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 경제 어린이 행복 수업 1
박현희 지음, 김민준 그림 / 웅진주니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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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국어교과서에 세 가지 소원 이야기가 실렸던 게 기억난다. 소원을 잘못 말했다가 소시지가 코에 붙어버린 이야기. 결국 남은 것은 소시지 한 줄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에 딸린 질문에, 여러분 같으면 어떤 소원을 이야기하겠습니까? 가 있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자가 되게 해주세요." "내가 원하는 만큼 돈을 갖게 해주세요."라고 썼다. 상상만 해도 즐겁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가족이 화목하게 해 주세요 라든지 우리나라가 통일 되게 해 주세요 라고 쓴 아이들을 무슨 위선자 바라보듯이 보던 아이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난 그날 아이들을 설득할 능력이 없었고, 상처받았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날 아이들의 대답은 곧 돈이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묻는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요즘 초등교육과정 관련 연수를 듣고 있다. 그 중 사회교과의 강의를 맡으신 선생님께서 "경제수업을 시작하실 때는 꼭 아이들에게 이 질문을 던져보시면 좋겠습니다." 라고 제안하셨다. 도서실에서 이 책이 눈에 확 들어온 것은 그 때문이었다.

 

학급에서 교과연계를 고려해 돌려읽기(윤독)를 하고 있는 나는 경제 단원이 나오는 학년을 맡았을 때 경제관련 책들을 참 열심히 찾고 살폈었다. 몇 년 전이었지만 좋은 책들이 참 많았다. 경제 원론을 아이들 눈높이에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책들.

하지만 다시 그 학년을 맡는다면 나는 조금 아쉽지만 그 책들을 포기하고 이 책을 선택하겠다. 세 가지 소원에 얽힌 슬픈 추억이 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의 저자는 고등학교 사회선생님이신데, 내용도 구성도 무척 참신하다.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매 장마다 한 학급의 나눔장터 이야기로 시작된다. 예를 들면 첫번째 나눔장터는 물물교환 형식으로 열었는데 불편함이 많아서 쿠폰(즉 화폐)를 발행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이 이야기로 시작해서 화폐의 발생 대한 이야기로 이어간다.

 

두번째 나눔장터에서 아이들은 쿠폰을 남발하였다.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였고 나눔장터는 실패로 끝났다. 2장은 이렇게 해서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번째 나눔장터에는 착한 축구공이 등장한다. 3장의 제목은 <소비를 통해 세상과 만난다> , 우리는 제대로 된 소비를 통해 바른 세상을 만드는 일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무역에 대한 이야기, 대형 할인마트가 영세상인들의 생존을 어렵게 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4장의 제목이 이 책의 제목이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이번 장터에서 상미는 엄마가 싸구려로 사주어 불만이던 청바지를 가져와 팔았다. 놀랍게도 멋쟁이 진희가 그 청바지를 샀다. 아주 예쁘게 입고 다닌다. 알고보니 진희의 멋진 패션은 비싼 옷으로 이루어진게 아니었다. 아이들은 가격과 만족도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배운다. 이어서 모방소비, 과시소비의 어리석음을 깨달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만지는 것마다 황금이 되던 미다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 장에서 내가슴을 울린 이야기는 소설 <달과 6펜스>에 나오는 이야기다. 주식 중개인으로 열심히 돈을 벌며 살던 주인공이 어느날 그림을 그리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엄쳐 나오는게 중요하지. 안 그러면 빠져 죽어요." 이리하여 그는 돈이 많지만 행복하지 않던 삶에서 가난하지만 하고싶은 것을 하는 삶으로 전환했다. 이어서 저자는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원하기에 행복에 대해 연구한 학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행복의 열쇠는 무엇일까요? 재미있는 사실은 행복의 열쇠에 돈에 관련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 주고,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 때 행복해진다고 해요."

세 가지 소원 수업을 다시 하게 된다면 이제는 나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 주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나라는 세계 10위대의 경제 대국이라고 하는데 행복지수는 100위권 밖이라고 하지 않나. 그러면서도 돈=행복 이라는 등식을 신념처럼 가지고 있는, 그러면서 늘 불행해하는 우리나라의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다.

 

5장에서는 소비 욕구를 부추기는 광고에 대해서 적절한 예로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마지막 6장의 제목은 <돈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우리나라의 부자들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다. 아이들은 마지막 장터를 마치고 그동안 모은 돈으로 무엇을 할까 궁리하다가 기부하는 데 뜻을 모았다. 아이들은 말한다. "그동안 나눔장터도 즐거웠지만 이 일이 가장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참 기특한 아이들이다.

경주최씨 큰 부잣집에 대대로 내려오는 가훈이 소개되어 있는데 참 인상적이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은 하지 마라. 재산은 만 석 이상 모으지 마라.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마라. 사방 백 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그 옛날에도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조상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기부 문화와 사회복지제도를 통해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꿈꾸면서 이 책은 끝을 맺는다.

 

아이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적절한 분량에(100쪽이 채 되지 않는다)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와 귀엽고 적절한 그림들이 어우려져 정말 딱 좋은 수준의 경제책이 나왔다. 경제용어와 지식에 편중되지 않고 아이들의 바른 가치관 형성을 돕는 책.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는 것도 어떤 때는 욕심이지만 이 책만큼은 욕심을 한 번 부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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