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4 -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2탄 ㅣ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2
백종원 지음 / 서울문화사 / 2016년 1월
평점 :
며칠 전 아들이 교회 학생회에서 엠티를 가는데 김치찌개를 맡았다며 재료를 부탁했다. 그러면서 간마늘과 국간장을 꼭 싸달라고 했다.
"김치국물 넉넉히 넣어줄게. 김치에 양념이랑 간이랑 다 되어있으니까 다른거 필요없어. 돼지고기랑 두부랑 파만 있으면 돼"
그러자 아들이 펄쩍 뛰었다.
"안돼. 엄마. 꼭 싸줘. 백종원 아저씨가 넣어야 된다고 했단 말이야."
"안넣어도 돼! 그러잖아도 짠데 간장을 왜 넣어!"
"그래도 싸줘!"
요런 실랑이 끝에 결국은 챙겨갔다. 10년을 넘게 맛있다고 두 그릇씩 먹던 엄마표 김치찌개를 무시하고 백종원표 김치찌개를 선택한 아들이 과연 맛있는 김치찌개를 끓여 먹었을까?
아들이 가고 없는 헐렁한 밤, 습관처럼 인터넷 서점에 들렀다가 백종원 요리책이 대문에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클릭해 보니 이것이 두번째 요리책이다. 출간일이 바로 며칠 전인데 판매지수가 무척 높다. 슬그머니 장바구니에 담는 나. 그리고 오늘 책이 왔다.
뭐 별건 없는 것 같은....데, 김치전? 내가 하는 거랑 똑같네. 양파캐러멜카레 이것도 내가 잘하는 거라고! 이렇게 목에 힘주고 책장을 휘리릭 넘겨보니 많이 들어본 맛간장을 이용한 요리가 절반이다. 맛간장이라 하여 무슨 각종 향신채소를 넣고 우려낸 것일 줄 알았더니, 간 고기와 설탕을 간장에 넣고 끓인 것? 그래 일단 책을 샀으니 내친김에 제조해보자고. 이밤에 고기와 간장을 끓인다.
간장을 끓이며 책을 넘기다보니 내가 맘먹고 날잡아야 할 수 있는 잡채를 20분이면 할 수 있다고 나온다. 그래? 그럼 잡채도 한 번.
재료가 양파랑 당근밖에 없어서 볼품은 없지만 맛은 대략 잡채일 뿐 아니라 꽤 맛이 괜찮네? 단지 좀 거슬리는 건 고기가 채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부스러기로 들어간다는 것. 그러고보니 맛간장을 이용한 모든 조림, 볶음 요리에 고기 부스러기가 들어간다. 채식을 지향하거나 깔끔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선호하지 않을 듯. 다행히 우리 식구들의 대부분은 고기를 좋아하고 모양도 별로 따지지 않으니 괜찮다. 맛은 좋으니 합격.
주부경력 20년이 넘었다 하나 해먹는 건 늘 거기서 거기다. 10여년 전 나물이 요리책 이후 처음 사 본 이 요리책으로 나의 반찬 지평을 조금은 넓혀 봐야겠구나. 아들의 주장대로 김치찌개에 간마늘과 간장도 넣어보고 말이다. 이렇게 하여 세상 돌아가는 거 모르는 나도 대세에 줄을 한번 서 본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