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시집가고 호랑이 장가가고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14
유다정 글, 유승하 그림 / 책읽는곰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문화 그림책 시리즈로 이번에는 전통혼례를 다룬 책이 나왔다.

 

주인공은 호랑이 신랑과 여우 각시다. 뭔가 잘 안어울릴 듯 하면서도 은근히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처음에는 호랑이가 여우를 잡아먹겠다고 설치지만 여우의 꾀에 넘어가 눈만 꿈벅거린다. 그 순진함이 맘에 드는 여우. 앙칼진 여우가 싫지 않은 호랑이. 인연은 이렇게 맺어진다. 천생연분이 따로 없네.

 

이제부터는 전통혼례의 절차가 이어진다.

까치가 중매를 선다.

호랑이가 청혼서와 사주단자를 보낸다.

여우는 사주단자를 받고 결혼날짜를 잡는다.

숲 속 동물들은 혼인 준비로 바쁘다. 잔치음식도 장만하고 옷도 짓고.

신부 집에 신랑 친구들이 진 함이 들어간다.

혼인식를 치른다.

다음날 동네 총각들이 신랑 다루기를 한다.

신부 어머니가 차려주는 푸짐한 음식상을 놓고 모두 한바탕 흥겹게 논다.

며칠 뒤 신부는 꽃가마를 타고 신랑 집으로 간다.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산다.

전통혼례를 생각하면 얼굴도 못보고 시집가는 것만 생각했었는데

여우와 호랑이의 혼인 스토리는 나름 두근대며 꽤나 설레기도 한다.

그 당시에도 이 못지 않은 두근대는 혼인스토리가 많이 있었겠지. ^^* 

 

전통문화에 대해서 대충 겉핥기 정도는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이 그림책을 보니 혼례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본 적도 한 적도 없었으니까. 다른 전통문화가 현대 생활에도 어느 정도 이어져 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 혼례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래서 호랑이와 여우라는 친근한 캐릭터와 익살스러운 그림체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내용적으로는 꽤나 생소하다.

 

서양의 혼례식에 밀려 이제 거의 자취를 감춘 전통 혼례식이지만 그 절차에 담긴 의미와 함께 기뻐하는 축제의 의미는 모두 기억하면 좋겠다. 사실 요즘 우리나라의 결혼은 전통식도 서양식도 아닌 국적불명이라 봐야 맞다. 드레스만 서양식일 뿐 부모의 허리가 휘어야 겨우 치를까 말까 한 결혼식은 사실 서양식도 우리식도 아니다.

 

전통문화를 배우되 허식은 빼고 그 정신만 배워도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