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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회사에는 우리 우유를 팔지 않겠습니다 ㅣ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33
알레산드로 가티 지음, 줄리아 사그라몰라 그림, 김현주 옮김 / 책속물고기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먹을거 가지고 장난치는 못된 장사꾼들은 다시는 그런 짓을 할 생각도 못하게 파묻어버려야 된다. 생명을 가지고 장난친 놈들은 말해 무엇하랴.
이 책을 도서실에 수서해 놓은지 꽤 되었는데 이제야 가져다 읽었다. 사실은 800번대 책인지도 몰랐다. 비문학인줄 알았는데.... 응? 동화책이었네? 그럼 더욱 환영이야.
이 동화는 몬테 피오리토라는 거대한 다국적 식품회사와 대결한 한 소녀의 이야기다. 그러니, 현실에 갖다 대자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이렇게 당할 정도로 허술하다면 그들이 그렇게 거대한 기업이 될 수 있었으랴? 하지만 나는 이러한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환영한다. 나와야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판타지 같은 이야기라 해도, 그려보는 것이다. 이러한 결말을.
꼬마 페그는 소를 키우는 할아버지와 둘이 시골에 사는 소녀다. 어느날 할아버지는 자신이 우유를 공급하는 회사의 우유맛이 이상하다며 따져야겠다고 도시로 떠나셨는데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신다. 페그는 할아버지를 찾으러 도시로 나가려 하는데 하필 버스가 운행을 중단하다니! 결국 할아버지가 만들어 선물해주신 1인용 장난감자동차(?)를 타고 출발한다.
호기롭게 출발했으나 그것으로 도시까지 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 다행히 중간에 모에이모(호칭은 이모지만 처음 만난 아줌마)를 만나 결정적인 도움을 받는다. 이 만남과 이 인물의 활약이 가장 비현실적이고 개연성이 부족하다. 자신과 상관없는 위험한 일에 그리 몸을 던져 나서주는 오지랖 넓은 사람이 실제로 있으려나?(헐리웃 영화에선 많이 봤다만) 개연성을 높이는 연결고리를 작가가 좀더 고민했으면 어땠을까, 그 부분이 살짝 아쉽다.
페그와 모에이모는 하늘을 찌를듯 높은 몬테 피오리토 회사 건물까지 왔다. 할아버지의 방문을 확인할 때 직원이 시치미를 떼는 걸 직감하고 기지를 발휘해 확인한다.(이 부분도 현실감 상실ㅠ) 그리고 주변인들의 말을 통해 이 건물에는 누구도 출입할 수 없게 통제되는 '49층'이 있다는 소문도 듣게 된다. 페그는 그 49층에의 진입을 시도하고, 성공한다.
그러나 곧이어 펼쳐지는 장면이 들킴, 도망, 추격인 것을 누구나 상상할 것이다. 숨막히는 순간, 한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 페그를 끌어들인다. 거기에는 우유광고를 하는 광고모델 소년이 있었다. 페그가 동경하던.
소년이 그 49층에 감금되어 있는 이유도 쉽게 납득하긴 어렵다.(쫌 너무하네..ㅋ) 하여간에 이 소년의 도움으로 할아버지 또한 이곳에서 약물투여를 받아 혼미하신 상태로 감금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로 결말까지, 온 우주가 페그와 소년을 도와 무사히 탈출에 성공, 회사의 악행은 세상에 알려지고 할아버지의 우유는 정직하고 건강한 과정을 거쳐 세상에 공급되게 되었다.
이렇게 개연성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참 귀한 것은, 이 메시지가 절실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에서 아무 걱정 없이 아무 우유나 카트에 담는 것, 생활용품을 사며 혹시나 이것 땜에 나와 가족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 따위는 안해도 되는 것, 이것 하나가 안되는 세상 아닌가. 과자나 빵, 어묵에 썩은 밀가루와 늙은마녀의 마법약 레시피에나 들어갈 법한 온갖 엽기적 동물의 시체가 들어간다는 기사를 엊그제 읽었다. 그래서 헐리웃 영화에 열광하듯 이 책을 추천한다. 불신의 세상을 감시하는 눈들이 초롱해지길 바라며.
페그 할아버지네 신선 우유의 맛을 한 번 보고 싶다. 무척 고소한 맛일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