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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고모부
윤여림 지음, 소복이 그림 / 사과잼롱롱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들도 많고 그 이름들도 다채롭다. '사과잼롱롱'은 또 어떤 출판사인가 하고 보니 이 책이 첫 책인 신생브랜드이다. 활발하게 책을 내고 있는 '우리학교' 출판사 내의 그림책주력 출판 브랜드인 것 같다. 사과잼롱롱. 흔히 지어낼 수 없는 이름이지만 뭔가 재미나고 신기한 것들이 나올 느낌이기도 하다. 딸기잼롱롱이면 이상했을 것 같은데 사과잼롱롱은 왜 어울리지?ㅎㅎ 출판사이름에 주목하는 일은 드문데 오늘은 그 이야기로 시작해 보았다.^^
윤여림 작가님이 소복이 작가님이랑 만났다! 이 조합 찬성일세 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다. 이 조합이 계속되길 바라는 독자들도.
윤여림 작가님의 이번 글은 판타지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혼재된 특별하고 새로운 느낌이고, 이제 눈에 익은 소복이 작가님의 그림은 익숙한 곳에서 어서 와 앉으라 손을 내미는 느낌이다.
코끼리 고모부. 고모부가 주인공이거나 제목인 적이 있었던가? 내가 읽어본 책들 중엔 없는 것 같다. 화자인 '하나'네는 외국 생활을 하다 귀국하며 잠시 고모댁에 머무른다. 근처로 집을 구해 이사를 한 후에도 고모 댁에 갈 일이 많다. 바쁘시다는 고모부는 가끔씩 볼 수 있었는데, 하나가 본 고모부는 코끼리였다.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지만 새학교 친구 기찬기만은 믿는다. 그에 더해 멋지다는 감탄까지.
"코끼리가 네 고모부라고? 멋지다." (14쪽)
이래서 진정한 판타지는 어린이들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느날 하나는 고모네 갔다가 가족들이 모두 자기 일로 나가버린 빈집에서 코끼리 고모부와 시간을 보낸다. 고모부는 배가 아픈 것 같았고, 나비가 되길 원했던 어린시절의 얘기를 들려준다.
다음 계절에 하나는 병원에 입원한 고모부의 문병을 가고, 다음 해에 고모부는 집으로 온다. 의식을 잃은 채로. 가족들은 슬픔과 걱정에 잠긴 채로 고모부의 발을 주무른다. 말이 없던 고모부는 힘든 상황을 혼자 해결하려 하셨던 것 같다. 스트레스가 많았고, 자신을 챙길 여유가 없었던 고모부의 사정을 그가 쓰러지고 나서야 사람들이 알게됐다.
슬픈 결말이다. 하지만 하나는 차가운 밤길을 밝히는 목련나무 아래에서 보았다. 코끼리였던 고모부가 나비로 변하여 날아간 모습을. 아주 환하고 평화로웠던 모습을. 고모부는 이제 더이상 외롭지도 아프지도 않은 걸까.
평생 호들갑 한번 없이 묵묵하게 살아온 사람에게도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구멍은 있는 법이다. 그걸 하나가 알아보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간직한다. 그것은 죽음이 허무와 절망만은 아니던 아득한 기억으로 남았다.
사람의 겉모습만 보는 우리는 누군가의 진짜 마음을 평생 모르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다 지나고 나서야 "아이고 그랬더래" 하지만, 그것마저도 진실이 아닐 수 있다. 특히 코끼리 고모부처럼 견고해 보이는 사람들일수록, 안은 더 여리고 보드라울 수도 있다.
그분이 그렇게 환하고 가볍게 가셨다니 다행이다. 아직도 두려운 것을 보면 나의 믿음이 보잘것없음을 인정하게 된다. 죽음은 작가님에게나 나에게나 더 오래 생각해야 할 숙제인지도 모른다.
80쪽에 글밥도 꽤 되어서, 유아용 그림책이라기보단 전 연령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림책이란 원래 전 연령 용이지만 이 책은 특히) '하나'가 되어 누군가를 떠올리는 사람, 코끼리 고모부가 되어 위로받는 사람, 자녀들이 되어 떠나보낸 기억에 새삼 눈물짓는 사람.... 다양한 감정을 불러올 수 있는 책이다. 혼자 읽어도 좋지만 책모임에서 함께 읽으면 공감 속에서 더 깊이 감상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