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포차 심심 사건 네오픽션 ON시리즈 10
홍선주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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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살던 시간들 동안 소설을 거의 안 읽다가 이제 시간이 있으니 조금씩 읽어보고 있는데, 도서관의 800번대 앞에 서면 막막하다. 세상에 작가는 얼마나 많고 그들이 써낸 이야기는 또 얼마나 많은 것인가. 여기에 없는 책들도 많은데 말이다. 이중에 오호 잘 읽었다 하는 책을 만나는 것도 행운이다.

오늘은 이 책을 골라잡아 보았는데, 요즘 식당이니 빵집이니 까페니 라면집이니 분식집이니 과자점이니 등등의 설정을 가진 힐링물들이 워낙 많아서 조금 다른 얘기였으면 했다. 그 바람은 맞아들어갔다. 확실히 다른 이야기이긴 했다. 반전이 아주 제대로였다. 그래서 이 책은 리뷰를 아주 짧게 써야 하겠다. 나도 내용을 전혀 모르고 책을 읽었고 그래서 재밌었던 것 같기 때문이다. 내용을 말 안하고 뭘 써야 하지.^^;;;

화자는 젊은 여성 전문직(프로그래머)이다. 배경이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전혀 그 반대다. 다섯 살에 보육원에 버려졌고 그 이전 기억은 전혀 없으며 오드아이라는 신체적 특징을 가졌고 그것 때문에 괴물이라고 놀림 받으며 철저히 배척당했다. 얼굴도 모르는 부모가 오드아이라는 핸디캡과 함께 특출한 머리를 물려준 덕분에 다른 보육원 친구들보다는 훨씬 안정적으로 자립했다. 하지만 뭔가 품고 있는 내면의 사연은 많을 것이다. 그런 화자가 한밤중 퇴근길에 ‘심심포차’를 발견한다.

그 식당의 출현은 시작부터 시한부였다. 1주일 후에 문 닫는다고 붙어있었다. 한 번 들어갔던 화자는 마음이 끌려 그 시한부 기간 동안 여러번 찾아가게 된다. 바 형태의 그 식당은 다른 손님들의 대화가 잘 들렸고, 주인장은 그들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내용들이 하나같이 흥미로운 사건들이어서 저도모르게 솔깃하여 듣게 되었다. 듣다보니 알게 된 사실인즉, 그 음식솜씨 좋고 품 넓은 여자주인장이 전직 검사였다는.... (‘서프로’라고 불린다)

주변에 아무도 없고 삶의 이유도 딱히 없어 삶의 마감을 생각하던 화자가 남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고 그 공간에서 따스함과 충족감을 느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그 중심에는 서프로가 있다. 포차의 마지막날 서프로는 화자에게 이런 고백을 한다.
“자꾸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어요. 잘은 모르지만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인 것 같아. 근데 그 사람이 잘못된 선택을 하려고 해. 내가 그걸 막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하면 그 사람이 다른 방식으로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겠어. 나를 원망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내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175쪽)

생각지 못한 반전의 결말이 씁쓸했으나 도라지나 더덕 같은 몸에 좋은 씁쓸함이었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마음에 들었다. 당장은 가혹해도 결국 좋은 결말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의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나 교사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걸 할 수 없게 만든, 다르게 말해서 무책임을 종용하는 사회는 문제가 아닐까. 기승전무엇이라고, 나는 또 이런 생각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네. 어쨌든 소설은 흥미로웠다. 작가의 다른 책을 더 읽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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