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말 안 듣는 개구리 라임 어린이 문학 9
유순희 지음, 김유대 그림 / 라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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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유순희 님의 이름을 보고 고른 책이다. 이분의 글을 좋아한다. 중저학년이 볼 수 있게 쉬우면서도 고상한 의미가 담겨있고 문체는 따뜻하다. 지우개 따먹기 법칙, 우주 호텔, 과자 괴물전 등이 그랬다.

이 책도 저학년 아이들부터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그런데 작품에서 상정한 주 독자는, 미리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학부모'구나 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아주 조금은 김이 샜다. 난 그냥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동화가 좋다. 십수년 동화를 읽다보니 내 수준이 아이들에게 딱 맞추어져서일까? 어른들을 향한 동화는 내 취향이 아니다. 게다가 "내가 잘못했어, 흑흑" "아니예요, 제가 잘못했어요, 엉엉" 이런 류의 신파는 딱 질색이다.

이 책은 그런 위험성을 다분히 가지고 있지만 작가의 능력은 그것을 넘어섰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 힘은 '진정성'에서 나온다고 본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엄마 개구리는 작가 자신이고 천하의 말 안듣는 아들 개구리는 아픈 손가락인 작은딸이었다. 작가는 자신의 장르로 자기고백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엄마개구리인 내가 읽든, 아기개구리인 아이들이 읽든 어느 부분에선가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내게도 천하의 말 안 듣는 개구리 아들이 있는데, 이 모자와 같은 관계가 된 것은 사춘기 이후였다. 휴직하고 모유 먹여 키웠던 아들은 나랑 한 몸이라 할 정도로 붙어지냈고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도 얼굴을 맞대야 잠이 들었다.(우리는 그것을 자기 전 활동-볼대기라고 불렀다.) 어깨동무를 하고 조잘조잘 이야기하며 걸어가다가 어떤 할아버지의 칭찬을 들은 적도 있다.(어쩌면 모자 사이가 그리 좋냐고)

그랬던 우리가!!

아들은 좋게 말해 자기주도성이 강하다. 내버려두면 부모 손을 빌릴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 하는 짓이 부모 마음에 안 든다는 것 아니겠는가? 중학생 때부터 아들과 나의 관계는 이 책의 모자 관계와 비슷했다. 특히 입을 찢어져라 벌리고 고래고래 독설을 퍼붓는 표지그림이 나와 매우 흡사하다.ㅎㅎ

그러나 나는 말만 거친 사람이어서, 아들은 나를 능숙하게 요리해 자기주도적 삶을 오늘도 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들도 속마음은 여린 녀석이라 "엄마는 왜 나를 비난만 하냐"고 눈물을 보인 적도 있다. 작가의 말에 "인간으로서 존중과 예우를 맨 처음 받아야 할 상대가 부모여야 한다는 사실" 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그곳에 밑줄을 쳐두고 싶었다. 어차피 이 책의 권장 독자가 학부모라면, 나처럼 이 부분에 마음이 움직이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결말 부분은 엄마 개구리와 아들 개구리의 화해와 함께, 의자에 앉아 견디기 힘들었던 개구리학교를 변화시켜 개구리의 습성에 맞는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오호... 이것은, 학교혁신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학교해체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인간의 습성에 맞는 학교. 우리에게도 이것이 필요할 터. 또한 인간의 역사에서 학교란 것이 역할과 수명을 다했다면 없어지는 것도 운명일 터이다.

그러고보니 작가의 전작들에 비해 나의 선호도는 좀 덜하지만, 여전히 작가는 동화를 통해 참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작가의 작은딸이 밥을 잘 먹고 건강하길 나도 바란다. 그리고 오늘날도 끝없이 전투중인 모자들이여! 잠시 휴전하시고 이 재밌는 동화책 한 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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