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선물한 우리 개 모슬리 큰숲동화 5
마이클 제라드 바우어 지음, 육아리 옮김, 조원희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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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마당있는 집에 살면서 개 한마리를 키우고 싶다고 한다. 그 생각을 말릴 생각은 없다. 어차피 마당 있는 집에 살 일은 없으니 따라서 개를 키울 일도 없는 거다. 화분 하나 키우기도 싫어하는 내가 살아 움직이는 개를? 있을 수가 없는 일인거다.

그러나 반전. 나는 어릴 때 두 마리의 개를 키워 봤다. 개를 처분할 때마다 엄마가 내 걱정을 제일 많이 했을 정도로 정이 깊었다. (지금 생각해도 개들한테 미안한 게, 우리는 자연사할 때까지 개와 함께하지 못하고 중간에 팔게 되었다) 이별은 슬펐고 미안함은 그보다 더 깊었다. 그런 모든 과정을 생각하면 어리고 귀여운 강아지를 고르는 설렘 같은 것에 넘어갈 내가 아니다. '아예 시작을 말아야 하는 일'이다.

어릴 때의 기억 말고도 주변의 애견인들을 보면 나의 이런 결심이 더 강해진다. 신경쓸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고 돈도 많이 들고 어디 맘 편히 가지도 못한다. 그래도 그들은 이 모든 것을 감수한다. 개가 주는 사랑과 위로는 이 모든 것을 덮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그것을 알고 있다. 한번 연결되면 끊을 수 없는 개와 인간의 교감.

이 책은 개와 함께한 한 가족의 이야기다. 아니 한 가족과 함께한 개의 이야기인가. 개의 이름은 모슬리. 101마리에 나오는 달마시안이 낳은 잡종인데 점무늬는 거의 없고 키와 덩치는 무지하게 크며 달마시안이 그렇다고 알려져 있듯이 영리하진 못하고 미련스럽다. 개에 얽힌 가족의 에피소드는 그리 특별한 건 없어서 이런 이야기도 책이 되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가며 이 평범하고 덩치만 큰 개에게 독자들도 정이 들 무렵, 여러가지 사건과 사고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실직 중이고 엄마가 대신 일하는 중이라 가족의 상태는 좋지 못하다. 그래도 '하얀 스핑크스처럼' 제자리에서 몇시간이고 기다리다 반가워 달려들고 꼬리를 흔드는 모슬리는 코리의 위안이다. 코리는 이런 모슬리를 놀려먹는 장난을 생각해냈다. 변장하고 모른척 지나가는 것이다. 이때 모슬리의 반응을 보며 재미있어 했다.(실제로 이게 가능한가? 개는 시각보다도 후각으로 상대를 판단하지 않나? 이 부분은 좀 의문으로 남는다)

이 장난이 심해진 어느날 모슬리는 큰 사고를 당했다. 코리는 용서받아야만 했다. 다행히 모슬리는 수술받고 회복되었다. 마치 용서하기 위해 회복된 것 같다는 나의 느낌.

모슬리가 유독 엄마 곁을 떠나지 못하고 지키던 어느날, 가족은 셋째 아이가 생긴 걸 알게 된다. 겨우 일을 다시 하게 된 아빠는 셋째 출산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즈음 부부는 힘들었고 심각한 오해를 했다. 사람은 이럴 때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기도 하는 법이다. 그때 모슬리는 트랜스포머가 되어 아빠에게 맞섰다. 딱 한 순간.

언제나 제자리에 있는 한결같은 존재는 존재만으로 위로가 된다. 이 영리하지도 재주를 가지지도 못한 개 한마리는 돌아온 아빠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언제나 제자리에 있는 커다란 나무처럼. 가족은 천천히 회복되었다.

슬픔은 그런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 모슬리는 뼈에 암이 걸리고, 고통 중에도 아빠의 신문을 갖다드리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오래 버티지 않아 모슬리는 가족들 곁을 떠나 눈을 감았다. 가족은 슬픔을 깨물며 개를 묻고 깨끗이 묘를 다듬고 꽃씨를 뿌렸다. 꽃이 자라난 그곳에서 가족은 담담히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뒤로 갈수록 재미있어지고 더 감동적인 이 책의 마지막 문단은 밑줄을 쳐놓고 싶은 구절이다.
"나는 모슬리에게 기다리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어쩌면 모슬리가 알려준 단 하나의 재주인지도 모르겠다.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가 생겼을 때, 서두르지 말고 가만히 기다리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일 수도 있다. 우리 개 모슬리가 그랬던 것처럼."

개건 사람이건 우직하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인 것 같다. 그런 존재에게는 기댈 수 있어서. 별로 극적이지 않지만 어느새 기적이 일어나 있기도 한다. 이 책의 제목이 그렇다. '기적을 선물한 우리 개 모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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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3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16-11-06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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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d 2016-11-06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