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괴물전 책콩 저학년 3
유순희 지음, 이영림 그림 / 책과콩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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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아줌마인 나는 이제 과자를 싫어하고 아이들이 과자 먹는 것을 자제시켜야 마땅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과자를 좋아하고 마트에 가면 꼭 과자를 몇 봉 사서 주방 수납장 한 칸에 넣어둔다. 그 중 절반은 내가 먹고 절반은 아들이 먹는다. 요즘은 사실 조금 덜 먹기는 하는데... 과자가 싫어져서 라기보다는 너무 비싸서다. 질소과자... , 여기서 그 얘기는 하지 말자.

 

과자 괴물전이라 하니 밥보다 과자를 좋아하는 아이가 등장하고, 과자 괴물이 나타나 어찌어찌하여 이 아이의 나쁜 버릇을 고쳐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예상했다. 처음은 비슷한 듯 했다.... 그러나 갈수록 나의 예상과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다. 난 이런 상황을 즐긴다. 나의 예상과 멀어질수록 높은 점수를 준다.^^

 

유순희 님은 신작이 나왔나 내가 가끔 검색해 보는 작가들 중 한 명이다. 지우개 따먹기 법칙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화 중 한 편이고 우주 호텔의 느낌도 참 좋았다. 이 책 또한 느낌이 좋다. 유순희 님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눈물겨운 그 느낌이 있다. 게다가 이 책은 아이들이 잘 아는 시중의 다양한 과자가 등장하고 재미 또한 뒤지지 않으니, 2학년 정도를 맡았을 때 감질나게 읽어주면 아이들이 졸졸 쫓아다니며 더 읽어달라 조를 것 같다. 특히 특정 과자의 맛을 묘사한 그 부분들에선 아이들의 눈이 스스르 감기며 고통을 참는 비명이 터져 나올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부분 말이다.

홈런볼을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서 먹으면 초콜릿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아서 아주 맛있는데. 그걸 입에 넣고 혓바닥과 입천장으로 녹이면 단맛이 목구멍에서 가슴까지 퍼지는데.”

과자에 관한 한 작가가 나보다 고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이런 부분에서 해 본다. 난 이렇게까지 정성스럽게 과자를 먹어 본 적은 없는데.

 

이렇게 과자 맛을 음미하며 먹는 과자돌이 형제 금동이와 은동이는 별사탕을 구하러 땅 위로 나온 새끼괴물과 만난다.(새끼괴물은 의도치 않게 과자괴물이 되었다) 별사탕... 아주 어릴 때, 과자라곤 그거밖에 없었던 뽀빠이 과자에 몇 개 들어있던 별사탕... 그냥 설탕 뭉쳐놓은 거라 지금은 있어도 안 먹지만, 그래도 추억이 떠오르는 그 별사탕... 그 별사탕을 찾으러 온 새끼괴물의 사연이 참 눈물겹다.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도, 누군가와의 사연이 담기면 그에게는 특별한 맛이 된다. 그 맛을 아빠괴물은 요술 맛이라고 표현했다. “그 때 할머니의 눈은 달빛처럼 그윽하고 따뜻했지. 그 때의 별사탕 맛은 요술 맛이었어. 아무리 울적해도 별사탕만 먹으면 행복해졌으니까.”

작가는 후기에서 출산 때 밤새 끓여 새벽어둠을 뚫고 달려온 친구의 미역국 맛이 요술맛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난 갑자기 궁금해져서 남편과 아이들의 카톡방에 바로 질문을 올렸다. “만약 엄마가 죽든가 해서 없다면 어떤 음식을 볼 때 엄마 생각이 젤 많이 날까요?”

그러자 아들의 즉답이 날아왔다. “난 곰탕!” 아들은 곰탕을 좋아한다. 며칠 동안 먹어도 물리지 않나보다. 그래서 사골 끓이는 거 무척 번거롭지만 밤새 거품과 기름 걷어가며 가끔 끓인다. 주로 웬수지간으로 지내는 모자 사이지만 내가 죽으면 곰탕을 보고 눈물 한 방울은 흘려 줄 건가 보다. “엄마가 주방 수납장 한 칸에 넣어놨던 과자라고 대답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달콤한 별사탕 맛으로 이 이야기는 끝이 났다. 이 이야기를 읽고 아이들이 과자가 먹고 싶다라든가 앞으로는 과자를 조금만 먹어야겠다라고 감상을 쓴다면 난 좀 실망할 것 같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한 번 읽어보겠다. 이 책은 좀 무식한 표현으로 안전빵이라서(아이들이 좋아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뜻) 목록에 넣고 잘 써먹어야겠다. 내 목록에 이렇게 한 권 한 권 책이 추가될 때마다 나도 별사탕을 먹은 듯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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