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번 우리반 아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연애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었다. 5학년이면 2학기쯤 되어 그런 특성이 나타나곤 했는데 얘네들은 3월부터 아주 노골적이었다. 한 학년 통틀어도 100명도 안되는 아이들이라 그런지 학급단위를 넘어선 연애를 즐겼다. 덕분에 쉬는 시간에 교실에 있으려 하지 않아 애써 마련한 놀이감들이 무용지물이었을 뿐 아니라 쉬는시간 생활지도에 무척이나 애를 먹었다.

후반부로 가니 학급 뿐 아니라 학년을 넘어선 연애를 감행하는 아이들까지 생겨났는데, 잠시의 좋았던 연애질이 파탄나면서 생긴 사건사고로 학년말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그 사건을 조사하고 진술서를 읽으면서 혀를 끌끌 찼다. 니들이 사랑을 알아? 사랑이 무슨 게임이냐? 장난이냐?-_-


 

 

 

 

 

 

 

 

 

 

 

 

 


그즈음 천효정 님의 <첫사랑 쟁탈기>를 읽으면서 아이들과 사랑이야기를 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이 책 <내 짝꿍의 비밀>을 읽었다.

 

 

 

 

 

 

 

 

 

 

 

 

 

주인공 인철이, 선영이란 이름을 어디서 들어봤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선영이, 그리고 인철이의 경우>라는 책의 개정판이었다. 난 이 책을 분명히 읽었다. 그런데 내용이 별로 기억나지 않는 것이, 그때는 무심히 읽고 넘겼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눈에 확 들어왔다. 이런 내용을 찾고 있었던 거지.

성급하게 다가가며 이벤트를 하거나, 남들에게 관계를 과시하려 하거나,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심지어 요구하는 사랑이 아닌 점이 맘에 들었다. 스스로 사랑이라 부르지도 못하는 이 감정들은, 아이들 마음의 빈 구멍을 채워주고 그 마음으로 다른 이의 마음을 이해하게 해 주었다. 이것이 내가 선영이와 인철이의 감정을 사랑이라 인정해주고 싶은 이유다.

주제별 도서목록을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 취미인 나는 이 책을 읽고 <초딩 연애도서 목록>을 만들어봐야 겠다는 의욕에 불탄다. 이 책을 처음에 흘려보냈듯이, 꽤 많은 책이 있었는데 기억이 다 나지 않는다. 지금 기억나는 것은 너는 나의 달콤한 □□(이민혜), 첫사랑(이금이) 정도다. 기억을 되살려 조만간 꼭 작성해 보리라 다짐한다.

 

 

 

 

 

 

 

 

 

 

 

 


그렇게 해서 각자 더 끌리는 책을 골라 읽은 후에는 마지막으로 <종이봉지공주>를 꼭 읽어줄테다. 엘리자베스 공주는 왜 로널드 왕자를 찼을까? 에 대해서 질문한 뒤 멋진 남자(여자)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게 할 거다. 나는 과연 멋진 남자(여자)인지도.

 

 

 

 

 

 

 

 

 



아이들아! 제발 멋진 남자(여자)가 돼라. 그리고 멋진 여자(남자)를 만나서 멋진 사랑을 해라. 니들이 말하는 찌질한 사람이 되지 말고. 나도 너희들의 사랑을 격려해 줄 의향이 충분히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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