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리를 담은 집 - 소박하고 위엄 있는 일상의 풍경들
박경이 지음 / 플로베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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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이나 작가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상태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알아가는 사실들은 이러했다.

1. 퇴직하신 분인가보다. (아마도 교직. 나랑 같네.)
2. 귀농(?)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퇴직 후 시골집을 짓고 남편과 둘이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3. 남편은 너그럽고 교양있고 부지런한 분인 것 같다.
4. 아내(저자)는 감정이 풍부하고 소녀스러운 면도 있다. 부지런한 분인 것은 같다. 매사 귀찮고 시큰둥한 나랑은 종류가 다른 분이다.
5. 4번과 연결되는 말인지 모르겠는데, 시적인 문장을 주로 사용하신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나랑 반대의 성향이시다. 나는 시랑은 거리가 멀어 처음엔 조금 몰입이 안되었지만 읽다보니 괜찮아졌다.
6. 시골집에 살면서 일상적으로 돌봐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 당연한 일이다. 관리사무소가 있는 아파트에 평생 살기로 다짐한 나는, 내가 지은 집을 내가 관리하며 살아야하는 번거로움을 상상하지 못하겠다. 난 지금 베란다에 있는 화분도 싫어서 아버님 안계시게 되면 다 치워버릴 거라고, 내 집에 살아있는 건 그 어떤 것도 안키우고 '어지르지 않아 치울 필요 없는' 집으로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는 중인데..... 사실 편안한게 곧 행복이 아닌 것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분들의 삶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이 '빛과 소리를 담은 집' 주인장들은 사람을 좋아하는 분이고 방문을 환대하는 분이다. 부부간에 형제자매도 많고 조카들까지 많은 친지들이 방문하고 그때마다 북적이는데 그걸 즐기시는 듯하다. 참 좋은 품성이다. 친지들 뿐만이 아니다. 제자들에게도 전심을 다하셨던 분인듯 아직도 이어지는 인연들이 있고, 그외 친구와 지인들도 이 집을 찾아 부침개며 찌개며 맛있는 음식에 향기로운 커피와 함께 수다보따리를 풀며 쉬었다 간다. 그 수다 내용을 자세히 쓰시진 않았지만 몇가지 인상적인 내용은 있었다. 가부장제 속에서 평생 살았지만 이제라도 속박을 풀려는 시도. 또 자식을 날려보내줘야 할 때 붙들어매지 않고 건강히 날려보낼 다짐 등등.

본문이 다 끝나고, 작가의말도 끝나고, 추가 속지가 세 쪽 이어지는데 나는 그만 먹먹해지고 말았다. 함께 했던 반려견 두 마리를 나무 아래 묻었다는 말, 이듬해엔 남편도 떠나셨다는 말이 아주 간결한 문장으로 남아 있었다. 본문에 아무 예고도 없었기에 얼얼했다. 그럼 저 시골집에 이제 혼자 남으신 것인가?ㅠ

하지만 그곳을 찾아 마음을 털고 서로 위로하던 이들은 남아있으니, '빛과 소리를 담은 집'의 역사는 이어질 것이다. 그것이 작가님께 웃음과 활력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하나하나 손이 많이 가는 시골집의 생활이 나에겐 어림없는 일이라도 이렇게 책으로나마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여러 시선으로 읽을 수 있겠지만 나는 읽다보니 퇴직자의 삶/시골생활 이라는 시선에서 보게 되었다. 자연의 변화에 온 감각을 열고, 느린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으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그 생활이 좋아 보였다. 도시지향에서 벗어나는 건 사회적으로도 꼭 필요한 일이니까. 또 한가지, 매일 읽고 쓰는 생활이 이렇게 책으로 이어진 과정도 인상적이다. 작가님이 다양한 장르의 글을 꾸준히 쓰시길 응원하며 소중한 집에서 소중한 이야기들이 계속 흘러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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