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신사의 비밀 - 칼과 거울에 깃든 246만 명의 영혼, 그 비밀을 밝혀라! 역사 탐정 클럽 H 1
김대호 지음, 정은규 그림 / 아카넷주니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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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의 수서를 하다보니 웬만한 책은 학교도서관에서 다 조달하지만, 오늘은 방학이라 25분 거리의 학교를 포기하고 10분 거리의 지역도서관에 왔다. 어린이책 장서수는 학교보다 적다. 그래도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오늘 골라온 책 중 한 권은 <야스쿠니 신사의 비밀>이다. 이전 학교 도서관에도 수서해 놓은 기억이 나는데 책을 읽어보진 않았었다. 오늘따라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띈 것은 이유가 있겠지.

저자의 이름이 낯선데, 역사교육과로 박사학위도 받고 고등학교 역사선생님이셨다니 내용이 가볍진 않겠다는 신뢰가 갔다. 과연, 동화작가는 아니시라 대화체나 대화를 잇는 문장 등에 약간 어색함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내용만큼은 날 깜짝 놀라게 했다. 수없이 듣고 말했던 '야스쿠니 신사'와 '가미카제 특공대'에 왜 그동안 이런 의문을 품지 못했을까? 내 자신이 이해가 안 갈 정도였다.

지난 성탄절에 방영된 '일사각오 주기철'을 감명깊게 보았다. 그들은 오직 하나님께만 예배하겠다는 목사님의 신앙을 왜 그리 잔인하게 꺾으려 했을까? 그들에게 신사란 무엇인가? 그리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정치인들이 참배하여 주변국들을 불편하게 하는 야스쿠니 신사는 어떤 곳인가?

전범들을 추도하고 제사하기 때문에 문제라고만 알고 있던 나에게 2만 1천명이나 되는 한국인들이 합사되어 있다는 사실, 그중엔 생존해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 그들의 취소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 등은 충격이고 부끄러움이었다.(이렇게 아는 것이 없었다니...) 또한 합사된 이들 중 가미카제 특공대로 사망한 이들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 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질 때는 가슴이 아팠다. 뉘라서 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마음대로 받아들일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이들의 존재... 아프다는 말로 밖에는 표현을 못하겠다.

역사탐정클럽 아이들이 이 문제를 파헤치게 된 계기는 아이디 Wednesday1004 라는 사람에게서 온 메일 때문이었는데 '수요일' 이라는 아이디를 보면서 이야기의 귀결이 어디로 향하게 될 것인지 어느 정도 짐작을 하게 된다. 이 메일에서 아이들에게 던진 문제는 이것이다. "어떻게 해서 야스쿠니 신사의 한국인들이 평화를 얻을 수 있을까?" 아이들이 이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정말 흥미롭고도 의미깊다.

부녀 2대에 걸쳐 수치스럽고 원통한 협상을 하는 것을 보며 느끼는 두려움이 이 책을 읽으며 더욱 섬뜩하게 다가왔다. 야스쿠니 신사를 미화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저들이 원하는 것을 꿰뚫어보고 대비하기에 우리는 너무나 약하고 어리석기만 한 것인가?

이런 모든 생각 끝에 마지막으로 '역사수업'을 생각해보았다. 우리 아이들이 모두 이 역사탐정클럽 회원들이라면 역사공부는 저절로 되지 않을까? 지난 한학기동안 사회시간에 역사수업을 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새로운 시도보다는 기존의 강의식 수업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을 인정한다. 역사동화 프로젝트라는 것도 시도해 봤지만 아쉬움을 달래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보고 해결해내겠다는 의욕을 끌어내진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처럼 아이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의지를 갖고, 서로가 알아낸 내용을 함께 나누며 해답을 찾아가는 수업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한가지 필요조건이 있다. 교사인 나의 방향감각과 현실감각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저자에게 감탄하며 경의를 표한다. 나도 노력해야겠다. 비록 현실은 암담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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