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1 사계절 1318 문고 104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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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하늘말나리야,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 등의 동화와, 유진과 유진, 소희의 방 등의 청소년 소설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한 이금이 작가가 이번엔 새로운 화제작을 펴냈다. 역사소설이다.

작가에 대한 신뢰가 있으니 책을 구입해서 읽었다. 300쪽 정도의 책 두 권으로 되어있는데 그 두 권에 담기 힘겨울 정도로 파란만장한 두 여인의 인생이 펼쳐진다.

채령은 일제강점기에 부와 권력을 손에 쥔 친일파 자작의 딸. 수남은 그녀의 생일선물로 팔려온 몸종. 수남이 팔려올 때 했던 말이 이 책의 제목이 되었다. "거기, 내가 가면 안돼요?"
이 말은 원래 가기로 되어있던 아이가 가기 싫다고 울자, 수남이 자진해서 나서며 한 말이다. 일곱 살 때 했던 이 말이 수남의 인생을 대표하는 말이 되었다. 이후 수남은 수많은 '가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그 도전은 그녀에게 주로 고난을, 때로는 행운을, 그리고 행복과 불행을 가져다 주었다. 그녀는 한몸에 현대사의 고난과 아픔을(그리고 약간의 희망도) 짊어진 인물이었다.

채령은 부족함 없이 자란 철부지 아가씨였으나 식민지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면서 자신의 이름을 수남에게 대신 넘기고 수남 못지 않은 고난의 삶을 살아가야 했다. 바뀌어진 역할 때문에 꼬여버린 이들 인생의 진실은, 90이 넘은 나이로 숨을 거두기 직전, 한 방송작가 한 명에게만 간신히 전해졌다.

이 책이 나온지 한달 남짓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작가의 작품 중 판매량으로 수위에 올라있다. 대박이 날 모양이다. 이왕 대박이 난 김에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참 재미있게 볼 수 있겠다. 책으로는 두 권이지만 드라마로 10부작도 가능할 것 같은 스토리다.

경성, 일본, 미국, 하얼빈, 중국 임시정부 등을 오가며 펼쳐지는 이야기이니 작가의 고증과 취재가 얼마나 어려웠을지 짐작이 된다. 작가의 도전은 꽤 의미있는 성공을 거둔 것 같다.

역할과 신분이 뒤바뀌어 살게 되는 운명으로 두 여인 모두 고통의 세월을 겪지만, 결국 자작의 딸이 전에 가졌던 것들을 (소유 면에서는) 거의 되찾고 말년까지 간판과 명예도 가지고 사는 모습은 청산하지 못한 과거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우리의 현대사를 대변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그녀들이 좀 편해지고 행복해질 때 독자도 편안해지고, 다시 소용돌이 속에 던져질 때는 조여드는 마음으로 두 여인을 다 응원하게 되었다. 소유가 곧 행복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 수도 있으니. 작가가 창조한 두 인물은 참 생생하게도 굴곡의 역사를 독자들에게 온 몸으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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