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정 통신문 소동 ㅣ 노란 잠수함 1
송미경 지음, 황K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7년 2월
평점 :
늘 기대되는 송미경 작가의 신작 저학년 동화다. 얼핏 읽어서는 현실성이 너무 없다.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보냈던 학부모이자 초등교사이기도 한 나의 눈에 비친 내용은 허무맹랑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나는 그 문제의식에 주목하려고 한다.
1. 첫째는 가정통신문의 무용성이다. 많으면 하루에 대여섯장씩도 배부되는 가정통신문 중에 정말 가정에서 유용한 정보는 반도 안된다. 나머지는 그저 '안내해야 해서' 내보내는 것들이다. 학교는 지침을 충실히 따라야 하는 곳이라서. 때로는 "읽었음"보다도 "안내했음"이 더 중요하기도 하다. 이런 현실에 문제의식을 갖고 요즘에는 '학교종이'라는 앱을 사용하는 학교들도 있다고 한다. 종이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신청이나 취합도 자동으로 된다고. 우리 학교도 사용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종이는 학교에서 다 쓴다"는 말도 있다. 인쇄실 가보면 그 쌓여있는 종이들이 장난 아니다. 그게 허물어지는 속도 역시 장난이 아니고.
2.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과 그 질이다. 새로 오신 이상한 교장선생님은 가정통신문을 도통 보내지 않다가 어느날부터 주말마다 엉뚱한 가정통신문을 보내는데(나중에 보면 여기에는 반전이 있지만 어찌됐든) 가족이 함께 하는 주말과제 같은 것들이었다. 놀이공원 다녀와서 인증샷 내기, 만화나 영화 보고 학부모 감상문 내기, 컴퓨터 게임하고 진 사람이 소감문 내기 등등.... 부모님들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열심히 과제를 해냈고, 그 과정에서 조손가정이던 리지네도 다른 가족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아주 좋은 내용인데 실제로 현실성이 가장 없는 부분이다. 이런 과제를 3주 연속 내주고도 교장실 전화통에 민원전화로 불이 나지 않을 학교는 대한민국에 없다. 그 과제의 결과가 위와 같이 훈훈하리라는 보장도 절대 없다. 하지만, 동화니까 뭐.^^
3. 학교에서 교장의 역할이다. 새로 오신 교장선생님이 주로 하시는 일은 집게를 들고 다니며 쓰레기를 줍거나 화단의 벌레를 잡는 일이다. 물론 교장도 고유의 업무가 있으니 이것만 하시고 교장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역할을 자처하시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교장이 위엄있는, 지시적인 자리에서 내려와 학생들과 호흡을 같이 하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크고 중요한 사안에서 학생 상담과 생활지도, 학부모와의 연락 등을 교장이 담당하는 역할의 전환도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아까 말한 반전 이후에 교장 선생님이 하셨던 일을 보니 아이들을 관찰하고 아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가정으로 연결하는 일들을 하셨던거다. 너무 바라는 게 많은가?^^;;
이야기의 뒷부분은 '아이들이 저지르고, 교장샘이 다듬고, 학부모들이 참여한' 동네잔치 이야기다. 가히 '마을이 학교다'의 전형이라 하겠다. 실제로 이렇게 바보같도록 순하고 긍정적인 학부모들은 거의 없으며, 아이들이 친 사고를 긍정적으로 수습하여 마을행사로 연결시키는 교장선생님도 없다. 말하자면 동화같은(!) 이야기라 하겠다. 하지만 난 그 동화에서 몇가지 현실의 문제와 소망을 본다. 아이들은 어떨까? 알게 뭔가. 자기들이 느끼고 싶은 걸 느끼겠지. 그럼 된거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