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개져버린 - 서울국제도서전 2025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아하 지음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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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도 큰 편이고 양장본이라 그림책 느낌을 주는데 100쪽 좀 넘는 그래픽노블이다. 주인공이 중학생이라 소설로 치면 청소년소설이라 하겠는데, 사건이 생각보다는 심각하지 않아서? 약간 안심?이 되고 슬며시 미소도 지어지는 스토리였다. 그동안 중등 학생들은 나의 영역이 아니어서 한발 떨어져 보는 입장이었다. 그런 내 눈에 중딩은 가까이하기 어려운, 조금은 무서운 존재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하는 걸 보니 초딩과 별 다를 게 없네. 하긴 언젠가 중등 선생님이 강사로 오신 연수에 참여한 적 있었는데, 그때 한 초등 선생님이 "이런 걸 중등 학생들도 잘 못하나요?" 하고 질문하셨다. 그러자 강사님이 무슨 국가기밀을 알려주듯 자못 비장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선생님! 선생님 교실의 그 아이가 몇 년 후에 저의 교실에 있는 겁니다! 별반 다르지 않아요!"
웃자고 하신 말씀이어서 다같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ㅎㅎ 어쨌든, 이 책은 청소년 뿐 아니라 초등 고학년에게도 잘 맞을 것 같다.

표지와 속표지가 빨강인 이 책은 본문은 흑백이지만 빨강이 부분적으로 들어가있다. 제목도 '빨개져버린'. 빨강은 이 책의 주요 소재이고 발단이다. 어느날 아이의 한쪽눈에 실핏줄이 터져서 엄마와 함께 안과에 간다. 의사선생님은 시간 지나면 괜찮아질 거지만 신경쓰이면 안대를 쓰라고 한다. 아이는 안대를 쓰고 걱정하며 등교한다.

아이는 친구가 한명 뿐이고 그나마도 다른 반이라니 왕따가 아닌가 걱정하며 읽어나갔다. 그정도는 아닌것 같다. 안대를 본 학급 아이들은 몰려와 관심을 보이며 눈을 보여달라고 조른다. 빨개진 눈알을 본 아이들 중엔 걱정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특유의 생각없는 멘트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아이는.... 좀 좋았다. '오랜만에 받은 관심'이어서. 선생님도 걱정해주시고 체육시간에 벤치에 앉아있는 특권도 누릴 수 있어서 아이는 이 상황이 점점 좋아진다. 심지어 '쎈 선배들'이 찾아와서 보고 가기도 했다. 반 아이들의 관심이 추가로 이어진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눈이 점점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어디봐봐" 했을때 징그러운 눈을 보여줘야 하는데 시뻘건 부분이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사라졌다. 하지만 아이는 안대를 벗지 못한다. 때가 꼬질꼬질해진 안대가 내 마음을 살짝 아프게 할 때쯤, 누군가 깐족거렸고, 화가나서 싸움이 났고, 아이는 두들겨 맞았다. 말하자면 선빵 날리고 진 상황이다. 아이는 반성문을 써야했고 엄마가 학교에 불려갔다. 아 골치아프다. 어찌보면 갈데까지 간 상황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파국으로 치닫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었어? 싶게 일상으로 금방 돌아가 버린다. 시시하게도. 그 시시함이 이 책의 매력이고, 나의 안심이다.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다.
애들도 더는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게 아쉬운 동시에
자유로웠다." (102~106쪽)

이렇게 시시한 결말에 무사히 다다를 수 있었던 것은 그반 아이들이 특별히 악독한 애들은 아니라는 점과 아이 가정의 평범성 때문이었던 같다. 드라마 '참교육'에서 유행한 "우리 남편이 화가 많이 났어요." 처럼 여기 아빠도 화를 내기는 하는데 그냥 집에서 내는 화일 뿐이다. 진것도 쪽팔린데 울긴 왜 우냐며 의자라도 던지든가 귀라도 깨물라고 한다. (책임은 져 줄테니까! 어? 라며) 하지만 아이는 그럴 인물이 아니고 아빠도 그냥 해본 말일 뿐이다. 언니는 "개웃기네~" 하면서 놀리고, 엄마는 이마를 짚으며 속상해한다. 이렇게 가족 내의 다양한 반응이 공존하는 가운데 엄마가 중심을 잡는 느낌이다. 과거에는 대부분 이랬다. 아니 지금도 대다수는 이렇다. 하지만 내 직성이 풀릴 때까지 갈데까지 간다, 내 자식 잘못은 티끌이고 남의 자식 잘못은 들보다, 하는 부모들의 파괴력을 누구도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작금의 문제들이 일어난다.

개인적으로는 무관심 속에서 "자유로웠다"는 아이의 느낌에 크게 공감한다. 아이들아, 그 자유를 만끽하자. 그리고 인간에게는 누구나 관종의 본성이 있으므로 가끔은 주변에 반응도 좀 해주고. 친구 한두명 있으면 됐지 모두가 자길 좋아해야 하는 것처럼 세상 무너진 마음 갖지 말고. 그 자유 속에서 헤엄치다 보면 친구를 만나기도 한단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남한테 관심이 없다는 거 잊지 마. 안대나 해야 겨우 쳐다볼 정도니. 그렇다고 일부러 안대를 할 필요는 없었던 거 봤지? 외로움은 인간의 기본값이며, 너 자신한테 멋있는 사람이 되길 추천한다.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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