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의 비밀 문과 물결이 내일을여는어린이 2
강다민 지음, 강다민.조덕환 그림 / 내일을여는책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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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을 주제로 하는 작품이 이젠 많이 나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문학작품은 자연히 시대의 생각을 반영하게 되므로 동화의 제재도 유행을 타는 경향이 없지 않다. 이걸 나쁘게 보진 않는다. 몇년 전 학교도서관에서 월별로 주제별 독서행사를 했는데 그때 겸사겸사해서 창체에서 요구하는 시수별 주제를 가지고 행사를 해봤다. 장애이해, 환경, 독도, 다문화 등이다. 장애나 환경 같은 주제는 전부터 많이 다룬 주제라 책이 많을거라 예상했지만 독도나 다문화 등은 좀 부족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찾아보니 충분히 많이 있었다. 이처럼 작가들도 시대가 요구하는 주제를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쯤은 탈핵을 다룬 책이 봇물처럼 나올 때가 된 것 아닐까?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는데.... 이건 내생각일 뿐이고, 실제로 많진 않다. 내가 읽은 최고의 작품은 마이클 모퍼고의 <집으로> 였다. 이 작품은 원자력이 환경적이고 효율적 에너지라는 거짓을 여지없이 깨뜨려 버린다.

얼마 전에 발견한 이 책은 국내작가의 작품이다. 방사능 물질들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지를 알려준다. 가만히 두어야 할 것을 캐내고 조작하고 욕심을 위해 그것을 활용한 결과가 이렇게 돌이키기 힘든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을 짧고 강하게 이야기한다.

핵발전소 견학을 갔다가 통제구역에 들어간 물결이는 피폭을 당했고, 의식이 없는 중에 방사성 물질들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세슘,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이다. 그것들은 우라늄 채굴 현장부터 물결이를 데리고 다니며 자신들이 인간에게 주는 피해가 어떤 것인지 일려준다. 그 과정에서 송전탑에서 추락하는 할아버지를 보게 되고, 핵으로 인해 완전히 죽은 별이 되어버린 외계의 한 행성도 가보게 된다.

물결이가 비밀실험을 하는 과학자아저씨에게 치료를 받고 부모님과 친구들에게로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 썩 매끄럽지 않게 느껴지는 점이 좀 아쉽다. 하지만 이 무거운 주제에 도전한 작가의 문제의식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고, 우리가 두렵지만 알아야 할 사실들을 잘 담아냈다고 평가하고 싶다. 작가는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이헌석 님의 "콘센트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는 말을 작품에 인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곧 작품의 주제라 해도 무리는 없겠다. 오늘도 환하게 밝혀진 불빛 뒤에,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 돌아가는 온풍기 속에, 온갖 편리한 기기들 속에 인류를 위협하는 이 무서운 문제가 버티고 서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 주제로 아이들과 충분히 읽을만한 더 많은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 낭떠러지로의 폭주는 거센데, 제동장치는 아직 너무도 빈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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