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괴물은 정말 싫어! 작은도서관 31
문선이 글.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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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3학년 아이들과 알콩달콩 살고 있다. 알콩달콩...(?)이라 말하기엔 좀 양심이 찔리는 면이 없지 않다. 말이 많고 떠들어서 그렇지 순하고 착한 아이들인데도 소소한 사건들이 날마다 일어나는데다, 늘어난 교과목과 6교시라는 일과에 아이들이 아직도 적응을 못하고 있어서다.

 

작년에 2학년을 하다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왔다. 작년에도 난 늘 숙직기사님의 눈치를 보며 늦게 퇴근하는 1인이어서 한가했다고 볼 수는 없는데, 작년에 몸무게가 많이 늘었다. 그건 맘이 편했다는 얘기다. 내가 편한 만큼 아이들도 편했다. 애들이나 나나, 편한 마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학교에 왔다. 공부하다 힘들면 놀았다. 개정된 통합교과서는 공식적으로(?) 놀아도 되는 여지를 많이 마련해 주었다. 작년 이맘때, <> 교과서를 배우며 아이들과 동네 근린공원에 가서 산책도 하고 꽃도 보고, 달리기도 하고, 고무줄놀이도 하고, 놀이터에서도 놀고, 쑥도 뜯고, 쑥버무리도 해 먹고.... 교실에서는 쉬는 시간마다 온갖 교구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느라고 꼭 수업시간에 화장실을 가는 아이들한테 잔소리하는 게 일과 중의 하나였다.

 

그런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와 시간마다 박혀 있는 각기 다른 이름의 교과목을 6교시까지 공부하려니 허걱! 할 밖에.... 아이들이 이상하다?’ 라는 눈으로 나를 본다. ‘뭐야...? 왜 이렇게 공부가 재미없는 거야...?’

 

그건 사실, 올해 내가 전혀 걸맞지 않는 부장이라는 직책을 맡아서 제대로 된 교재연구를 못하고 수업을 하니 발생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제 저학년 단계를 벗어난 아이들에게 공부란 슬슬 부담이 되는 괴물로 다가오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엄마들도 그렇다. 그동안 잘 보내던 태권도나 피아노 이런 걸 끊고 뭔가 공부스러운 학원에 보내야 되는게 아닌지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상담 때 그런 얘길 하는 엄마들도 있다. 뭐라 말해주기 난감한 순간^^;;) 고민을 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노는 게 공부라지만 소위 말하는 학력신장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게 아닐까, 놀땐 놀더라도 수업에는 밀도를 좀 높여야 되는 게 아닐까... 밀도 높은 수업이라는 건 또 뭘까.......

 

마침, 내가 3학년 권장도서목록에 넣은 책 한권이 요즘 수업의 트렌드와 지향점을 반영하고 있었다. 문선이 님의  바로 이 책. 2010년도에 나온 책인데, 작가분이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면 ~ 이분이 요즘 협동학습에 빠지셨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책이다. 문선이 님은 교사는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동화 안에서 학습방법을 논하다니, 역시 작가분들은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준석이는 공부에는 크게 소질이 없는 3학년. 준석이 엄마는 귀가 얇은 이 시대의 평범한 엄마. 주변 엄마들의 말에 불안해져서 준석이를 들볶기 시작한다. 바로 이런 말들이다.

요즘엔 이 정도 공부시키는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사실 지금도 준석이는 이미 많이 늦은 거라니까요. 그렇게 다 봐주다간 저만치 앞서간 아이들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게 돼요. 그때 땅치고 후회해 봤자 아무 소용없다니까요.”

 

거기에 전국단위의 학력평가까지 본다고 하니 엄마들의 극성은 날개를 달게 된다. 선생님도 어쩔 수가 없이 경쟁체제의 한 축을 떠받든다. 개인간의 경쟁, 학급간의 경쟁, 학교간의 경쟁... 선생님도 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임을 슬프게 확인한다. 이 책에서의 선생님은 나머지공부까지 시키며 아이들의 성적을 올리려 애쓴다. 나름 성실한 교사라고는 하겠다.

