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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리으리한 개집 ㅣ 그림책이 참 좋아 38
유설화 글.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1월
평점 :
그림책은 아까워서 천천히 봐야된다. 이 책 앞면지에 있는 애완동물 가게 쇼윈도우를 꼼꼼하게 살펴봤다. 20마리 가까운 귀여운 강아지들이 있었다. 나라면 어떤 강아지를 고를까? 생각하며 하나하나 살펴봤다. 다 귀여워서 고르기가 힘들다.^^
이중 끝에서 두번째 강아지 월월 씨가 어느 집에 팔려갔다. 가족들은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덩치가 커지고, 많이 먹고, 털이 빠지자 가족들의 첫 마음은 점점 식어간다. 결국 월월씨는 가장 슬픈 신세, 즉 유기견이 된다. 상처받은 월월 씨는 '다시는 사람 따위 믿지 않겠어!' 라고 다짐한다.
그다음 내용은 '이야기'니까 나올 수 있는 이야기다. 월월 씨는 악착같이 돈을 벌어 근사한 집의 주인이 되었다. 그러나 이내 심심하고 쓸쓸해졌다. 월월 씨는 2층을 세놓는다는 광고를 냈다. '인간은 빼고' 라는 단서를 붙여서.
그랬는데도 집을 보러 온 건 '인간' 가족이었다. 애가 셋이나 딸린. 거절하기도 전에 아이들은 "개 아저씨 좋아요!" 라며 달려들었고 게임 끝. 인간과의 동거는 다시 시작되었다.
이후의 이야기는 월월 씨가 인간에게 상처받아 퉁명스러워졌을 뿐 속마음은 인간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정을 나누는 가족이 되고 싶어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결국 월월 씨는 이사가는 가족을 따라간다. '으리으리한 개집'을 두고.
뒷면지에선 이사간 집과 이웃집들의 내부를 보여준다. 모두 반려동물과 행복하고 다정한 한 때를 보내고 있다. 고양이들과 할머니, 새들과 모녀. 그리고 월월씨 품에서 잠든 세 아이들. 참 따뜻하다. 이 책은 동물과 인간이 이렇게 서로를 아껴주는 다정한 한가족이 될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을 표현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삐딱한) 시각도 있을 수 있다. 누가 너희들과 함께 하고 싶댔어? 누가 너희들의 좁은 집에서 나의 본능마저 제어당한 채 너희들의 사랑에만 만족하며 살아가고 싶댔어?
하지만 한 이야기에서 두 가지 주제를 다루기는 힘들고, 저런 주제를 이야기하는 책들도 더러 있으니 이 책은 이런대로 받아들일 것이다. 학대하고 버리는 것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사랑하며 함께 하는게 훨씬 아름답지 않은가. 동물을 키워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그들에게도 감정이 있고 그것이 소통된다고. 내 친구는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때, 개가 주는 위로가 가장 컸다고 고백했다. 위로를 건네는 존재. 내 안색을 살피며 내 옆에 있어주는, 나의 슬픔을 느끼고 끙끙 같이 울어주는 존재. 또 그 존재가 아플 때 밤잠 못이루고, 이세상을 떠날 때 그 슬픔을 감수하며 옆을 지키는 인간. 이들의 사랑은 어찌됐건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 이유는 그들이 진정한 가족, 혹은 진정한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늙은 부모님 곁을 지키는 늙은 개 몽이에게 감사하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들은 누가 먼저 떠나든 서로의 옆을 지킬 것이다. 사랑하니까 말이다. 그건 어찌됐건 아름답다.
난 아직 그림책의 그림을 정확히 읽어내는 수준은 아니지만 이 책의 그림들이 너무 재밌다. 그림책 작가들은 그림 하나도 의미없이 허투루 그리지 않는다고 하던데, 자세히 볼수록 깨알재미가 쏟아진다. 특히 뒷표지의 그림, 월월 씨가 두고 간 집을 보고 푸하하 웃어버렸다. 뭐가 달라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