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각시 방귀 소동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9
김순이 글, 윤정주 그림 / 길벗어린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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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면서도 좀 색다른 방귀쟁이 며느리 이야기이다.

 

옛이야기를 재화할 때는 중요한 화소를 생략하거나 맘대로 바꿔버리면 안된다고들 한다. 이건 좀 심하지 않나? 교육적이지 못해, 이렇게 바꾸면 해피엔딩이 되니까 느낌이 더 좋을거야, 이런 등등의 생각으로 이야기를 바꿔버리는 것은 자칫 옛이야기가 가진 힘을 무력화시켜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옛이야기에는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인간의 내면을 다루는 상징이 숨어 있고, 그 상징은 아이들의 무의식에 작용하여 치유의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크게 놀랐다. 옛이야기는 그저 옛이야기이고 재미있게 재화할수록 더 좋은거 아냐?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후, 옛이야기 그림책들이 달리 보였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도끼눈을 뜨고 살펴보게 되는 것이 아닌가? 어디보자, 원형에 충실하게 재화한 이야기인가....?

 

아서라,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데, 내가 옛이야기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도 아니고 원형에 충실했는지 어떤지 정확히 파악이나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냥 재미있게 읽어보자. 판단은 비평가들이 해주실 테고, 나중에 그것을 참고는 할 수 있겠지. 그냥 읽어라, 너의 느낌대로!!

 

그렇게 읽었다. ~ 재미있었다.^^*

 

원래 아이들은 방귀 소리만 나와도 좋아 죽는다. 뭐 달리 개그가 필요없다. 이 책은 그 탁월한 개그소재인 방귀를 선택했으니 일단 절반은 먹고 들어간 셈이다. 그런데다가 작가가 배치한 자잘한 소재들도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시집간 갑순이가 혼자 있는 데서 방귀 좀 뀌려고 뒤란에 가면 시동생이, 부엌에 가면 시어머니가 따라 들어와 진땀이 팍팍 솟아나는 장면을 보면 쿡쿡 웃음이 삐져나온다. 돼지밥이나 닭모이를 주다가 저도 모르게 조금 새어나온 방귀에 기절해버리는 돼지와 닭들. 뱅뱅 돌아간 그 눈들. 아이들이 배꼽을 잡을 듯하다.

 

그렇게 방귀를 참다 갑순이는 얼굴이 노래져버렸다. 이른바 노랑각시가 된 것이다. 걱정하던 가족들은 이유를 알게 되고, 맘대로 방귀를 뀌라고 말해준다. 갑순이는 식구들에게 단단히 준비를 하라고 이른다. 이제 기존 옛이야기에서 많이 본 장면이 나온다. 시어머니는 솥뚜껑을 잡고, 시아버지와 신랑은 문고리를 잡고, 시동생들은 기둥에 몸을 꽁꽁 묶고.... 여기에서는 그림작가의 재치가 돋보인다. 동작 뿐 아니라 표정들도 얼마나 웃긴지, 거기다가 우리의 갑순이는 헛둘헛둘 준비운동까지 하고 있네?

 

드디어 방귀를 뀌려는 순간이다. 그런데 다른 책에서는 못보던 사람이 구석에 보인다. 옆집 영감님이다. 웃음코드를 위해 투입한 조연.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계신다.

드디어 방귀는 터졌고 우리가 아는 대로 모든 것들이 그 바람에 날려갔다. 가족들은 대비를 해서 괜찮았지만 돼지와 닭, 웬만큼 가벼운 세간살이들, 그리고 영감님 또한 당연히 날려갔다. 그런데 영감님이 날려가 떨어진 곳을 보고 푸하! 하고 웃음이 터졌다. 여기는 한양인가 보다. 그리고 때는 개화기. 화면 중간에 전차가 보인다. 휘둥그래진 영감님의 눈을 보라! 구경 제대로 하시겠구나!

 

다른 방귀쟁이 며느리 책에서는 큰 방귀를 뀌고서 며느리가 쫒겨나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내용이 없다. 시동생들은 낑낑거리며 먼 동네까지 가서 돼지들을 다 몰고 오고, 시부모님들은 농기구와 세간들을 손보고, 신랑은 지붕을 고치고, 며느리는 장독대에서 깨진 장독들을 손보고 있다. 그리고 나서 갑순이는 뀌고 싶을 때 방귀를 뀌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아 참! 영감님! 영감님은 거지꼴이 돼서 보름 후에 나타났는데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구경 한 번 잘했다며. 그래서 갑순이가 언제 또 방귀를 뀌나 기웃거리신다는데, 이제는 날려갈 일은 없겠지?

 

쓰고 보니 옛이야기의 원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개작함으로 인해서 옛이야기의 가치를 일부라도 상실하게 된 것인지, 나로서는 파악을 못하겠다. 하지만 나는 무릇 이야기라면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그런 면으로 본다면 이 그림책은 자기 할 몫을 다했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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