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교사, 세사르 보나의 교실 혁명 세상을 바꾸는 교육
세사르 보나 지음, 김유경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잡은지 오래되었고, 읽기 어렵지도 않은데 야금야금 읽느라 이제야 다 읽었다. 이 책은 스페인의 초등교사 세사르 보나 선생님의 교육 이야기이다. 이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한 프로젝트들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교사상 후보로 매스컴에 보도되었고, 덕분에 유명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유명세 때문에 쓸 수 있었던 책은 아니다. 교육자 세사르의 교육신념을 동료들에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책이다. 나또한 그의 동료로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국경을 넘어서는 깊은 공감과 존경심을 느꼈다.

이 책에는 구체적인 수업기술이나 방법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다른 어떤 교육서적들보다도 더 많이 교실과 수업을 떠오르게 했다. 내게 빠져있는 것을 보게 해주었고 그동안 해오던 일에 의미와 가치부여를 해주어서 스스로 뿌듯하고 흐뭇한 기분도 느끼게 해주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역동적이었다. 마음이 마구 움직이고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뭐라도 해보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권재원 선생님은 추천사에서 젊은 교사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고 하셨는데, 매너리즘에 빠졌거나 자존감을 다시 추슬러야 하는 나같은 중년 교사들에게도 비타민 같은 책이라 생각했다.

그의 교육관과 실천에서 내게 도전을 주는 몇가지 키워드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호기심과 창의성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의 창의력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필요조건이 있는데, 교사가 먼저 호기심으로 충전되어 있어야 한다. 호기심....(털썩) 이 나이에도 호기심이 필요해? 그게 가능해?
이건 타고난 기질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사람마다 호기심이 발동하는 분야가 다르기도 하지만, 호기심으로 빛나는 아이들의 눈 앞에서 인생 다 산 심드렁의 눈빛으로는 스파크가 일어날 턱이 없으리라. 그러니 호기심(쓸데없는 신변잡기 호기심 말고 지적 호기심)은 교사의 필수 조건인 것이다. 두 눈빛이 마주치면 일을 낸다!!
(근데 요즘은 애들 눈빛이 더 썩어있기도 한데... 그것도 결국 어른들의 탓이겠지?ㅠ)

2. 교사 혼자 가르치지 않기
- 아이들과 서로 가르치고 배우기
나는 가르쳐야만 하고 너희들은 배워야만 한다는 생각은 매우 경직된 사고다. 나는 모든 것을 다 아는 상태로 아이들 앞에 서야 된다 - 이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강박적인 생각이다. 갈수록 교사의 역할은 지식전달자에서 조력자, 안내자, 연결자의 역할로 옮겨가고 있다. 난 이중에 연결자의 역할에 주목한다. "여러분, 저는 선생님이지만 모든 것을 다 알진 못해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저에게 가르쳐 줄 수 있어요." 저자가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자신이 아는 것과 내가 아는 것을 합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아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아이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학교에 흥미를 갖게 된다.(본문 92쪽)
교사만 가르치는 자가 아니라는 이 유연한 생각은 아이들을 소극적 수용자에서 적극적 창조자로 변화시킬 수 있겠다.

3. 소심함 극복 : 말하기 교육의 중요성
교사는 아이들이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존재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 도구를 제공하는 것도 교사의 역할이다. 대표적인 것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 즉 말하기이다. 우리반에는 함구증을 가진 아이가 있어서 한번도 그 아이의 목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게다가 여자아이 세 명 정도는 글은 무척 잘 쓰는데 전체 앞에서 말하는 것은 잘 못한다. 독서토론을 어쩌다 해보면 책에 대한 통찰이 뛰어난 이 아이들은 꿀먹은 벙어리로 있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놈들만 되지도 않은 소리로 떠드니 배가 산으로 가서 속이 터진다.ㅎㅎ 난 이것을 아이들의 특성으로 받아들였고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는데 저자는 <넘어서야 할 장벽>으로 인식하고 뛰어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심지어 책상 위에 올라가서 말하는 연습을 시키기도 한다. 1분 스피치, 학급회의 시 돌아가며 말하기 등 내가 염두에 두고 있는 방법들도 있는데 이 부분 고민을 더 해봐야겠다. 그동안 내가 이쪽의 개발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 인정. 하지만 개인차와 성향 문제도 있는데 어느 정도까지 밀어붙여야 하는지. 고민되는 지점을 남겨둔다.

4. 아이들을 사회와 연결시켜 사회 변혁에 참여하게 하기
내가 아는 선생님 중 이것을 잘하는 분은 배성호 선생님이다. 지역의 문제에 문제의식을 갖게 하고 직접 뛰어들어 해결에 동참하도록 하는 교육. 그렇게 해서 선생님 반 아이들은 학교 근처에 자전거 길을 만들기도 했고(초딩 자전거 길을 만들다란 책으로 나옴) 박물관에 도시락 먹을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우리가 박물관을 바꿨어요 라는 책으로 나옴) 근데 솔직히 난 이건 부러워하는 데서 그쳐야겠다. 내겐 그런 무시무시한 오지랖도 없고 무엇보다 일을 벌였다가 수습이 잘 안될 때의 난감함을 극복할 의지가 없다. 이건 참 훌륭한 일인데 내 그릇이 거기까지 안되어 안타깝다.....

5. 교실의 시스템
교사에게 집중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아이들이 역할을 맡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좋다. 여기서는 학급긍정훈육법의 여러 기법들이 많이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학급의 특성이 담긴 적절한 네이밍은 효과를 높여준다. 아이들과 함께 한 네이밍이면 더 의미가 깊을 것이다. 요즘 사실 나는 그놈의 '튀는' 네이밍에 좀 신물이 나던 참이었다. 교육 계획서나 보고서가 '드림 업'이니 '다독다독' 이니 뭐니 하는 네이밍으로 도배되고 담당자들이 내용보다 네이밍에 골머리를 짜내고 남의 학교 네이밍을 적당히 따라하는 걸 보면 짜증난다. 그래서 난 일부러 가장 평범하고 무난한 작명을 하곤 했었는데.... 세사르 선생님네 반 모둠명을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지명 이름으로 한 걸 보니 좀 구미가 당겼다. 그리고 학급에서의 역할도 창의적인 작명을 하면 좋을 것이다. (이 내용도 학급긍정훈육법에 나온다)

이 외에도 많다. 그만큼 이 책에는 의미있는 키워드들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아우르고 바탕이 되는 키워드를 소개하자면 그것은 공감과 존중, 감수성이다. 교육은 아이들 하나하나를 행복한 세상의 일원으로 살게 도와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를 함께 봐야 한다. 행복한 사회여야 그 안에 속한 개인이 행복할 것이고, 행복한 개인이 모여 행복한 사회를 이루는 것이다. 이 관계들 속에 존중이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공감과 감수성이다. 이 키워드를 끌어안고 학급에 녹여내는 것이 앞으로 나의 숙제이다. 아직은 낱말에 불과한 이것들을 어떻게 해야 녹일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