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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팥풀 삼총사 - 정의를 위해 싸운다! ㅣ 큰곰자리 27
유승희 지음, 윤봉선 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2월
평점 :
이 책을 '학폭해결 홍보대사책' 쯤으로 임명하면 어떨까 싶다.ㅎㅎㅎ 농담이다. 하지만 그런 느낌이 지나친 건 아니다. 곤충학교의 한 학급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학폭 상황을 실감나게 담고 있다. 결말은 현실적이기 보다는 좀 동화적이지만, 동화는 또 어느 정도는 동화적이어야 하니까. 그래도 충분히 시사점이 있다.
곤충 학급에 전학생이 왔다. 풀무치였다. 모두들 당황했다. 똑같이 생긴 곤충 둘이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콩중이, 팥중이. 이름 좋다^^) 셋은 콩팥풀 삼총사가 된다. 이 책의 제목처럼.
이 학급에는 엄석대보다도 더 쎄고 더 비열한 녀석이 있는데 바로 사마귀였다. 이놈이 하는 짓은 학폭 행위의 총망라라 하겠다. 위협하기, 폭행하기, 욕하기, 갈취하기, 따돌리기 등... 하는 말도 어찌나 실감나는지 분노가 일어난다.
"얘가 나를 나쁜 놈으로 만드네. 내가 돈이 없어 못 갚기는 해도, 안 갚은 적은 없지. 얼른 꺼내. 좋은 말로 할 때."
하며 돈을 빼앗는다든가,
"미안한 줄 알면 한 대 맞아도 안 억울하겠네. 그렇지?"
하며 주먹을 날린다든가.
문제가 선생님한테로 넘어가면 잡아떼기, 억울하다며 불쌍하게 울기 등의 역대급 연기를 하여 그 순간을 모면하는 기술을 시전. 이후에는 친구들에게 보복하기. 이러니 친구들은 감히 대항을 못하고 속수무책 당하고 산다. 이녀석 뒤에는 대부분 그렇듯이 자기 자식 주제를 파악 못하는 부모가 있다. 여기서는 교감선생님이 사마귀의 아빠였는데 자기 자식 모르기와 감싸기에선 여느 부모보다 나을 바가 없었다. 그리고 길앞잡이 담임선생님.... 사마귀의 문제를 알고 안타까워하지만 부모의 벽에 막혀 타개하지 못하는 모습..... 연약한 내 모습이 오버랩되며 미안하고 답답했다.ㅠ
현실에 맞서기 시작한 건 콩팥풀 삼총사였다. 일대일로는 상대가 안되는 풀무치들이지만 셋이 모이면 무시할 수 없었다. 여기서 평화교실 수업을 할 때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는 동영상 '3의 법칙'을 떠올릴 수 있다. 3은 또래압력이 작용하는 최소한의 단위다. 아이들에게 있어 또래압력은 교사의 개입이나 훈계보다도 훨씬 더 크고 지속적인 힘을 발휘한다. 단 3에서 그치면 안되고 이 선한 또래의 세력은 계속 커져야만 한다. 현실에서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다.
맞설 수 있는 세력이 있어야 하는 것과 병행하여, 한 명 한 명도 스스로 이겨내는 힘을 길러야 한다. 누군가에게 해결을 의존하는 건 일회성에 그친다. 스스로도 단단해져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마귀를 혼내 달라는 방아깨비의 부탁에 삼총사가 이렇게 응대한 것은 현명한 일이다.
결국 아이들이 모두 사마귀에게 맞서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사마귀는 이전과 달라진 아이들의 눈빛에 황급히 꼬리를 내린다. 그런데 이렇게 진상의 모습으로 끝내버리면 모양이 좀 그렇잖아? 훈훈한 결말을 준비해 준 작가님께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현실성에서는 약간 멀어졌지만 이런 결말 좋아. 말할 건 앞에 다 말했으니까 뭐.^^
이 짧은 이야기를 읽으며 몇몇의 아이들과 상황이 대입되었다. 나는 그동안 주로 무난한 학급과 고마운 학부모님들을 만나서 학폭이 당면한 문제임을 잘 모르고 학급을 꾸려왔다. 어떤 학급을 맡기 전에는.....ㅠ
그 학급을 맡고 나서 내가 그동안 교사로서 얻었던 인정과 학부모의 신뢰 이런 것들이 나의 능력과 전혀 무관하게 그저 은혜로 주어졌던 것임을 알게 됐다. 지나온 그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을 만나 손잡고 고개숙이고 싶었다. 너희들은 어떻게 나를 선생님이라는 이유 하나로 믿고 따랐니. 어머니들은 어떻게 저를 신뢰하셨나요. 고마웠습니다.....
사마귀같은 아이가 있는 교실은 없는 교실과 근본적으로 달랐다. 나는 사마귀와 대화하고 공감하며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변화는 매우 천천히 일어났고 당장의 변화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은 나의 등에 화살을 꽂았다. 또, 천성적으로(모르겠다 이 표현이 맞는지) 못된 인간도 있더라. 이런 인간들에게는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단호히 보여줄 필요도 있다. 아이들의 세계도 어른의 축소판일 뿐 같은 법칙이 적용될 때가 많다. 그러나 이나이 되도록 온실에서 살다시피 한 나는 성격적으로 이런 면에 취약하다. 또 학교의 시스템도 개인적인 카리스마에 의존하지 않고는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다시피하다. 카리스마 없어도 다른 반보다 약간 활발하다는 것 외에는 별 문제없이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내오던 내가 카리스마에 한이 맺혀 카리스마 컴플렉스에 걸리게 된 것이 이 때였다. 나는 아직도 이 컴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내가 또다시 사마귀를 맡는다면 그때보다는 쉽게 일년을 보낼 수 있으려나. 이 짧은 동화에서 알려준 3의 법칙, 스스로 단호히 맞서기 등은 현실에서 제대로 구현될 수 있으려나. 아, 또 한가지 알려주는 것이 있다. 사마귀는 맞설 대상이자 나의 제자이고 우리의 친구라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다소 비현실적인 결말은 그걸 말해주는 것이었나보다. 비록 지금은 우리가 너에게 맞설 필요가 있으나 그것은 너를 위해서이고 너는 우리의 친구이다.
이러니 학폭이란 얼마나 어려운가. 물론 당하면 최선을 다할테지만 그만두는 날까지 다시는 당하고 싶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학폭으로 고생하는 모든 아이들과 선생님들께 위로를. 그리고 이 책을 읽고 한번 더 생각해보자고 권해본다. 분량은 저학년. 내용은 고학년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