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사람들 - 날마다 작은 통일이 이루어지는 기적의 공간
김진향 외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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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페친이 공유하신 소개글을 보고 학교도서관 수서할 때 이 책을 교사용으로 넣었다. 다른 책들에 순서가 계속 밀리다 설연휴에 드디어 손에 잡게 되었다.

이 책의 내용에 반박하거나 분노할 사람이 많겠다 싶다. 나도 누구의 말을 100% 신뢰하고 추종하는 순수함은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입장에서 본인의 경험을 통해 나온 것을 밝히신 거고, 이분이 북한의 모든 것을 다 본 것은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깔면서 읽었다. 하지만 저자의 눈이 전체를 다 본 것이 아니라 해도, 이만큼을 본 사람조차도 우리 사회에선 드물다는 것. 저자는 적어도 본 것을 본대로 말하고 있으나 우리의 대부분은 의도에 의해 왜곡된 정보를 신념처럼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이것들은 부정할 수 없었다. 여기저기서 논쟁이 일어난다 해도 모두가 한번씩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다름'을 존중하고 그것을 '틀림'이라 말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것이 곧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존중'이라는 가치다. 남북관계에서도 이 존중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을 종북으로 매도하는 사람들이 이 나라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통일교육에도 문제가 많다. 이건 나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다. 정확히 아는 것이 없고, 안다 해도 확신이 없으며 통일의 이점 이런 내용이 그저 하는 말이 아닐까 라는 의심이 의식에 깔려 있어서 확신있게 가르치지 못하고 구렁이 담넘어가듯 넘어가버리게 된다. 우리 학교는 내가 발령나기 전 두 해에 걸쳐 통일교육 시범학교를 운영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어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일단 교사들이 이 저자 정도로 북한에 정통한 강사를 모셔다가 연수를 했어야 한다. 그리고 깊이있는 토론을 통해 통일의 필요성을 공감해야 하고, 바람직한 통일의 방향에 대해서도 공유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알기론 그렇지 못했다. '가닥은 못잡겠지만 뭔가 가르치고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만이 지배했다. 2년의 과정을 끝내는 연구발표회가 있던 날, 아는 선생님이 참여해 보고 오셔서는 "정부의 흡수통일론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서 실망스럽다"라는 의견을 내게 말씀해 주셨다. 저자는 흡수통일론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북한은 무너지지 않는다. 가능하지도, 가능할 수도, 가능해서도 안 된다. 우리가 진정 남북관계와 평화통일의 문제를 국민행복의 관점, 총체적 국가발전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바라본다면 그렇다. 흡수통일론은 이념대결을 부추기는 반평화, 반통일의 논리다. 흡수통일론을 전제로 한 '통일비용론'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통일 개념을 상정해놓고 통일세금이라는 왜곡된 폭탄을 국민들에게 들이대면서 반통일을 협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시범학교 2년의 후유증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반 아이들은 대부분 '반통일'주의자들이었다. 통일 이야기만 나오면 우웩~~~ 구역질에 가까운 알러지 반응을 보였다. 그러한 태도가 몹시 눈에 거슬리고 불쾌했지만 나 또한 그애들의 태도를 깨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러다 국어시간에 찬반토론 단원이 나오고 논제를 정하는 과정에서 반통일주의자 한 명이 기세 등등하게 "통일은 필요한가?"라는 주제를 냈고, 비슷한 아이들을 규합하여 반대팀을 구성했다. 토론시간이 되었다. 찬성팀 아이들은 조용하게 준비해 온 자료들을 통해 주장을 폈다. 반대팀은 잠시 당황하더니 특유의 말빨로 공세를 폈으나 거의 억지에 가까워 배심원 친구들의 웃음을 샀다. 판정 결과 찬성팀의 압도적 승리였다. 토론이 끝나고 돌아서며 반통일주의자 한 명이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통일은 하지 말아야 돼!"
난 못들은 척 했다. 그 아이들의 뿌리깊은 반감이 어디서 온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그 아이들도 국민이고 국민 일부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무조건적 반감을 깨뜨리는 이런 책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인 김진향 교수나 인터뷰에 응한 모든 주재원들은 한목소리로 개성공단은 '퍼주기'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이미 국내생산으로 수입을 올리기 어려워진 우리의 산업구조에서 중국이나 동남아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것보다 훨씬 더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방금 본 9시 뉴스에서도 북한의 미사일을 보도하며 "돈줄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개성공단을 언급하고 있다. 이런 언론을 접하면서 개성공단의 실무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우리집 어르신들도 핵 이야기만 나오면 "대중이가 퍼다 준 돈으로 저러고 있다"며 아직도 욕을 하신다. 이것이 남쪽의 일반적인 인식이며 '그게 아닌 듯하다...'라는 소리만 꺼내도 좌빨 소리를 들으니, 오죽 답답하면 이런 책이 나왔을까 싶다.

이 책이 2015년 중반에 나와 반년 남짓밖에 안되었지만 2016 초반인 지금의 정세는 이때와 또 다르다. 그러니 남북관계는 한 마디로 재단할 것이 물론 아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을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 분단상태를 이용하는 권력이 있는 한 상태는 악화되기만 할 것이라는 것. 그러한 권력을 우리 손으로 뽑는 것이야말로 화를 자초하는 일이라는 것. 이 생각이 너무 절실해 가슴이 꽉 막혀 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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