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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선생님을 위한 심리학 - 흔들리지 않고 나를 지키며 당당한 교사로 살아가기
서준호 지음 / 지식프레임 / 2026년 10월
평점 :
서준호 선생님의 전작 <교사의 자존감>을 읽고 긴 리뷰를 쓴 적이 있는데 그게 5년 전이니 일부는 기억이 희미해졌다. 저자의 특기인 심리극 사례가 많이 나와 감탄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도 심리극 사례가 많이 들어있다. 다만 제목에서도 나와 있듯이 '착한 선생님'에게 중점이 있다는 사실이 차별점이다. 따로 다루어야 할 만큼 그렇게 사례가 많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물론 어느 직군에나 다양한 성격과 성향의 사람들이 공존하고, 교직도 예외는 아니다. 이기적이고 약아빠져서 상종하기 싫었던 사람도 있었다. '참 도움 안되네' 라고 느껴지거나 심지어 폭탄인 사람도 존재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착한 사람'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사용한 용어인 '착한 교사 증후군'이 중증부터 경증까지 스펙트럼은 다양하나 일부 특별한 성향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직군 전반에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이렇게 따로 다룬 책이 나온 것도 필요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퇴직 1년차인 내가 이 책을 보며 나를 진단해보니 나는 살짝만 걸친 경증에 해당되었던 것 같다. 중증 아니었을까 생각했던 건 완전 착각이었다.ㅎㅎ 나는 거절도 할 수 있고 팩폭도 가끔 하며 내 영역이 아닌 일에선 미련없이 물러나고 포기할 수도 있다. 싫은 소리도 할 수 있고 가끔 버럭도 했다. 나의 부족함이라고 생각했던 성품들이 실은 나를 지탱해줬다고 생각하니 느낌이 묘하네.^^;;; 어쨌든 이 착한 교사 증후군은 많은 교사들을 극한으로 몰았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이들의 훌륭한 점이 분명 많지만, 본인의 심신의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치유해야 할 점들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모든 교사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착한 교사'와 거리가 먼 교사들도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들의 수고와 마음고생 때문에 내가 편했구나 느끼고 짐을 좀 덜어 지면 좋지 않을까? 어디서든 중간이 없어서 탈이란 말이지. 이 책은 교직의 중간지(균형지대)를 찾아가는 책이라고 해도 좋겠다.
저자인 서준호 선생님은 오랫동안 '성장교실' 운영자로 멘토링, 집단상담을 진행해오신 분이다. 이런 분도 교통사고, 건강악화, 새로운 학교, 어려운 학급 등등의 악재가 한꺼번에 겹쳐오자 결국 내담자들 중 한 명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강철이 아닌 것이다. 저자의 이런 경험은 모든 고난이 모든 교사에게 다가올 수 있음을 알게 한다. 거대한 상황 앞에서 개인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버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바로 이런 상황에서 '착한 교사 증후군' 교사들은 자신을 자책한다. 그래서 더욱 더 상처받고 고통이 깊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심리적 양상들을 명확히 짚어 보여주고 솔루션도 제시한다.
1부 [착한 아이의 탄생]은 가정 안에서 착한 아이로 자랐던 '착한 아이'가 '착한 교사'로 고착되는 과정 등 '착한 선생님'의 탄생 배경을 다루고 있다.
2부 [착한 선생님으로 산다는 것]에서는 착한 교사의 대표적 증상 11가지와 그에 대한 설명, 심리극 사례, 솔루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핵심 파트라고 할 수 있겠고 분량상으로도 가장 많다.
나의 경우 가장 해당되었던 것은 '평가의 기준이 자기 밖에 있다'는 점이었다. 욕먹기 싫어하고 민폐 극혐인 사람들의 성향이 주로 이렇다. '타인의 반응이라는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게'(86쪽) 되어 그 불안정한 기준에 늘 흔들린다. 격한 요구와 불만이 많은 작금의 현장이 이런 불안을 더 부추기고 있다고 하겠다. 그외 여러 사례들을 보니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 몸이 자주 아픈 것,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것 등의 증상들도 있었다. 지나온 몇몇 선생님들이 떠올랐다. 나는 그들이 딱하면서도 민폐는 민폐다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들이 '착한 선생님'이어서 그랬구나 라는 깨달음이 왔다. 민폐를 극혐하면서 결국은 민폐를 끼치게 되고 더욱 자책하는 수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후배를 도울 수 있는 선배였으면 좋았을 텐데.... 이 책이 그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3부 [착한 선생님이어도 괜찮아]에서는 내면가족체계(IFS)라는 용어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관점에서 보면 2부의 증상들은 나를 지키기 위한 내면의 일꾼들이었을 수 있다. 이 내면의 방식을 들여다보면 깊은 곳의 나를 만날 수 있고 나를 세우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저자의 깊은 공부와 경험이 담긴 전문서적이면서도, 읽는 내내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다. 그 마음은 바로 "괜찮아요." 이다. 현장의 한가운데서 그 마음을 느껴온 저자가 동료들에게 건네는 간절하고 따뜻한 위로이자 격려이다. 이 책에 큰 위로를 받고 한걸음을 다시 떼는 선생님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 본다. 아울러 저자가 2부의 말미에서 "바뀌어야 할 것은 사람보다 구조다." 라고 지적하셨듯이, 사회적 제도적으로도 착한 교사가 넘어지지 않을 울타리를 갖추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