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늘부터 일기 쓸 거야 나 오늘부터 시리즈
방미진 지음, 김진화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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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한테 일기란 무엇일까?
신나게 놀 수 있는 주말을 짓누르는 어깨의 짐 같은 것?
숙제 중에 가장 지겨운 것?
하지만 개중에는 일기를 통해 풍부한 생각을 펼쳐놓아 버리기 아까운 소중한 기록물로 남기는 아이도 있다.

선생님들한테 일기란 무엇일까?
검사해줘야 하는 일거리?
인권침해의 논란이 되는 것?
하지만 그 장점을 알기에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올해는 2학년 아이들과 함께 하는데 나도 첫주부터 일기를 바로 시작했다. 아이들이 1학년 후반부부터 이미 일기를 써오고 있었다. 그래선지 그럭저럭 무리없이 써온다. 꽤 잘 쓰는 아이도 있고. 하지만 '이미 배운 것'으로 치고 그냥 써오라고만 해도 될까 라는 아쉬움이 늘 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발견해서 당장 읽어보았다.

이전에 나온 일기관련 책들도 꽤 많다. 일기 잘 써서 유명해진 아이의 일기를 묶은 책도 있고, 유명한 선생님의 학급 아이들 일기를 묶은 책도 있고 일기 작법 같은 책도 있다. 다들 좋지만 난 이책이 가장 맘에 든다. 아주 매력적이다!

이 책에는 일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한동네 사는 세 친구(+동생 한 명)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한 에피소드가 끝나면 그날 쓴 세 친구의 일기가 나오는 식이다. 한 사건을 각자의 시각에서 쓰면 이렇게 다르구나를 알 수 있는 점도 재미있고, 이런 일을 겪었을 때 이렇게 일기를 쓰면 되는구나도 알게 되는데, 분량이나 문장력 면에서 볼 때 그다지 훌륭하게 잘 쓴 일기도 아니라는 점이 아이들에게는 매력적이겠다.^^

내가 이 책에 감탄한 것은 일기 부분을 빼버려도 작품이 되겠다는 점이다! 그냥 한 편의 동화로 읽어도 좋다. 동화작가가 쓰신 책이라 가능하지 않았겠나 싶다. 솔직히 이 작가분의 동화를 거의 읽어보지 못했는데 한번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구성에 일기 작법의 내용도 있는듯 없는듯 센스있게 들어있다. 어떤 날은 생활일기, 어떤 날은 주장일기, 편지일기, 견학일기, 만화일기, 동시일기 등이 골고루 들어갔고 뜻밖에 영어일기도 있었는데 완전 웃겼다.ㅎㅎ

이름도 촌스러운 네 아이. 달봉이, 나나, 칠칠이(+동생 칠순이). 평범하고 순진한 이 아이들의 일상은 이세상 사느라 영악해진 아이들에게도, 그 아이들 곁에서 스트레스 받는 순한 아이들에게도 모두 따뜻한 위로가 될 것 같다. 부족한 듯 이렇게 살아도 행복해. 일기도 조금 부족한 듯 써도 괜찮아. 진심이 담긴다면 말이야.

또하나 좋은 점은 '읽어주기'에도 괜찮겠다는 것이다. 이 책을 우리반 돌려읽기 목록에 넣을까? 싶었는데 그냥 읽어주기로 마음을 바꿨다. 일기 부분만 스캔해서 ppt로 만들고 동화부분을 읽어준 후 "그날 저녁, 아이들은 이렇게 일기를 썼대." 하고 보여주면 어떨까 싶다. 은연중에 아이들 일기에 좋은 영향을 줄 것 같다.^^

뒹굴뒹굴 보낸 주말, 이래도 되나 하는 가책이 올라오려 할 때, 이 책의 발견이 주는 수확으로 나는 당당해지려 한다. 오늘도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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