 

시달림에 지쳐버린 준석이가 어느 날 미래에서 온 시간경찰관의 시간투시기를 주웠다. 그것으로 시간을 미래로 돌리면 시험지를 미리 볼 수 있다. 나머지 공부(일명 꼴통클럽 사총사) 아이들은 그 시험지의 답을 알아내느라 서로 역할을 분담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서로에게 가르쳐준다. 소위 <협동학습>의 시작이다. 시작은 이렇게 매우 불미스러웠으나 아이들은 점점 즐겁게 공부하는 방법을 체득하게 된다. 친구를 이기기 위해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친구의 성취가 곧 나의 성취가 되며 내가 알아낸 것을 친구들에게 나눠주며, 함께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협동학습의 기본 원리인 긍정적인 상호의존, 개인적인 책임, 동등한 참여, 동시다발적 상호작용을 이 안에서 다 발견할 수가 있다.

 

현실성과 판타지가 공존하는 이 책의 마지막은 이렇다. 준석이네 반 아이들 모두가 미래로 돌아가는 시간경찰관에게 자신들도 미래로 데려가 달라고 조른다. 회의하던 선생님이 교실로 돌아왔을 때, 아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친구들의 웃음소리만 교실 안을 맴돌고 있었다.

 

나로선 의외의 결말이었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맘에 드는 결말이다. 이후에 아이들이, 또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각자 상상에 맡기는 것이 가장 재미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을 읽은 아이들에게 뒷이야기를 꾸며 써 보게 했다.

 

아이들은 미래 감옥에 들어가고 시간경찰관은 다시 경찰관이 되었다. 그 시각 집에 있는 가족들과 선생님은 아이들이 없어져서 소란을 피웠다. 준석이네 엄마와 아빠, 서현이네 엄마 아빠가 선생님께 가서 물었다. 교장선생님도 깜짝 놀라셨다. 아이들을 찾으며 불렀지만 아이들은 그림자도 안 보였다. 아이들은 그때까지 감옥에 갇히고 지금까지의 일을 다 반성해 집으로 돌아왔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너무 힘들게 한 것이 미안해서 엉엉 울었다. 그렇지만 돌아온 사총사는 전보다 더 열심히 공부를 했다. 이번에는 서현이까지 함께 했다.

 

미래감옥에 가서 시간경찰관은 아이들에게 모두 한 권씩 책을 주며 이걸 다 같이 공부하며 서로 알려주고 예습, 복습을 하면 너희들 세계로 보내준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같이 공부하며 추억을 쌓아가고 다 푼 아이들은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온다. 선생님과 부모님들은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아이들은 평범한 생활로 다시 돌아갔다. 환하게 웃으며 학교를 다닌다. 활기차게.

 

평범하고 무난한 우리반 애기들, 이렇게 모범적인 뒷이야기를 짓다니....^^;;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는 내내, 공부로 아이들을 짓누르는 어른들 중의 한명인 것이 부끄러웠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드는 생각은 아이들은 공부를 무조건 싫어하는 존재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얼마만큼 공부해야 하며 왜 공부해야 하는지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아이들은 공부해야 되는 이유를 자기 안에서 찾아낸다.(교사의 적절한 안내와 조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거기에 교사의 존재의미가 있다.)

 

동화는 내게 때로 무거운 책임감을 안긴다. 특히 이 책이 주는 책임감은 원망스러울 정도다. 아이들에게 시험으로 위협하는 교사가 되어서는 안되겠다, 그러나 아이들이 배움의 기쁨을 찾는 것은 적극 도와주어야 한다.

 

그럼 이제 책 타령은 그만하고 교재연구를 해야겠네? 먼지가 쌓인 협동학습 책도 다시 훑어보면서 아이들이 참여하며 서로 돕는 수업을 구상해봐야겠다. 수업이 자유자재로 되지 않는 나의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져 오지만, 하루에 한 장면이라도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하는 순간을 본다면 나는 행복을 느낄 것이다. 공문과 각종 전달사항에 파묻혀 고개를 들지 못하는 나, 이제는 뭐가 옳고 그른지 따질 기운도 없는 나. 힘을 내라! 아이들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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