인공 아모세는 권력싸움에서 제거된 이집트 관리의 아들이다. 고아가 되어 떠돌다보니 도둑질을 하게 되었고 도둑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동병상련을 나눌 쌍둥이 형제를 만나 '아모세 도둑단' 이 결성되었다. 여기에 원숭이 뮤와 스스로를 스핑크스라고 하는 고양이도 가세했다.도둑단은 투탕카멘의 장례를 위해 필요한 가슴장식 '호루스의 눈'을 훔쳐갔다는 누명을 쓰고 쫓기는데, 누명을 벗는 방법은 사라진 호루스의 눈을 찾아내서 결백을 밝히는 수밖에 없는 바, 쫓고 쫓기는 틈새를 요리조리 종횡무진하는 그들의 모험이 시작된다. 그 와중에 권력자들의 암투와 배신을 보면서 시대를 초월한 권력의 속성을 볼 수 있다. 단서를 찾고 해석하며 해결하는 과정도 꽤나 흥미진진하다. 재미있게 읽을 아이들이 많을 것 같다.솔직히 말해서 내게는 재미 면에선 최고에 들지는 못했다. 그래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이런 느낌의 동화는 처음 봤다"는 것이다. 정말 새로웠다.^^등장인물들, 특히 도둑단의 멤버 캐릭터들이 하나하나 살아있다. 그중에서도 자칭 스핑크스인 고양이의 캐릭터가 재밌기도 하고 매력있었다. 이집트 벽화의 그림체를 그대로 따른 것 같은 삽화도 큰 몫을 한다. 우와~ 동화의 지평은 이렇게 점점 넓어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