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의 정석 - 영화보다 재밌고, 라면보다 맛있는 우리들 이야기
신정민 지음, 신홍비 그림 / 돌멩이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라면의 정석이라는 제목과, 후루룩 라면을 빨아올리는 만화체의 표지가 날 끌어당겼다. 나도 라면을 좋아한다. 아직은 소화기관이 괜찮은지 야식으로 먹어도 끄덕없다. 아마 혼자 살았다면 온갖 종류의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을 것이다. 어제는 주황색 삼양라면, 오늘은 짜파게티, 내일은 비빔면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난 이 책에 여러 아이들이 등장해 서로가 주장하는 라면의 비법, 즉 <라면의 정석>을 이야기할 줄 알았다. 그거라면 나도 할 말이 좀 있거든. 그런데 아쉽게도 그런 이야기는 아니었다.^^

전교생 8명의 시골분교에서 모두가 한가지씩 역할을 맡아 만든 단편영화가 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상을 탔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책이다. 영화를 본 경험도 거의 없는 아이들이 무려 제작을 했고 수상까지 했다니 꿈 같은 이야기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시작은 방과후 수업이었다. 인원이 적다보니 전교생이 같은 부서를 한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결정한 부서는 영화만들기부였다. 서울에 근무하는 나는 이런 부서를 본 적이 없다. 아마도 문예체 진흥 사업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난 이 취지에 매우 공감하는 쪽이다. 취지와 다르게 어그러지는 일은 어디에나 있지만 말이다. 하여간 이렇게 되어 영화 선생님이 학교에 오시게 되고, 주인공의 경험과 아이디어, 아이들의 역할분담, 뜻밖의 재능 등이 결합되어 영화 <라면의 정석>은 탄생하게 된다.

실제 나의 교실에서는 영화는 커녕 역할극도 마음 먹어야 겨우 몇번 할 뿐이다. 이런 일을 가로막는 장벽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봤는데, 인정하기 싫지만 내 마음의 장벽이 가장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영화를 제작해야 된다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무엇인가를 해내는 것, 그들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것을 증명해 내는 것. 이런 일들을 경험한 아이들의 삶의 태도는 훨씬 긍정적이고 진취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지난주에 우리 학교는 학년별로 꿈끼발표회라는 것을 했는데, 옆반은 강력한 지도자와 그 아이를 잘 따르는 나머지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어 전권을 위임해 주셨지만 우리반 놈들의 면면을 볼 때 극성파들의 아귀다툼과 소심파들의 눈물이 불보듯 뻔하여 내가 전권을 쥐고 모든 결정과 연습을 진행했다. 다행히 잘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나의 한계와 심리적 장벽이 의식되어 맘이 편치가 않다.

문예체 장려라는 원칙에 동의한다고 했는데, 담임교사가 문예체에 전문적 기능을 갖고 있을수도 있지만 기능적으로 다 갖출 순 없으니 이 책에서처럼 전문강사가 파견되어 협력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학교를 다니는 것은 아니다. 또한 교사가 아이들에게 반드시 추억을 선물해줘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최대한 자기주도적 활동 기회를 제공해 줄 필요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처럼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든, 아귀다툼 끝에 울고 짜든, 하여간 시도는 해보는게 필요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