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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 - 행복한 집시 쨍쨍의 여행 이야기쇼
쨍쨍 글.사진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책을 볼 수밖에 없었다. 궁금해서. 꽤 오래 전부터 쨍쨍의 여행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접했다. 그리고 쨍쨍과 나는 몇번 만나본 적도 있다. 페이스북 친구이기도 하다. 스리랑카 사진이 올라오는가 하면 며칠 후 네팔에서 인사가 오고, 그런가 싶으면 벌써 제주 쨍쨍랜드에서 이야기를 올리는! 나와는 너무나 다른 쨍쨍. 할 이야기가 넘칠 텐데 왜 책을 쓰지 않을까 전부터 궁금했는데 드디어 책이 나왔다.
쨍쨍을 알게 된건 온라인 교사 커뮤니티에서였다. 방학이면 스케일 대단한 여행 이야기로 게시판을 즐겁게 해주던 쨍쨍. 그녀는 연극놀이의 전도사이기도 했다. 연극놀이 연수를 통해, 커뮤니티의 오프모임을 통해 그녀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내가 소화하기엔 너무 개성있는(ㅎㅎ) 사람이었다. 지금은 퇴직하셨지만 그때는 현직교사셨는데 교사라기엔 놀라운 미니스커트에 화려한 색의 옷차림, 거침없는 말투와 자유연애주의, 흡연(지금은 금연하신지 꽤 됐다고 한다) 이런 것들이 날 좀 흠칫하게 했었다.(처음 고백하는 말이다 ㅎㅎ)
거의 10년 가까이 흐른 뒤에 에듀니티에서 열린 여행이야기 쇼에서 다시 쨍쨍을 만났다. 예전보다 이야기가 훨씬 더 편안하고 부드럽게 들렸다. 그녀도 나도 나이를 더 먹어서일까. 그녀보다는 내가 나이를 먹어서일거다. 나와 다른 이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고, 부러워는 하되 너무 심하게는 아닌... 여유가 조금은 생긴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행이야기 쇼를 들어서인지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더욱 친근했다. 난 쨍쨍의 여행 스타일이 맘에 든다. 볼거리에 치중하지 않고 사람들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가는 여행. 세계문화유산 이런 타이틀을 흥! 하고 무시할 수 있는 쨍쨍의 주관이 좋다. 보통은 볼거리 중심으로 여행계획을 짜고, 아는만큼 보인다며 열심히 공부를 하고, 찾아가서는 과연 그렇구나 확인하고, 인증샷 찍고 돌아오지 않는가. 근데 쨍쨍의 여행사진에는 이런게 거의 없다. 대신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웃음'이 담겨있다. 여행 가이드북으로는 활용을 권치 않겠다.^^ 쨍쨍 자체가 무작정! 발길 닿는대로! 떠나는 스타일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떠난 쨍쨍의 여행에는 '자유'가 있다. 서둘 필요도 조급해할 필요도 없다.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연다. 내가 돕기도 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감동적인 친구들이 된다. 쨍쨍은 가끔 외롭다고 책에도 썼다. 하지만 그녀는 가장 외롭지 않은 사람이다. 온 세상이 다 친구이니. 그녀의 열린 마음만큼 그녀는 외롭지 않은 것이다.
해외여행을 하게 된다면 그녀가 랭킹 1위로 꼽는 아일랜드에 꼭 가보고 싶다. 음... 그리고 터키랑 오스트리아도? 근데 난 집 떠나 이틀도 자기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적응기간이 좀 필요하다. 동료 두명과 겨울방학하면 섬진강 쪽으로 여행을 가자고 말해 두었다. 그리고 나면 제주도? 그 다음 쯤엔 모르지. 쨍쨍이 밟은 곳을 한 곳쯤 따라서 밟아볼 수 있을지도....
쨍쨍은 교사로서도 매우 훌륭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의도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수업은 그 옛날에도 첨단을 달렸다.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꽉막힌 사람들에게 그녀는 별종 취급을 받았을 것 같다. 여자로서도, 교사로서도. 난 그녀같은 교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만 타고난게 없으니 그건 안되고...ㅎㅎㅎ 자유로움, 마음열기. 거부당하거나 상처받을 위험성에 개의치 않을 이 미덕을 갖춘 사람들이 주변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도 조금은 더 경계를 풀고 사람의 아름다움에 더 기대를 가지며 살아봐야겠다. 쨍쨍의 이 책이 나에게 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