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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가방을 멘 아이
조르지아 베촐리 지음, 마시밀리아노 디 라우로 그림 / 머스트비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차별과 편견에 맞서는 8살 여자아이에 대한 이야기다. 아마도 자전적 이야기 비슷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아이는 작가의 딸이고, 이런 딸의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격려해준다는 엄마는 바로 작가가 아닐지?(그냥 나의 짐작)
아이가 맞서는 첫 편견은 성역할에 대한 것이다. 입학 선물로 스파이더맨 가방을 사달라고 하자 사주는 이모도, 파는 아저씨도 몇번씩이나 되묻는다. 학교에 메고 가자 친구들이 놀린다.
포켓몬 카드를 가지고 같이 놀 친구들이 여자아이를 중에는 없다.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사람들은 '남자아이들 장난감'이라고 말하며 이상해 한다. 아이는 이것을 이해할 수 없다. 왜 사람들은 '남자용'과 '여자용'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지 말이다.
엄마의 설명을 보자.
"텔레비전 광고 보지? 텔레비전에서는 누가 인형을 갖고 놀지?"
"여자애들이요."
"누가 괴물이나 슈퍼 히어로를 갖고 놀지?"
"남자애들이요."
이렇게 엄마가 성역할 이미지를 고정시킨 것들에 대하여 설명하자 아빠는 남자것 여자것을 가리지 말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놀아야 한다고 말씀한다. 그러다보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가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라고. 이때 "오늘 난 스파이더맨 가방을 메는 것이 중요하다는걸 깨달았어."라며 자신의 행동에 의미부여를 하는 아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외에 외모에 의한 차별, 인종에 대한 차별 이야기도 잠깐씩 나온다. 얼마전 본 영화 <히든 피겨스>가 떠오른다. 마지막으로 엄마 아빠의 친구인 여성커플과의 만남이 나오는데 이들은 이 나라에선 결혼할 수 없어서 다른 나라로 간다고 한다. (작가는 이탈리아 사람이다.)
아이가 한손에는 여자인형을 다른 손에는 남자인형을 들고 "나는 사랑, 행복, 평온이 있는 삶을 원해요."라고 말하며 이 책은 끝이 난다. 좀 도식적이고 웅변적이라 감동은 없지만 작가가 무엇을 위해 무슨 말을 하려고 책을 썼는지는 충분히 알겠다.
솔직히 나는 이런 문제에 대해 피부로 느끼며 살아오진 않았던 것 같다. 이에 대하여 내 언니는 "니가 비교적 남녀가 동등한 교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데다가 우리 부모님이 어렸을 때 남동생과 우리를 전혀 차별하지 않았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맞는 말 같다. 게다가 남편과 시부모님도 나를 존중하고 다른 구성원들보다 내가 힘들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여자가 차별당한다며 피를 토하듯 성토하는 말들에 그렇게 마음이 동요하진 않았다. 또 앞에 나서기 싫어하고 첫번째보다 두번째 자리가 편한 내 성격 탓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느낌은 개인적 경험에 기인하는 바가 매우 큰데 나는 그동안 별 문제의식 없이 살아온 것이다. 그러나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려면 자신의 경험과 느낌의 한계를 넘어 객관적으로 세상을 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나도 나의 인권감수성을 좀 더 키워야 하나 이 책을 보며 생각하게 되었다. 솔직히 재미있는 책은 아니었지만 아이들과 이 문제(양성평등)를 다룰 때 길잡이가 되어줄 책 같아서 잘 기억을 해놓으려고 한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나보다는 진일보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