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하우스 문지아이들 143
유은실 지음, 서영아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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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나온 유은실 작가의 최신작이다. 유은실 작가는 참 능청스럽게 할 말을 한다. 곰 가족이 나오길래 곰의 생태와 관련있는 이야기인가 했더니, 인간 삶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곰은 그냥 작가의 장치였다. 곰의 탈을 쓴 인간의 이야기라고 해야할까.

주인공 곰 보람은 TV보는게 낙인 증조할머니, 빌딩청소부 일을 하며 가족을 먹여살리는 할머니, 피부병(사람으로 치면 아토피)으로 고생하는 남동생과 다 허물어져가는 좁은 집에서 산다. 아버지는 빚만 남기고 사라졌고 엄마도 떠났다.

애쓰며 살아가는 할머니와 보람에 비해 속없어보이는 증조할머니는 하는 일 없이 TV에 목을 매며 산다. 증조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슈퍼곰이 간다>로, 연예인이 그의 자녀를 양육하는 모습이 나오는 프로그램이다.(우리는 여기서 딱 어떤 프로그램을 연상한다) 여기에 나오는 좋은 집, 맛있는 음식, 고급스러운 여가활동 등은 보람에게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확인하게 할 뿐이지만, 증조할머니는 그 아이들의 재롱에 좋다고 웃으며 더욱 TV에 빠져든다.

이 책의 중요한 일은 꼭 TV와 연결되어 일어난다. 옆집 사는 골짜기 아줌마가 <드림 하우스>라는 프로에 이들의 사연을 보내준 것이다. 같은 이름의 프로였던가? 이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생각난다. 도저히 못살 것 같은 집에 제작진이 찾아가 사연을 소개하고 새 집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 MC는 각 방의 문을 열면서 호들갑을 떨고 그 방의 주인공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 울거나 웃거나 하는.... 자존심 강한 보람은 자신들의 모습을 만천하에 보여주는게 내키지 않지만 살아갈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기에 이 촬영에 참여하기로 한다.

독자인 나조차 '선정되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될 정도로 이들의 주거는 열악했다. 다행히 출연자로 선정이 되고 방송작가와 기타 제작진이 급한 일정으로 방송을 진행하는 동안, 우리는 방송에 나오는 모습이 100% 진실이기는 힘들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 연기도 필요하고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그들은 더욱 불쌍해 보여야 한다. "품위있는 곰이 되고 싶다"는 보람의 장래희망은 PD의 콧방귀에 간단하게 무시당한다. 이 과정에서 PD와 싸우던 작가 진주씨는 결국 시청률이 제대로 안나와 일을 그만둔다. 시청률이 안나오자 기대했던 후원도 들어오지 않았다. 진주씨는 이제 주거복지를 위한 시민단체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얘기를 하며 보람에게 들어온 유일한 후원물 하나를 전해준다. 그건 보람이 품위있는 곰이 되기 위해 읽고 싶다했던 포우의 <발톱>이라는 책이었다. 무려 1500쪽이 넘는. 보람은 새 방, 하지만 난방비가 없어 추운 방에서 이불을 둘러쓰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그게 끝이다.

극적이지 않아 PD에게 무시당했던 "품위있고 싶다"는 보람의 소원은 사실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품위있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우리가 품위없다고 무시하는 사람들 중에 품위를 지킬래야 지킬 수 없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지 않는가. 적어도 모두가 품위를 지키며 살 수 있는 세상, <드림 하우스>같은 방송을 통해 한 두 가정에만 일시적으로 퍼주는 도움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이상 적어도 품위는 지키는 환경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문제의식에서 작가는 이 작품을 쓴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곰돌이 곰순이 이야기인 줄 알고 책을 잡았던 아이들은 이 무거운 주제의식에 좀 당황할 것도 같지만.... 내 오랜 경험에서 보면 아이들도 이해의 층위는 각자 다르지만 나름대로 다 받아들인다.^^ 난 유은실 작가의 말빨이 아직 생생히 살아있는 걸 느끼니 기분이 좋고, 또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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