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형식 선생님이 1930년생이니 우리나이로 86세시다. 1951년부터 교직생활을 하셨다니 만약 초등학교 때 나의 선생님이셨으면 그때 이미 지금의 내 경력보다도 많은 중년이셨다는 것. 그런 분이 아직까지도 활발하게 수업에 대한 연구를 하시고 후배들을 가르치시고 책을 써서 전파하고 계시니 존경스럽다. 난 올해들어 부쩍 '내가 앞으로 10년 더 할 수 있을까?', '아이들 감당하기 힘들고 학교와 동학년에 민폐될 거 같으면 그만둬야 될 텐데' 요런 생각들을 하곤 하는데, 우리 아버지보다도 연세 많으신 선배님이 아직도 이렇게 열심히 살고 계시다니. 그분 눈엔 아직도 내가 '애송이'에 불과할테니, 그래, 나 지금부터 더 노력해도 되지 않을까? 

 

 

 

 

 

 

 

 

 

 

 

 

 

 

처음 읽은 이분의 책은 <수업기술의 법칙>이다. 그 때 이런 리뷰를 썼었다.

 

첫 장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는 ‘수업기술의 법칙’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교사들은 모두들 나름대로의 수업기술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이 공유되어 있지 않고, 효과가 검증되지도 않았다. 이 나름의 수업기술들 중 임상적, 객관적으로 효과가 검증되어 어디에서나 보편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수업기술을 ‘수업기술의 법칙’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러면서 의료계의 표준처방과 비교하여 교사들의 수업기술의 법칙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대부분 공감한다. 우리 교사들이 모두들 나름의 수업기술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이 모든 수업을 커버하기에는 부족하고 사실상 검증되지 않은 수업기술을 오랜 시간 고수하는 교사들도 있다. 따라서 저자와 같이 교사들의 온갖 수업기술을 수집하여 그 중에 효과가 확실한 것들을 검증하여 수업기술의 매뉴얼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정말로 의미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저자의 표현과 같이 ‘누가 적용하더라도 보통의 어린이 전원이 능동적으로 참가하여, 결과적으로 소정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업기술’이 과연 존재할까 하는 의문이 조금 있다. 그래서 저자도 ‘보통의’라는 단서를 단 것인가? 현 교실에서는 ‘보통’이 아닌 학생들이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 ‘보통의 어린이’들만 데리고 수업한다면 현재 내가 가진 수업기술만으로도 무리 없이 수업을 해나갈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보통’이 아닌 아이들까지 아울러 수업을 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인데 거기에 대한 대안이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을 읽어나갔다. 솔직히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지고 있는 수업기술이라는 것이 정말 보잘 것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그것도 나름의 소득이라면 소득이겠다. 특히 처음에 소개된 ‘자기 나름의 생각 확립’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가장 핵심적인 것도 생각지 못하고 있던 나의 수업기술이 부끄러웠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내용을 지도하기에 앞서, 아이들이 나름대로의 생각을 확립해 놓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그것이 배움의 원동력이고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동안 나의 수업은 어떠했나? 아이들이 준비되었건 안 되었건 내가 준비한 것을 쏟아놓는 수업은 아니었나? 받을 만한 아이들은 그것을 받지만 준비 안 된 아이들은 받지 못한다.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었을 뿐이다. 받을 준비가 되도록 하는 것도 교사의 역할이었으니 말이다. 

 

