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이라는 두껍고 딱딱한 느낌의 낱말을 제목으로 삼은 책들이 꽤 나왔다. 그 시작은 채인선 님의 <아름다운 가치사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책이 나온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초등샘들께 가장 사랑받은 책이 아닐까 한다. 학교 현장에서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었다.그 이후 사회가치사전도 나오고, 어린이 인성사전도 나오고 하더니 이번에는 감정에 대한 사전이 나왔다. 제목은 <아홉 살 마음 사전>이다. 백지를 주고 감정을 표현하는 말을 적어보라면 우리 아이들은 몇 개나 적을 수 있을까? 설마 10개도 못 적지는 않을테지? 20개는? 나는 몇개나 적을까? 세상을 꽤 살았으니 50개쯤? 이책에는 자그마치 80개의 낱말이 나온다. 펼친 페이지당 한 낱말이 제시되고, 왼쪽면엔 그 감정의 상황이 그림으로 표현되고 오른쪽면엔 낱말에 대한 풀이가 되어있다. 풀이는 가장 윗단에 사전적 풀이가 나오고 이어서 상황적 풀이가 세 가지쯤 나온다. 이 방식은 <아름다운 가치 사전>과 비슷하다. '감정'을 다루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교사들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요즘에 와서야 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감정출석부 등을 활용하시는 분들이 많다고는 들었는데 나는 아직 그 의미를 잘 모른다. 전에 근무한 학교에서는 학교차원에서 아주 좋은 종이에 칼라출력해서 일괄 나눠주었는데 그 활용 의미가 와닿지 않는 나는 번거롭기만 했었다. 요즘에는 감정카드도 다양하게 나와있다. 올해는 나도 활용해보려고 그 중의 하나를 구입했다.^^새로 바뀐 국어교과에도 <3.마음을 표현해요>처럼 온전히 '감정'을 다룬 단원이 들어갔다. 왜 감정에 주목하게 되었을까? 사람을 움직이는 동력은 사실상 이성보다는 감정이다. 이성이나 신념으로 가장한 감정도 많다. 본인도 그것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표현에 서툰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자신의 감정을 정직하게 들여다보아야 건강한 표현이 나오고, 남의 감정을 이해할 줄 알아야 건강한 대응이 나온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러한 사전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특히 아이들 눈높이에서 썼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제목처럼 아홉살의 눈높이에서 썼다.(이렇게 하면 독자가 한정될듯한데 왜 꼭 나이를 명시했을까? 그건 좀 궁금하다^^) 예를 들면 [감격스러워 ; '역시 난 머리가 나쁘지 않아.' 2단도 못 외우다가 구구단을 다 외웠을 때 드는 마음] 이런 것들이다.앞에서 말한 그 단원의 지도계획을 아직 세워보진 못했다. 일단 '어린이 감정 요리법'이란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생각인데, 그 책에서 다루는 감정의 종류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감정들 정도여서, 이 감정들 외에도 우리 안에는 이렇게 많은 감정들이 살고 있단다 알려주기에 아주 좋은 책인 것 같다. 감정이란 잘 살피고 어루만지고 조절해주어야 하는 것, 그 정체를 알지 못한다면 그것은 어둠속을 헤매는 일일 것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자신 안에 꿈틀거리던 것들의 정체를 조금씩 깨달아가기를 바란다.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내용에 양장본이지만 딱딱하지 않은 표지, 크지 않고 아담한 판형 등이 어울려 더욱 친근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많은 사랑을 받는 책이 되겠다는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