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이 사는 집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42
이꽃님 지음, 조윤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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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하는 두 주인공이 한챕터씩 번갈아가며 서술하는 방식이 흥미를 끈다. 대체 무슨 일이야? 궁금해지게 만드는 이야기 전개도 신선하면서, 끝까지 맥빠지지 않게 재미를 끌고 나가는 힘도 상당하다. 아이들에게 하루에 두 챕터씩(두 주인공별 한 챕터) 읽어주고 싶다. 다음이 궁금해서 목뺄 아이들이 많을 것 같다.

두 주인공은 이렇다.
조찬이 : 학교에선 겁이 많아 친구들의 놀림에도 맞서지 못하는 왕따 초등생. 밤의 인터넷 게임 세상에서 그나마 활약이 가능한 아이.
할아버지 : 조찬이와 가까이 창문을 맞댄 건너편 다세대 주택에 사는 할아버지. 새벽마다 수수께끼 같은 소음을 내는 의심스러운 노인.

조찬이네는 방세개짜리 아파트에 살다 이 좁은 다세대주택으로 이사를 왔다. 할아버지는 오래전부터 여기에 혼자 살았다. 두 집은 너무나 가까워 서로 창문을 열면 할아버지가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는 것까지 훤히 보일 정도다. 조찬이는 새벽에 나는 기이한 소음을 근거로 할아버지를 '의심스러운 범죄자'로 규정했고 할아버지는 매일 자신을 훔쳐보는 조찬이를 '귀찮은 감시자'로 규정했다. 그 상태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는 발전되며 사건이 전개된다.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난 두 사람의 공통적 문제를 '소외감'이라고 짚었다. 조찬이는 자신이 친구가 많다고 한다. (학교에는 없지만 인터넷 게임 세계에서) 그 중 가장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는 '무적용사'. 무적용사와 조찬이는 할아버지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 물리칠 방법을 궁리한다. 하지만 나중에 무적용사의 실체가 밝혀졌을 때, 자신이 믿었던 친구는 허상이었음을 알게 됐을 것이다.(온라인 친구란... 어른들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ㅠ 모두가 그렇진 않지만)

할아버지는 월남전에 참전했던 군인이었다. 전쟁이 좋은 것도 월남전이 잘한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할아버지의 존재감이 빛을 발했던 곳은 전쟁터였다. 할아버지는 아직도 거기에 머물러 산다.

적이었던 두 사람이 극적으로 화해하며 동지가 된 것은 본의아니게도 서로의 존재감을 채워주게 되면서부터였다. 닫혀있던 이들의 삶은 이를 계기로 건강하게 열릴 기회를 갖게 된다. 학급긍정훈육법에서 말하는 "아이들은 소속감과 자존감이 채워지지 않을 때 생존을 위한 행동, 즉 어긋난 행동을 하게 된다" 라는 원칙은 사실 모든 연령대에 적용되는 것 같다. 원수로 만난 두 사람이 이렇게 서로의 빈 존재감을 괴어줄 돌멩이를 가진 존재였다니. 정말 재미있고 훈훈한 설정 아닌가!

나도 뒤돌아보면 운이 좋아 나의 자리매김을 하며 살아왔지만, 만일 그렇지 못했을 때 내가 얼마나 음울하고 비뚤어진 존재로 살았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건 사실 누가 해준다고 될 일도 아니긴 한데, 반전의 기회를 혼자 만들기 어려운 경우 주변인들이 만들어준 작은 성공의 경험이 큰 힘이 되는 경우도 있다. 교사야말로 이 일에 가장 적당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에잉... 오늘은 결론이 왜 이쪽으로 가는거지.... 저는 이 책에서 소속감과 자존감의 원리를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아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진 않겠지요. 무슨 생각을 할 지는 모르겠으나 그건 아이들의 몫. 일단 재미있으니 읽어줘도 권해줘도 좋겠다는 말로 리뷰를 맺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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