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못해도 잘나가는 법 큰곰자리 26
토미 그린월드 지음, 정성민 옮김, 이희은 그림 / 책읽는곰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찰리 조라는 이 책의 주인공은 참 멋진 아이다. 음 말하자면 작가가 멋지게 설정한 아이다. 근데 왠지 난 별로 정이 가지 않았다. 난 동화에 과하게 몰입하는 철부지 아줌마인데 이 동화에는 그닥 몰입되지도 않았고 주인공들에게 큰 매력도 못 느꼈다.

책읽기를 끔찍하게 싫어하던 찰리 조가 순간의 감정 실수로(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는. 참나) 공부벌레들만 참가한다는 리더부키 캠프에 참여하게 됐다. 찰리 조는 책읽기와 글쓰기로 가득찬 3주의 일정에 내던져졌다. 3주는 눈 딱 감고 참기에는 너무 긴 시간 아닌가? 캠프 첫 날, 지도자 닥터 멜 선생님은 삐딱한 찰리 조에게 "조만간 널 우리 일원이 되게 해주마." 라고 호언장담했고 거기에 맞서 찰리 조는 "너희들을 내 일원이 되게 해주지."라고 다짐했다.

책 속의 이야기지만 이런 설정부터 피곤해져 왔다. 왜 서로 줄다리기를 해야 하지? 공부벌레는 공부벌레대로 축구광은 축구광대로 살면 되잖아. 공부벌레는 리더부키 캠프에 참여하면 되고 찰리 조는 축구캠프에 참여하면 되지 뭐가 문제야. 그러고 보면 찰리 조 니가 제일 나빠. 니 감정과 생각 하나 조절을 못해서 너랑 전혀 안맞는 캠프에 와서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고 있잖아. 그런 주제에 누굴 바꾸겠다고 덤벼. 남을 바꾸겠다는 생각. 그런 생각을 왜들 하는지 모르겠어.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싫어. 근데 서평책이라 읽어야 돼. 일단 좀 더 읽어 보자고.

캠프의 성격에 동화되지 않은채 자기 나름의 존재감을 뽐내려는 찰리 조의 의도는 꽤 순조롭게 진행이 된다. 쑥맥이던 조지는 이성에 대한 감정에 눈을 뜨고, 아버지의 트레이닝에 길들여진 잭은 그 부당함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고, 자유시간을 줄이고 워크샵 시간을 추가하려는 닥터 멜 선생님에게 맞서 자유시간을 지켜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찰리 조 역시 '공부벌레' 한 낱말로 퉁쳐버렸던 아이들이 모두 개성과 매력을 가진 친구들임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제가 처음 여기에 왔을 땐, 이런 곳에 있기에 난 너무 잘나가는 애라고 진짜로 생각했어요. 다른 아이들을 좀 더 저처럼 만들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고요. 하지만 그건 완전히 멍청한 생각이었어요. 여기 있는 아이들은 모두 완벽하게 멋져요. 소심하거나, 괴팍하거나, 꺼벙하거나, 저마다 다른 나름의 방식으로 말이에요."(본문288쪽)
게다가 원수같이 여기던 책의 가치를 깨달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선생님이 권해 주신 레흐 바웬사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활약도 불가능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이쯤 되자 난 처음에 피곤해 했던 내 감정을 다시 들여다 봐야 했다. 관계의 피곤함이 싫어 끼리끼리 소통하고 참견이나 오지랖은 사양하는 나의 주감정. 그러나 인간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그러면서 발전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확인하게 된다. 그러니 찰리 조가 리더부키 캠프에 가는 것도 괜찮은 일이고 조지나 잭이 축구캠프에 참가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학교는 이런저런 아이들이 섞여있는 곳이다. 지나친 참견이나 억압은 금물이지만 서로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변화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것과, 그렇게 될 수 있는 장을 지혜롭게 제공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임을 깨닫는다.

이렇게 이 책의 주제에 겨우 공감하게 되었으나 첫인상이 중요해서인지 주인공에 대한 호감도는 그리 상승하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로 감정이입에도 실패했다.^^;;

좀 재밌고 가벼운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또 이런 무거운 결론이 났다. 직업병이다. 그리고 직업병은 개학을 하루 앞둔 오늘밤 절정에 달하는 것이다. 무거운 마음을 달래며 잠자리에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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