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소원을 들어주지 마세요 두뼘어린이 7
김태호 지음, 홍하나 옮김 / 꿈초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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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소원을 들어주지 마세요 / 김태호 / 꿈꾸는초승달>

이 작가의 <제후의 선택>을 재미있게 읽어서 신작이 나온걸 보고 바로 찾아 읽었다. 제후의 선택과 그 전작이 모두 단편이었으니 작가의 첫 장편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길이만 길 뿐 훨씬 편하고 가벼워졌다. 단편들은 고학년은 되어야 권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 작품은 3학년 정도면 권해줄 수 있겠다.

제목과 표지그림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무릎 꿇고 소원을 비는 듯한 아이 옆에 컸다가 점점 작아지는 "제발 소원을 들어주지 마세요"라는 제목은 마치 아이의 육성처럼 느껴진다. 아이들과 도서실 수업을 갔다가 이 책을 대출해서 나오는데 몇몇 아이들이 "응? 제발 소원을 들어주지... 마세요?" 라며 궁금해 한다.^^

첫번째 등장인물은 붕어빵 장수 황도사다. 한자리에서 30년을 버텨낸 업계의 지존이다.
두번째로 등장하는 인물은 세구다. 하루가 멀다고 찾아오는 초딩단골이다. 마침 황도사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전설의 황금붕어빵을 만들어낸 참이었고 세구는 첫 손님이었다. 먹는동안 소원을 빌라는 말도 잊고 세구는 그 다이나믹한 맛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삼킨 후에야 겨우 소원을 빌었다. 그 소원이란.....

세구네 선생님은 언제나 1등을 외치는 분으로, 매일 시험을 보고 등수도 발표한다. 꼴찌에서 두번째인 세구는 학교생활 자체가 수치고 고역이다. 그래서 황금붕어빵에게 빈 소원은 "반에서 1등이 되게 해주세요."

그러나 다음날 본 시험 점수는 20점. 역시 소원은 이뤄지지 않는 것인가? 그런데, 그 소원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엉뚱한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세구의 점수가 올라가는 게 아니라 세구 앞에 있는 친구들이 하나씩 전학을 가는거다. 오오오 그런 방법이 있었네. 하지만 섬뜩하지 않은가?^^

친구들이 자기 때문에 떠나는 것도 괴로운데 붕어빵 황도사님도 천막을 접고 떠났다. 어찌할 바 모르는 세구는 표지의 저 제목과 같은 기도를 할 수밖에 없는데...... 세구가 깨닫게 된 것이 있다. 1등은 공부가 아니어도 된다는 거다. 급식먹기를 1등으로 잘해 칭찬받은 다음날, 처음 전학갔던 친구가 돌아왔다. 이 대목을 읽고 난 우리만 포실이가 생각나 웃었다. 우리반엔 식판을 싹싹 비우는 아이들이 몇 없다. 하지만 포실이는 언제나 1등으로 싹싹 비운다. 오늘 학급평화회의를 하는 날이었다. 특별한 안건이 없는 날은 칭찬과 감사 나누기를 한다. 먼저 한 명이 "저는 ~~~~한 것을 칭찬받고 싶습니다." 하고 마이크를 넘기면 다음 사람이 "~~~하시다니 정말 훌륭해요. 칭찬합니다." 이런 식으로 한바퀴 도는 거다. 시작 전에 포실이는 내게 다가와 "급식 먹은거 말해도 돼요?" 하고 물었다. "그럼~~ 아주 좋지." 그제야 안심하며 자리에 앉는 포실이. 하지만 자기 차례가 되니 머뭇거린다. "괜찮아. 어서해~" 했더니 "놀릴 거 같은데..." 라며 고인 눈물을 손바닥으로 쓰윽 닦아낸다. 다행히 다음 아이가 아주 센스있고 사려깊은 아이다. "포실님, 편식도 안하시고 급식을 잘 드시니 정말 훌륭해요. 저도 포실님처럼 편식을 안했으면 좋겠어요."
기특한 내새끼들. 그것도 모자라 다같이 박수를 짝짝짝. 포실이의 얼굴에 활짝 번지는 쑥스러운 웃음.^^

그래. 백인백색이듯 백인백칭찬이 있는 것이지. 세구도 찾아보면 1등할 것이 많다. 세구의 1등하기 대작전. 여기에 맞추어 친구들은 하나둘씩 돌아온다. 세구가 '우리 동네' 발표를 하는 장면이 아주 감동적이다. 30년 역사의 붕어빵집과 황도사님을 소개하는 내용.(여기에 특별히 감동받을 수밖에 없는 또다른 인물의 사연도 있다) 세구의 발표는 친구들에게 많은 칭찬을 받는다. 내일이면 아마도 한 명 남은 친구도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황도사님도.^^

상징이 깊고 좀 무겁기도 했던 단편들과는 상당히 느낌이 다른 새로운 작품이었다. 아이들을 한 줄로 세우지 않는, 아니 줄을 설 필요가 거의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며 서로 칭찬하며 살면 좋겠다. 알흠다운 우리반 녀석들처럼.(하교지도할 때 서로 맨 앞에 서겠다고 아귀다툼을 벌인다는 것은 굳이 밝힐 필요 없는 비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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