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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한테만 그래? - 빨간머리 마빈의 억울한 이야기 ㅣ 햇살어린이 8
루이스 새커 지음, 슈 헬러드 그림, 황재연 옮김, 이준우 채색 / 현북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2학기에 계속될 학급 독서 프로그램을 위해서 3학년에게 적당한 창작동화를 찾고 있는데 쉽지가 않다. 외국 창작동화는 더욱 그렇다. 3학년이 참 책 골라주기가 힘든 학년이다. 이건 2학년한테 딱인데.... 또는, 글밥이 좀 많아, 4학년이라면 읽히겠는데.... 이런 책들이 대부분이라 방학 내내 이 책 저 책 가져다 읽었지만 쉽게 정할 수가 없었다.
작가 중심으로 한 번 찾아보기로 했다. 적당한 두께의 책으로 루이스 새커의 <빨간 머리 마빈 시리즈>가 눈에 들어왔다. 루이스 새커라면 『구덩이』와 『웨이싸이드 학교』를 쓴 그.... 뉴베리상을 받은 작가가 아닌가? 일단 『왜 나한테만 그래?』 를 먼저 읽어보았다.
결론적으로, 방학 내내 찾던 걸 방학이 끝날 무렵 드디어 찾아냈다!!^^ 3학년에게 수준이 딱이고, 재미있고 주제도 좋다. 아이들이 공감할 요소들이 많고, 따라서 많은 이야기들을 이끌어낼 수 있을 듯하다.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많으니 다 읽고 가장 적당한 걸 골라봐야겠다.
아이들은 ‘똥’이야기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송언 선생님의 『마법사 똥맨』에 열광하는 건 똥 이야기라서이고, 교사인 내가 그걸 아이들에게 골라주는 건 거기에 좋은 주제가 담겨 있어서다. 똥 다음으로 아이들이 즐기는 소재는 ‘코딱지’다. 이 책은 바로 그 코딱지 이야기다. 따라서 아이들은 열광할 것이고 난 여기에 담긴 주제가 마음에 든다.^^
마빈은 공교로운 상황에 처해 학급의 왕따가 되고 말았다. 그 상황이라는 게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학급의 억센 녀석 클래런스가 경기에서 지게 생기자 마빈이 코딱지를 팠다는 거짓말로 마구 몰고 갔기 때문이다. 거기에 넘어가는 주변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의 단순함과, 단순함에서 나오는 잔인함을 실감한다. 결국 마빈의 편은 아무도 없게 되고, 선생님마저 여론에 따라 마빈에게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려버린다.
집에 가져가는 성적표에 선생님의 그런 의견이 적혀 있으니 마빈의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울까? 그러나 온 가족이 모인 대화에서 마빈은 실마리를 찾게 된다. 그건 꼬마 린지의 이 질문 때문이었다.
“코를 파는 게 왜 나빠?”
이후 문제를 해결하는 마빈의 방법이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지혜롭고도 후련한 결말. 왕따를 다룬 책들을 많이 읽었지만 이렇게 명쾌한 책은 처음 읽었다. 사실 명쾌하다는 것은 이 책의 큰 장점이자 어찌보면 단점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명쾌한 일은 사실상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그렇지만 이런 생각도 한다. 현실성이 100%면 뭐하겠는가? 답답한 속 더 답답하게 해봤자 답이 나오는가? 이 책을 읽고 궁지에 몰린 아이들이 나름대로 그 궁지를 탈출할 건강한 방법을 모색해 본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또 생각없는 다수에 속한 아이들이 자신들의 그 생각없음을 깨닫고 쑥스러워 할 수 있다면!
본문 중에 아이들의 심리를 잘 포착한 내용이 있어서 한번 옮겨본다.
"아이들은 주로 혼자일 때 덜 야박해진다. 가장 공격적일 때가 떼로 몰려있을 때다. 몰려 있는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공격적으로 된다."
이런 인간의 본성을 아이들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제 다음 권을 빌리러 도서관으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