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택배맨 손잡고 걸어요 5
양지안 지음, 김선배 그림 / 낮은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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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고 걸어요' 라는 이 시리즈가 맘에 든다. 가장 먼저 읽은 건 김기정 님의 <고제는 알고 있다> 였는데 유머작가로만 생각하던 김기정 님의 찡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읽게 되어 참 좋았다. 두번째로 읽은게 이 책이다. 이 책을 읽고는 이 시리즈의 책들을 살펴보게 되었다. 3권이 더 있다. 모두 읽어봐야겠다. '손잡고 걸어요'라는 시리즈의 제목이 말해주듯 소중히 여겨야 할 우리 주변의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중 이 책은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첫편 <엄마의 오른팔>의 민우 엄마는 급식실 조리사다. 무거운 도구들을 다루고 옮기다보니 엄마의 몸은 여기저기 망가져서 병원과 한의원을 오가며 살아야 한다. 그래도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볼 때 기뻐서 이 일을 놓고 싶지 않다고 한다.

표제작 <우리아빠는 택배맨>의 아빠와 삼촌은 제목 그대로 택배맨이다. 우리가 빠르고 좋은 서비스를 받으려고 할 때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힘든 노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해준 이야기였다. 학교로 물건을 주문할 때(예들 들면 책이나 생수) 택배요구사항에 "교실로 가져다 주세요"라고 쓰곤 한다. 이중 진짜로 교실까지 생수를 가져다주는 경우는 쿠팡맨이 유일했고 나머지 분들은 1층 교무실에 놓고 가셔서 궁시렁거리며 내가 들어 옮기곤 했다. 다음부터는 그말을 쓰지 말자. 쿠팡맨한테도....

마지막 <굴뚝 위로 올라간 강낭콩>은 세 편 중 가장 먹먹한 이야기였다. 유일하게 어른이 화자인 이야기기도 했다. 아저씨는 지금 까마득히 높은 공장 굴뚝 위에서 시위중이다. 딸아이가 올려보낸 강낭콩 화분에서 꼬투리가 터져 기뻐한다. 하지만 그 기쁨을 누리기에 아저씨의 처지는 너무 열악하고 위태롭다.
"나는 땅으로 내려가고 싶어. 그리고 일하고 싶어."
"정말 고마워. 내 이야기 끝까지 들어 줘서...."
이 부분이 특히 눈물겨웠다. 목숨을 걸고 그 높은 곳에 올라가 있어도 관심을 가져주는 이조차 많지 않다. 나도 솔직히 그런 사람에 속하기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내용이 가볍지 않은데 얇은 분량 때문인지 저학년용으로 분류되어 있다. 저학년도 물론 괜찮지만 고학년들과 사회문제를 다룰 때 읽어주고 시작하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

또 어찌보면 진로교육은 이런 이야기에서 출발해야 맞다고 생각한다. 힘들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 그 일의 소중함. 그들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권리에 대해서 말이다. 겉핥기 직업체험 중심의 요즘 진로교육에 대해서 나는 불만이 많다. 진로체험부스들 열어놓고 요리사, 마술사, 만화가, 제빵사 등등의 소꿉놀이 같은 활동을 해보는건 역할놀이지 진로교육이 아니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커서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힘든 노동에 종사해야 하고, 그 안에서 일과 삶의 보람을 찾고 가족들을 부양하며 쉴 때는 쉬면서 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의 가치와 기본적 권리를 가르치는 것이 진로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에 이르니 이 책이 더욱 가치있게 느껴진다. 민우엄마를 보고, 찬하아빠와 삼촌을 보고, 승범아저씨를 보고 '공부못하면 저렇게 힘든 일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한다면 차라리 읽지 않는 것이 낫다.(이 책을 읽어주고 독후감을 받는다면 그렇게 써서 낼 것 같은 아이가 우리반에도 있다. 물론 부모의 교육방식과 많은 관련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구성원들의 생활을 가능케하는 온갖 일들을 맡아 하며 살아갈 때, '나는 부속품에 불과하구나' 라는 자각이 아니라 '내가 이 사회의 한 부분을 유지하고 있어' 라는 자부심으로 일하게 되길 바란다.

이 책을 읽게 된건 교육청에서 보낸 어느 공문에서 한책읽기 독후감공모 선정도서였기 때문이었다.(아이들과 한번 해볼까 싶어서) 이와 같이 요즘은 이런 책을 읽는 것도 금기시되던 옛날과는 많이 다르다. 이런 내용의 책들이 많이 나오기도 하고 권장되기도 한다.(심지어 관에서?^^;;;) 하지만 실제로 변화된 것은 별로 없어보인다. 그 이유가 뭘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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