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희망 신기록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44
로빈 스티븐슨 지음, 이지혜 옮김, 방상호 그림 / 책속물고기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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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이전에 없었고 내 사전엔 절~~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서평도서로 받고도 몇달이 되도록 서평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쓴다. 참 괜찮은 책이다. 좋은 글과 좋은 그림이 잘 어우러져 있어서 아이들에게 권해주기에도 손색이 없다. 단지 내 안의 무엇을 끌어내지 못했는지, 컴 앞에 앉아 일단 한문장 시작하면 될 일인데 그게 안됐다. 이유는 모르겠다. 주인공들에게 공감할 듯 공감할 듯 그러나 제대로 공감하기는 힘들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책의 내용이나 표현에 문제가 있었다는 건 아니고, 상황 자체가 그렇다는 것이다.

 

상황이란 이렇다. 주인공 잭네 집에 늦둥이 여동생이 태어났다. 온 가족이 기뻐하고 사랑했다. 하지만 아직 갓난아기일 때, 동생은 아기 침대에서 잠자다 세상을 떠났다. 그날부터 잭네 집에 행복은 없었다. 육촌인 앨런이 "너네 가족은 저주받은 것 같아"라고 표현할 정도로, 잭의 집에는 슬픔만이 가득했다.

 

엄마는 슬픔에 잠겨 무기력해졌다. 방을 캄캄하게 해놓고 침대에서 나올 줄을 몰랐다. 기운을 차려서 아들 잭이라도 돌봐야 하건만 그걸 하지 못했다. 그런 엄마를 웃게 하고 기운차리게 하려는 잭의 노력은 눈물겹다. 바로 신기록에 도전하는 것이다! 기네스북 책을 펴놓고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 흔들의자에 오래 앉아 있기, 소시기 빨리 먹기 등에 도전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이야기의 전환점은 케이티를 만나면서부터다. 잭과 케이티, 그리고 생각없는 말로 잭을 속상하게 했던 앨런까지 세 명은 각자가 할 수 있는 역할로 엄마를 위로하기 위해 준비한다. 그건 엄마 앞에서 작은 공연을 여는 거였다. 엄마가 좋아했던, 행복할 때 자주 불렀던 노래를 연습했다.

 

엄마는 놀랐고, 눈물을 흘렸고, 기운을 차려야겠다는 동기를 얻게 된다. 그건 단숨에 되는 일은 아니었지만 이제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잭도 이제 어른을 걱정하는 아이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아이로 살 수 있게 되었다. 커다란 비눗방울에 도전하는 마지막 장면처럼.

 

엄마를 걱정해서 모든 것을 다해보는 잭의 착한 마음이 결국 '저주받은 듯한' 불행의 늪에서 가족을 건져올렸다. 그건 진짜진짜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가 버틴다는 건 말이다..... 그러니 어른들은 불행 앞에서 조금 더 강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어느 집에나 잭 같은 아이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음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내용이라서, 영화로 만들면 더욱 와닿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잔하고 따뜻하고 뭉클한 영화가 될 것 같다. OST가 무척 감동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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