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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의 마지막 임무, 학교 안전을 지켜라! - 안전한 생활 ㅣ 랄랄라 학교생활 4
이서윤 지음, 홍원표 그림 / 풀빛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부터 1,2학년 주당 수업시수가 1시간 늘었고 '안전한 생활'이라는 교과서가 생겨났다. 창체에 편성해서 정해진 시수만큼을 다뤄야 한다.
그 교과가 생긴 배경에 대해서는 말하자면 입아프고 기분도 나쁘니 언급을 관두겠다. 하여간 교과서까지 들어온 마당에 그 배경이 어떻든간에 수업을 거부할 수도 없는 일이고 이왕이면 시간만 때우는 수업은 하지 말자는게 이 지독한 모범교사의 몸에 배인 습성인지라 이런저런 책을 찾아보았다. 사실은 '안전한 생활' 교과서로 한 차시 수업을 해보고 너무 답답해서이기도 했다. 안전이란 학기초 학급세우기를 할 때부터 학급 규칙의 토대가 되는 요소이며 생활지도상 꾸준히 지도하고 있는 부분인데, 교과서를 떡하니 펴놓고 수업하자니 새삼스럽기 그지없었고 수업도 참 지루했다.
안전수업은 첫째로 실습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체험시설이 필수다. 교통안전이 주제라면 실제 도로와 거의 같은 교통안전학습장 같은 곳에서 실제로 길을 건너보며 익혀야 한다. 화재안전이라면 소화기를 모두다 다뤄보고, 연기를 피해 건물을 탈출하는 연습도 해보아야 한다. 이러한 시설은 지차체 혹은 교육청별로 갖추어야하고 관내의 모든 1,2학년이 체험할 수 있도록 스케줄도 짜서 안내해야 할 것이다. 그런 것도 전혀 해놓지 않고 교과서만 던져 주고 시수만 늘려 놓으면 안전교육이 되냐고?(아, 욕 안할라고 했는데 더 말하다간 나오겠네)
실습으로 다루기가 어려운 내용일 때, 두번째 방법은 구체적인 내용의 실감나는 동영상 정도 될 것이다.(이런 수업자료들도 교사들에게 주어진게 거의 없다) 그다음 세번째 방법쯤이 책이 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봐야지. 그래서 책을 찾아보게 된 것이다.
출판시장도 참 발이 빠르다. 때맞추어 딱 이런 책이 3월에 출간되었다. 이러한 실용적 목적의 책은 왠지 뜨악한 눈으로 보게 되는데, 이 책은 꽤 괜찮았다. 아직 다른 책을 다 살펴보지 못해서 확실히 정하진 못하겠지만 돌려읽기 목록에 넣어 함께 읽은 후에 무한 되새김질 하면 교과서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다.
이 책은 안전의 여러 분야 중 학교안전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리고 초등학교 선생님이 쓰셨다. (저자인 이서윤 선생님 이름을 처음 접했는데 이 책 말고도 저서가 많다. 이 책이 속한 '랄라라 학교생활' 시리즈를 모두 집필하신 듯) 초등교사가 쓴 학교안전책. 가장 실제적이지 않겠는가? '작가의 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선생님은 오늘 비장한 각오로 여기에 왔답니다. 여러분에게 공포영화보다도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죠. 바로 학교는 안전한 곳이 아. 니. 다. 예요."
이 책의 주인공은 다양한 성격의 아이들이고, 퇴역한 슈퍼맨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슈퍼맨은 학교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와 안전수칙을 알려주며 사고 위기에서 아이들을 구해주기도 한다. 교사들이 우리반 또는 옆반 또는 옆학교에서 들었던 많은 사고들이 이야기에 등장한다. 연필이 귀에 꽂혀 연필심이 들어간 사고, 가위를 손에 들고 있다 눈을 찌른 사고, 칼질하다 손가락이 잘린 사고, 복도나 계단에서 넘어져 뇌진탕이나 앞니가 부러진 사고, 창가에서 떨어진 사고, 급식차를 거칠게 다루다 생긴 사고, 과학실 수칙을 지키지 않아서 생긴 사고.... 그 외 운동장, 등하교길, 현장학습에서의 사고들을 들려주며 학교생활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총체적으로 설명한다.
책으로 하는 안전교육에 한계는 있겠으나 현장감있는 동화 형식이라 교과서보다는 백번 낫다. 이 책을 모두 읽고 해당주제가 나올 때마다 한꼭지씩 다루며 나의 경험도 들려주고 아이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면 훨씬 낫겠다. 무엇보다 "너희들에게 질서를 요구하는 것은 너희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라는 말을 더이상 잔소리로 받아들이지 않게 될 것 같다. 활자화된 책이 가진 말의 무게가 있다. 여기에 좀 빌붙어보겠다.^^
이 책에서의 표현대로 사고가 일어나는 건 한순간이다. 교사의 불가항력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일단 사고가 일어나면 그걸 감안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교사는 "막지 못하고 뭐했나?"는 비난 앞에 죄인이 되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차피 내제자 다쳤는데 맘편할 교사는 없을 터, 최대한 조심시키고 잘 연습시키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교사들에게도 좋은 참고가 되겠다.
책의 마지막장은 '부모님께 드리는 말씀'이다. 적절한 조언을 잘해주신 것 같다. "대부분의 안전사고의 시작은 아이들의 장난에서 시작됩니다. 부모와 교사가 너무 엄격한 것도 문제지만 너무 허용적인 것도 문제입니다. 아이들이 해도 되는 행동과 해서는 안되는 행동을 분명히 해서 평소에 안전에 대한 개념을 분명히 심어주셔야겠습니다."
동감이다. 교사들도 새겨들을 말이다. 올 한 해 아이들과 안전하고 즐거운 교실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