다음으로는 우리가 수업기술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도입기술과 발문기술에 대하여 알려주고 있다.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았으며 도입과 발문이 왜 중요하고 수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도입이야 시간상으로 따지면 5분이면 충분하지만 그 5분의 역할이 40분을 좌우하며, 따라서 5분을 위한 희생(고민과 시간투자)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토론 수업에 대한 내용으로 한 장을 할애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내용도 매우 알차다고 느꼈다. 특히 기계적인 찬반토론 외에 수업 중에 나온 의문점을 가지고 토론하는 방식이 인상깊었다. 마지막 내용은 전원참가 수업에 대한 것이다. 이 내용은 협동학습에서 본 내용들이 있어 그 중 익숙했지만, 처음 접하는 방식도 있어 또한 새로웠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을 흔히 하는데 수업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늘 한다. 그래서 사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수업기술의 법칙’이라는 정의에 약간의 심리적 반발감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누가 해도 성공할 수 있는 수업기술이라니, 어떻게 그런게 있을 수 있나?) 교과전담을 했던 경험을 비추어보면 이 반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던 수업이 저 반에서는 도통 들어먹히지 않는 경우도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업에는 교사요인이 100%는 아니요, 학생요인(?)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고 있었다. 요컨대, 들을 귀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지가 귀를 틀어막고 있다면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런 나의 생각이 무척이나 위험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일부 사실일지라도, 그걸 전제로 수업에 임하면 안 될 것이다. 전원 참여에 전원 성취, 실현이 매우 어려운 꿈일지라도 교사라면 이것을 향하여 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수업기술에 대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함께 수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 이 책에 감사한다. 교사는 그만두는 날까지 고민을 끼고 살아야 한다는 현실을 절감한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최근에 나온 <모두가 참여하는 수업에는 법칙이 있다>를 읽었다.

 

 

 

 

 

 

 

 

 

 

 

사실은 앞에 소개한 <수업기술의 법칙>을 몇 년 전에 읽어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이 책을 읽으니 앞 책에서 중요한 부분은 다시 다루고 있고 거기에 새로운 내용들을 더 추가하신 것 같다. 두 책 모두 가장 핵심적인 것은 수업 도입 때 전원이 문제의식을 가지게 해야 한다는 것, 학습에 임하기 전에 일단 '자기 나름의 생각'을 만들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기 나름의 생각' 이라는 것은 사고의 응결핵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 요즘 자주 쓰는 용어인 참여수업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다. 앞의 책을 읽고 이 부분은 몇 번 시도를 해보았으나 지속적이지 못하고 체계적이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부분을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되겠다는 다짐을 몇 번이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쓰고 있던 배움공책 정리 방법을 개선해봐야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드는 생각은 "내가 어릴 때 받았던 교육이 구식이고 잘못된 것이 아니구나, 오히려 요즘 수업에서 트렌드를 따르느라 놓치는 것이 많구나" 라는 것이었다. 저자가 80대 노령이라서 그런 것일까?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동안 내가 기본을 못보고 넘긴 탓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나 어릴 때는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우리집이든 친구집이든 모여서 방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일단 숙제장부터 꺼냈다. 국어숙제는 거의 매일 있었다. 날말뜻 10개, 비슷한 말 10개, 반대말 10개(갯수는 정확하지 않다^^), 줄거리 간추리기 정도가 기본이었다. 이런말 몹시 쑥스럽지만, 지금 아이들 중에 나 초등학교 때 정도의 어휘력과 요약능력을 가진 아이들은 흔치 않다. 이게 교육의 문제가 아닐까? 그동안 나는 왜 내가 잘했던 거라 생각했던 거지? 나는 왜 나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들처럼 아이들을 가르치지 못했으면서 아이들이 못한다고만 생각했던 것일까?

 

물론 지금과 그때의 상황은 다르니 그런 숙제를 내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단원의 성취수준만 건드려 주면 됐다고 생각하고 교과서의 분량에 짓눌려 본문을 소홀히 다룬 경향이 있었던 것을 인정한다. 음독, 어휘 지도 이 두 가지를 선생님은 매우 강조하셨는데 나는 그 부분 매우 소홀했던 것을 인정하고 앞으로 바로잡으려고 한다.

 

요즘의 수업이론들은 모두 '전원 참여수업' '사고력을 키우는 수업'을 지향하고 있다. 여러 이론들의 홍수 속에서도 갈피를 못잡고 있던 나는 이 노령의 선생님께서 또박또박 친절하게 가르쳐주시는 내용에서 비로소 몇 가지 단서를 붙잡는다. 전원 참여 수업도, 사고력 수업도 모두 기본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허공에 뜬 것은 언제든 가라앉을 것이다. 난 올해 아이들의 생활지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빼앗겨 솔직히 수업의 발전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 언젠가 배움의 공동체 연수를 듣다가 "수업 안에서 다른 문제도 해결된다(수업이 변해야 학교가 변한다)."는 취지의 말씀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2학기에는 수업에 좀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싶다. 제발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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