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네 옆집이 수상하다! 초승달문고 39
천효정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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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직업을 딱히 부러워하진 않는데 교사이면서 작가인 분들은 부럽다. 작품을 읽다보면 천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이들. 천효정 작가가 대표적이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했던 삼백이 이야기를 읽고 세상에나~ 하고 놀라버렸다. 신에게 이야기주머니를 받았구나.... 이후 건방진 수련기 등으로 이야기 주머니를 찼음을 계속 증명하고 있다. 오늘 읽은 이 작품은 최근작이다. 귀엽고 깜찍한 저학년 동화다.

강낭콩만한 꼬마 생쥐 콩이. 늘 빨빨거리고 싸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참견하기 좋아하는 오지랖 캐릭터다. 어느날 집 옆에 새로 생긴 구멍을 발견하게 되는데 저 안에 있는게 누굴까?라는 궁금증으로부터 이야기는 펼쳐진다.

각 장마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전체를 통틀어도 길지 않은 이야기인데 한장 한장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이리도 선명하고 독자에게 뭔가를 말해준다니! 다음 캐릭터는 콩이의 친구 두더지 빽인데 남의 뒷담화가 특기다.
"얼마 전에 들었는데, 토끼가 쫄딱 망했다는군. 있는 잘난척 없는 잘난척은 다 하더니, 거지 신세가 될 줄 짐작이나 했겠어?" 이런 식.

다음 캐릭터는 청개구리 씨니. 청개구리의 숙명적 특징 -반대로 말한다- 외에도 비비꼬아 말하는 특징이 있다.
"콩이구나! 오늘따라 유난히 차분해 보이네!"(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콩이를 보고 한 말)

다음은 청설모 깡군아저씨. 차갑고 무서운 외모에 숨겨진 배려와 따뜻함.
두꺼비 떡두도 있다. 비꼬기대장 씨니를 무력화시키는 그 순수함.

모두들 콩이네 옆집 수상한 존재를 두려워하는데, 콩이네 집에 다같이 모여 있던 어느날,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누구세요?"
"옆집에 이사온 동물이에요."
친구들은 멘붕에 빠지고, 콩이는 마침내 문을 여는데, 옆집의 그 주인공은.....
매우 예측 가능한 인물이긴 한데^^ 추리소설은 아니니까 뭐.ㅎㅎ

깡군 아저씨의 따뜻함을 알게 된 것도, 두려워만 하던 옆집 식구들과 소통하게 된 것도 모두 콩이의 오지랖과 인간에 대한(아니구나 동물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 때문이었다.
"니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이 말을 듣는 상대방은 내심 감동하게 될 것이다. 나도 가끔 아이들한테 이런 멘트를 쓸 때가 있다만.....
우리 아이들에게 무조건적 신뢰를 가르칠 수가 없는, 아니 가르쳐서는 안되는 세상이어서 조금 슬프다.

이 책은 꽤 재밌다. 읽어주기용으로도 아주 좋겠다. 저학년용이지만 중학년 정도 수업에서 간단한 캐릭터 분석 활동으로도 좋을 것 같다.

유사 이래로 무수한 이야기들이 창조되고 전승되어 왔건만, 그래도 아직 이야기의 샘은 마르지 않고 있음이 신기하고도 다행스럽다. 작가의 이야기주머니에서도 계속 흘러나올 이야기를 나는 그저 아이들과 재미있게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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