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예요? 생각하는 분홍고래 2
콘스탄케 외르벡 닐센 지음, 정철우 옮김, 아킨 두자킨 그림 / 분홍고래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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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일까?를 줄기차게 고민하는 이 아이, 윌리엄. 이 아이가 만약 내 아들이라면 나는 고민할 것이다. 이 아이는 왜 혼자 있는 걸 좋아할까? 왜 다른집 아이들처럼 뛰어놀지 않을까? 왜 같은 말을 반복할까? 왜 한가지에 집착할까?

 

이 아이가 우리 반 학생이라면 나는 살짝 짜증이 날 지도 모르겠다. 이 아이는 왜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을까? 왜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할까? 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자꾸, 반복적으로 할까? 한 번 생각하면 왜 그치지를 못할까? 왜 나의 수업 안으로 들어오질 못할까?

 

이것이 나의 한계다. 일상에서 본 윌리엄은 나에게 그런 존재일 수 있다. 그러나 애정의 눈길로 따라간 이 책이 보여주는 아이의 모습은.... 정말 귀하고 사랑스럽다. 자신의 존재를 고민하는 아이라니.... 인생의 답을 찾아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아이라니.... 스마트 기기에만 눈을 박아놓고 생각이라고는 조금도 하려들지 않는 요즘 아이들을 바라보며 드는 안타까운 마음이 이 아이를 통해서 조금은 위로받는 느낌이다.

 

이 아이는 조금 느리게 천천히 갈 지도 모르겠다. 그게 무슨 문제겠는가? 그러나 대한민국에선 문제가 된다. 나같이 성질 급한 엄마나 교사를 만나면 이 아이는 마음 편히 하고싶은 생각을 하기도 힘들 것이고 어른들의 걱정거리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윌리엄의 친할머니처럼, 기다리며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이는 정말 생각이 깊은 사람으로 자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태어났을까?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이런 고민을 하는 아이와,

왜 친구를 괴롭히면 안되는가? 왜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는가? 남의 행복을 빼앗는 것은 왜 나쁜가? 와 같은 질문에도 대답을 회피하는 아이가 어떻게 같을 수가 있겠는가?

 

윌리엄의 '나무집'은 그런 의미에서 아주 귀한 공간이다. 혼자 있을 수 있고 생각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곳.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공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안 내려온다고 너무 독촉하지 말고 때로는 담요와 먹을 것을 가지고 올라가 함께 있어줄 수 있는 그런 공간.

 

어느 누구도 이 아이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알려줄 수 없다. 이 세상에 그 답을 밝힌 사람이 있던가? 나름대로의 작은 답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일반화할 수가 없는 답이기에, 고민은 누구나 거쳐가야 하는 과정이다. 답을 얻든 못 얻든, 생략해서는 안되는 우리 인생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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