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은 사전이다. 두껍고(각 권도 두꺼운 편인데 세 권이니 다 모으면 진짜로 두껍다), 가나다순으로 되어 있고, 모르는 것을 찾아 보게 되어있으며 용어에 대한 해설이 되어있다. 하지만 사전이라는 말이 주는 딱딱함에서는 한 발 벗어나 있다. 구성도 이쁘고, 그림도 많다. 무엇보다도 그냥 술술 읽어도 좋다. 아이들 데리고 도서실을 간 어느날 자유롭게 읽고 싶은 책을 읽으라고 했더니 사전을 펼치는 아이가 있었는데 걔는 그냥 튀는 걸 좋아해서고 5분도 안되어 다른 책을 집어들었다. 거기에 비하면 이책은 꽤나 넘길 만한 사전이다.
그렇다고 사전으로서의 기능이 약하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든든한 내용이 역사공부의 부담과 어려움을 상당히 줄여준다. 1권은 유물과 유적, 법과 제도 2권은 역사사건, 문화와 사상 3권은 나라와 민족, 기구와 단체, 역사인물로 분야를 나누고 초등 내용은 물론 중등 내용까지도 상당부분 커버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부하다 궁금한 것이 나왔을 때 인터넷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기 보다 이 책을 넘기는 것이 훨씬 알차고 정확하겠다.
사전이다 보니 통사적 흐름에 맞게 서술할 수는 없었겠다. 대신 용어 위에 작은 글씨로 시대가 나와있고, 연관된 낱말들이 더 적혀 있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상당한 장치를 해놓았다.
올해부터는 5학년 2학기부터 역사를 배운다. 학급문고에 넣어둔 이 책을 누가 볼까 싶었다. 2학기 때 공부하면서 모르는 것 나오면 저 책을 찾아봐 할 참이었는데, 아침독서 시간에 벌써 이 책을 잡고 있는 아이들이 꽤 눈에 띈다. 아이들 손을 꽤 탄 이 책을 들고 서평을 쓰려니 기분이 좋고 마음이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